삼성·SK·현대차 등 7대 그룹 총수와 후속 회의
이 대통령 "관세협상 성과, 기업인 헌신 덕분"
"위험 투자 손실, 정부 재정이 선순위로 감수"
"대미 투자 늘어도 국내 투자 줄지 않게 해달라" 당부
[포인트데일리 박일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재계 총수들을 만나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대해 "전적으로 기업인들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며 사의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 철폐와 위험 투자 지원 등을 약속하면서도 국내 투자와 지방 산업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7개 그룹 총수급이 참석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배석했다.
◇"방어 잘 해냈다…기회로 만들 수 있어"
이 대통령은 협상 결과를 자평하며 "국제 질서 변경에 따라 불가피하게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상황을 만들기보다 나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었는데,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냈고 방어를 아주 잘 해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관세가 올라갔다지만 전 세계가 똑같이 당하는 일이어서 객관적 조건은 별로 변한 게 없다"고 했다. "학력고사가 어려워졌다고 등수가 변하는 건 아니다"라는 비유를 들며 "변화된 상황에 신속하게 적응하고 기회를 만들면 우리에게도 좋은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명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정관 산업부 장관.[연합뉴스]](https://cdn.pointdaily.co.kr/news/photo/202511/280107_273085_735.jpg)
◇"규제 철폐 신속 처리…위험 투자도 지원"
이 대통령은 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기업이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게 정부의 주요 역할"이라며 "친기업, 반기업 이런 소리를 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세금 깎아달라는 얘기는 별로 안 좋아한다. 세금 깎아가며 사업해야 할 정도면 국제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신 "여러분이 제일 필요한 게 규제 같다"며 "규제 완화, 해제, 철폐 중 가능한 것을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면 신속하게 정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R&D)과 위험 영역 투자에 대해서는 새로운 방식의 지원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재정이 후순위 채권 발행을 인수한다든지, 손실을 선순위로 감수하는 등의 새로운 방식도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험적인 투자를 강하게 할 수 있도록 그런 방식도 동원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투자 줄지 않게 해달라"
이 대통령은 기업들에게 국내 투자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한다"며 "그 걱정이 없도록 여러분이 잘 조치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특히 지역 균형 발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비슷한 조건이라면 되도록 국내 투자에 지금보다 좀 더 마음 써 달라"고 요청했다. "대한민국 균형 발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지역, 지방의 산업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대미 금융 투자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대미 금융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는데 그 부분을 정부와 잘 협의해서 기회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연관돼서 사업을 하는 게 투자금 회수에 훨씬 안정성이 높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사 적대화 심각…사회적 대타협 필요"
이 대통령은 노사 관계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노동과 경영이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근본적으로 노동 없이 기업하기도 어렵고 기업 없이 일자리 노동이 존립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상호 보완적이고 상생적인 요소가 언제부터인가 너무 적대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업 측에도 일침을 놓았다. "기업 측면에서도 임금 착취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노동 비용을 줄여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며 "특히 첨단 기술 산업의 경우는 역량이 문제지 인건비 액수 차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대기업의 경우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관용적이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터놓고 사회적인 대대적인 논쟁을 통해 일정한 합의에 이르러야 되지 않을까, 사회적 대토론과 대타협에 이르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숨겨놓지 말고 터놓고 언젠가는 그런 얘기들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재계 "정부와 적극 협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관세 협상 타결로 기업들이 크게 안도하고 있다"며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작업에도 차질이 없도록 정부와 적극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회장과 정의선 회장 등은 이 대통령의 협상 성과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김정관 산업부 장관을 향해 "우리 터프 사나이"라며 격려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장관을 "터프한 협상가"로 불렀다는 것을 언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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