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역질서 대전환⑥ 핵심광물 확보 대전
배터리 핵심광물, 상위 3개 매장국이 전 세계 매장량 50%
중국, 전략자원 적극적 무기화로 미국 관세전쟁 대응
한국, 내년 6월까지 MSP 의장국으로 활동…"콘트롤타워 중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90여 년 만에 미국 평균 관세율이 20%를 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구축된 자유무역 질서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제 무역전쟁은 단순한 관세 분쟁이 아닙니다. 기술 표준부터 탄소국경세, 핵심 광물 공급망, 데이터 주권, 금융 결제망까지 모든 영역이 지정학적 무기로 활용되는 '총체적 지경학(Geoeconomics) 시대'가 열렸습니다. 세계 10위 무역대국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효율성과 안보 사이에서, 시장과 동맹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본지는 창간 기획 '자유무역의 종언-쪼개진 세상에서 한국의 생존전략' 10회 연재를 통해 변화하는 글로벌 무역 질서를 진단하고, 한국의 생존전략을 모색합니다.

[포인트데일리 권상희 기자] 핵심광물이 곧 자원이자 무기가 되는 시대다. 배터리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게 되면서, 핵심광물이 세기 새로운 지정학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핵심광물이란 국가 경제·국방에 필수적이지만, 자국 생산이 어렵거나 수급이 불가능해 공급 불안정성이 높은 광물을 의미한다. 

국가 경제성장을 견인할 첨단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광물자원의 안정적 공급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지난 2023년 33종의 핵심광물을 지정하고, 이 중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과 희토류 5종을 '10대 전략 핵심광물'로 선정해 더욱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중국 리튬 광산. 사진=연합뉴스, 계면신문
중국 리튬 광산. 사진=연합뉴스, 계면신문

◇중국, 핵심광물 독점 구조…"2040년까지 지속"= 과거에는 금과 은, 아연과 철 등이 대표적 광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제조업 분야에서 리튬과 코발트 등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각국이 이러한 전략자원을 무기화하는 추세다. 

문제는 일부 핵심광물의 매장이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크롬, 지르커늄, 코발트, 니켈, 리튬 등 배터리 핵심광물의 경우 상위 3개 매장국이 전 세계 매장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핵심광물이 편중돼 있는 중국은 전략자원의 공급망 우위를 무기삼아 가격 조작과 과잉 생산, 임의적인 수출 제한을 휘두르고 있다. 미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이 최대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는 핵심 광물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관세 부과를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핵심광물은 채굴과 제련·정제 과정에서 극한의 노동강도와 다량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데, 서방 국가들이 친환경과 탈탄소 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독과점 체제가 구축된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20개 핵심광물 중 19개 분야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평균 시장점유율만 해도 70%에 달한다. 

중점 광물의 지리적 집중도 전망.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중점 광물의 지리적 집중도 전망.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석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 미래에너지연구실 연구위원은 "중국은 정제 리튬, 코발트, 흑연, 희토류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2040년까지 이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글로벌 광물 자원 공급에 있어 특정 소수 국가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으며, 물리적 사고와 지정학적 요인, 기타 요인 등으로 잠재적 공급 중단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10년 일본과 센가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처음으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함으로써 전략자원을 무기화한 바 있다. 이후 2019년에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대미 수출 규제방안을 논의하고, 2022년에는 중국 국무원이 '희토류 및 기타 광물 산업 외국인 투자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를 강화하면서, 중국도 핵심광물 수출 통제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의존도 낮추기 위한 글로벌 자원전쟁 격화= 탄소중립 흐름으로 청정에너지 기술 수요가 증가하면서 리튬과 코발트, 니켈, 구리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IEA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핵심광물 수요가 현재의 약 3.5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각국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유럽연합(EU)은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자원 공급망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IRA는 전기차와 배터리 부품 공급망에서 중국 등 해외우려기관(FEOC) 참여를 배제하며, CRMA는 2030년까지 단일 국가 의존도를 65% 이하로 낮추고 EU 내 채굴·정제·재활용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지역 국가별 주요 광물. 사진=코트라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지역 국가별 주요 광물. 사진=코트라

이에 광물 매장량이 풍부한 남미와 아프리카가 글로벌 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서상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아프리카는 전 세계 핵심 광물 중 코발트 70%, 백금족 90%, 망간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흑연과 니켈, 리튬 등을 생산하는 주요 지역으로 꼽힌다"며 "한국도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MSP 의장국으로서 리더십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한국이 첨단산업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광물자원 자급률은 약 3~3.3%로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에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22년 6월 핵심광물 공급망의 안정과 다변화를 목표로 EU, 영국, 캐나다, 한국 등 11개국이 참여한 MSP를 출범한 바 있다. 중국 주도의 광물 자원 독점에 대항해 프로젝트를 구축하고, 금융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지난해 7월 MSP 의장국을 수임했으며, 내년 6월까지 활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그간 한국은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외교부 2차관을 중심으로 두 차례의 수석대표회의와 희토류 관련 심층회의 등을 진행했으며, 프로젝트를 70% 이상 늘려 수행한 바 있다.

호주 라이온타운 캐슬린 밸리 프로젝트. 사진=라이온타운
호주 라이온타운 캐슬린 밸리 프로젝트. 사진=라이온타운

기업들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원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 리튬 광산업체 라이온타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독일의 벌칸 에너지, 칠레 SQM 등과 장기 공급을 체결하며 원재료 조달망을 지속 확대 중이다. 지난 7월에는 약 8000억원을 투입해 아프리카 모로코에 수산화리튬 정제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SK온은 지난해 엑슨모빌과 최대 10만톤(t) 규모의 비(非)중국산 리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 역시 지난 2021년 약 250억원을 투자해 캐나다니켈의 지분 8.7%를 취득했다.

다만 공급망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간과 국가가 협력해 '원팀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현익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경제-안보-공급망 콘트롤타워를 수립해 통합된 첨단전략기술 역량 강화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며 "한국화학연구원 중심의 차세대 이차전지 글로벌TOP전략연구단 등 출연연 중심의 국가 전략형 기술개발 프로그램 기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수 한양대 자연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2023년 핵심광물 확보 전략 발표 후 국가 자원안보 특별법 등 법제적 틀을 이미 마련했다"며 "이제는 이를 실제로 이행·수행하는 단계에서 구체적인 예산 투입, 실행 주체 설정, 거버넌스 재편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원안보는 민간이 스스로 떠안을 수 없는 영역인 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특히 이번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에너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자원은 산업부로 남아있어 관련 의제가 분산돼 부처 간 협력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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