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소목 기법으로 현대 가구 조형 선보여
무형문화재 사사, 못 없이 짜맞춘 장인정신

[포인트데일리 성창훈 기자] 세종대학교(총장 엄종화) 세종뮤지엄갤러리 2관에서 목공예가 권원덕의 기획초대전 '여백: 쓰임을 사유하다'가 열린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19일 시작된 이번 전시는 전통 소목(木工) 기술을 토대로 현대적 가구 조형을 탐구해 온 권원덕 작가의 작업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나무 고유의 특성과 장인의 손길, 공간 속 인간과의 관계성을 오랜 시간 탐구해 온 작가의 작품관이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권 작가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9호 소목장으로 지정된 故 조석진 선생 문하에서 전통 짜맞춤 기술의 정수를 전수받았다. 이후 홍익대 대학원 목조형가구학 과정을 통해 전통 제작 원리와 동시대 조형 언어를 접목하는 작업 방향을 정립했다.
그의 작품들은 못이나 나사 같은 현대적 고정장치 없이 전통 소목 방식으로만 결합된다. 여기에 나무결과 옹이, 갈라진 틈 등 자연이 만든 흔적을 가공 없이 살려내는 방식이 더해진다. 작가는 이를 통해 나무라는 재료 자체를 '손으로 이해해야 할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실천하며, 소재의 본질을 존중하는 제작 철학을 구현한다.
전시명 '여백: 쓰임을 사유하다'는 작가가 추구해 온 조형 철학의 중심을 담고 있다. 장식을 걷어낸 명료한 구조, 균형 잡힌 비례, 나무가 품은 시간의 흔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제작 태도는 모두 여백이라는 미학적 원리를 실용성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권 작가는 "관람자가 작품 앞에 머무는 순간, 공간, 시간이 하나의 관계로 이뤄진다"며 "여백은 그 관계가 머무를 수 있도록 남겨둔 자리이며, 전시는 그 여백이 드러나는 또 하나의 구조"라고 설명했다.
세종뮤지엄갤러리 측은 "이번 전시는 나무와 공간, 그리고 관람자의 움직임이 한데 어우러져 완성되는 '관계의 구조'를 보여준다"며 "작가가 탐구해온 전통·물성·관계성의 조형적 언어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공예가 일상 속에서 새로운 감각과 사유를 어떻게 열어주는지 제시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