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데일리 김혜미 기자] 전 세계 유통기업들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된 경북 경주에서 유통산업의 지속적 혁신을 위한 공동 비전을 공식화했다. 국내외 주요 유통기업들은 28일 ‘APEC 유통 퓨처테크포럼’에서 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 선언문인 ‘경주선언’을 채택하며 △인공지능(AI) 전환 △친환경 △국제표준 협력 등 3대 과제를 적극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포럼은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경주 예술의전당 원화홀에서 APEC CEO 서밋의 부대행사로 진행됐다.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를 비롯해 허서홍 GS리테일 대표, 전경수 CPLB(쿠팡 자체브랜드) 대표,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 김호민 아마존 아태지역 부문장, 징둥닷컴 공샹잉 부사장 등 300여 명의 글로벌 유통 리더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경주선언에 참여한 기업들은 디지털기술 고도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혁신 비즈니스모델의 공유와 협업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유통업계와 소비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 생태계 구축 의지를 밝혔다. 특히 AI 기반 운영 효율화, 고객 개인화 서비스 등 디지털 전환이 유통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만큼 업계 전반의 협력 확대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환경 분야에서도 순환경제 실현을 목표로 한 자원 절감형 유통모델 구축을 약속했다. 더불어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상품거래 국제표준의 개발·확산에도 공동 대응해 무역 활성화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APEC은 세계 GDP의 60%, 교역량의 50%를 차지하는 거대한 경제권”이라며 “경주선언이 APEC의 비전을 실천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 또한 “AI 도입과 디지털 전환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며 이번 선언이 도전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포럼에서는 글로벌 유통산업 기술 트렌드에 대한 다양한 논의도 이뤄졌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데이비드 벨 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소비는 여전히 ‘공간’에서 완성된다”며 “미래의 매장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능형 공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 시대의 승자는 기술보다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를 이해하는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진행된 글로벌 혁신 토론회에서 김호민 아마존 아태지역 부문장은 “AI는 효율성을 넘어 쇼핑 경험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며 “AI 기반 쇼핑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 92%가 만족도를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징둥닷컴 공샹잉 부사장은 중국에서의 옴니채널 리테일, 공급망 고도화, AI 마케팅 혁신 사례를 소개했고, 일본 유통기업 이온(AEON)과 유니클로의 혁신 전략은 카와카미 토모코 와세다대 교수가 발표했다.

국내 사례로는 박지혜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롯데쇼핑의 온·오프라인 연계 옴니채널 전략과 쿠팡의 AI 물류예측 기반 로켓배송 모델을 발표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국 유통기업의 혁신 노력을 조명했다.

이번 경주선언을 계기로 유통기업 간 기술·환경·표준 분야의 협력 네트워크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유통 시장에서 글로벌 공동 대응 체계 확립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