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전년 대비 25% 증가하며 롯데·신세계 크게 앞서
외국인 매출 급증·포트폴리오 고도화·체험형 전략 3박자

현대백화점은 3분기 백화점 부문 매출이 57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893억원으로 25.8%나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전경. 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3분기 백화점 부문 매출이 57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893억원으로 25.8%나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전경. 사진=현대백화점

[포인트데일리 김혜미 기자] 올해 3분기 ‘빅3’ 백화점 실적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낸 곳은 현대백화점이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와 모두 외형 성장세가 소폭에 그친 가운데, 현대백화점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5% 이상 증가하며 두 경쟁사를 크게 앞질렀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수요 확대, K콘텐츠 기반 글로벌 마케팅, 고마진 중심의 상품 전략 등 세 가지 요인이 맞물리며 영업 효율성 측면에서 업계 내 독주 체제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3분기 백화점 부문 매출이 57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893억원으로 25.8%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17.9%, 신세계백화점은 오히려 4.9% 감소했다. 외형 성장 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도 영업이익 증가율이 크게 높았다는 점이 현대백화점의 경쟁력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의 호실적 배경으로 외국인 매출 급증을 첫 번째로 꼽는다. K콘텐츠 열풍과 중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 등이 맞물리며 더현대서울·무역센터점 등 주요 거점 매장에서 외국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더현대서울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2022년 3.3%에서 올해 15.2%로 5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여행 트렌드가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변화하면서, 국내 브랜드·팝업·체험형 콘텐츠의 집약지인 더현대서울이 ‘서울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 요인은 상품 포트폴리오의 고도화다. 현대백화점은 3분기 패션, 명품, 하이엔드 주얼리 등 고마진 상품군 수요가 강세를 보이며 영업이익 개선을 뒷받침했다. 최근 기온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프리미엄 아우터를 중심으로 한 고마진 카테고리가 4분기에도 추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경기부양책 시행으로 소비심리가 회복된 것도 영향을 줬다.

세 번째는 체험·체류형 전략의 성공적 정착이다. 더현대서울은 개점 이후 ‘쇼핑 중심에서 체험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며 국내 백화점 업계의 공간 전략을 재정의해 왔다. 매장의 상당 부분을 휴식·조경 공간으로 구성하고, SNS 기반 화제성을 즉각 반영한 팝업스토어를 순환 배치해 지속적으로 유입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오픈 2년 9개월 만에 국내 단일 백화점 최단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외국인 매출 비중 확대와 연결되며 3분기 실적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7월 더현대서울 실내정원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하와이의 마우이섬을 콘셉트로 이색적인 공간 연출을 선보였다.  하와이 전통 공연단이 훌라 공연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현대백화점
지난 7월 더현대서울 실내정원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하와이의 마우이섬을 콘셉트로 이색적인 공간 연출을 선보였다.  하와이 전통 공연단이 훌라 공연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현대백화점

이와 비교하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외형 성장 또는 외국인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현대백화점 대비 ‘영업 효율’에서 다소 밀렸다. 롯데백화점은 국내 사업·해외 사업이 모두 견조했지만 복합 비용 요인과 투자 부담이 실적 개선 폭을 제한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출은 늘었지만 본점·강남점 등 주요 점포 리뉴얼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신세계는 아웃렛 실적이 통합 반영되지 않는 구조적 요인 때문에 경쟁사 대비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떨어지는 한계도 지적된다.

현대백화점은 4분기에도 고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기온 하락으로 아우터·패딩 등 고마진 카테고리가 일제히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외국인 고객 매출 역시 연말까지 지속적인 증가세가 예상된다. 또한 더현대서울의 성공 공식을 전국 주요 거점으로 확산하기 위한 전략도 가속화된다. 부산·청주에 ‘커넥트 현대’를 연 데 이어, 2028년 개점을 목표로 더현대 광주 착공을 앞두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3분기 기준 영업이익 증가율만 놓고 보면 현대백화점이 업계에서 가장 돋보였다”며 “외국인 수요, 체험형 콘텐츠, 고마진 전략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며 경쟁사와의 격차를 확실히 벌린 분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연말 성수기에 랜드마크 점포 경쟁이 본격화하는 만큼, 현대백화점의 우위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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