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메모리 반도체 기반 AI 생태계 중심
사이좋게 공급하나..."한 곳 선택할 필요 없어"
베이스 다이·차세대 메모리 개발 집중하고 있어

[포인트데일리 이준 기자] 미국에서 시작된 'AI 거품론'으로 지난 5일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았으나 반도체 업계 분위기는 여전히 들떠있다. AI 시장이 메모리 중심으로 재편되며 펀더멘탈과 기술력이 뛰어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평가다.
6일 업계에 따르면 AI 거품론에 대한 걱정은 기우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AI 거품론의 비교 대상으로 꼽히는 '닷컴 버블'때와는 다르게 AI의 기술 성숙도가 뛰어나다는 분석이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도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팀네이버 통합 컨퍼런스 '단25'(DAN25)에서 "결국 투입 비용 대비 가치가 커져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경량 버전의 AI 모델이 꼭 필요하고, 기업이나 정부 기관 등과의 협업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시대 필수재로 여겨지는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며 생산과 투자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를 구동하기 위해선 데이터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한 솔루션으로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이라는 특수 목적 메모리를 개발했으며, 현재는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과 더불어 메모리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HBM 점유율은 17%, SK하이닉스는 62%를 차지하며 약 80%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을 겪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HBM을 동시에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둘다 필요하다"며 "한 곳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또한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도 물량 완판을 암시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요구에 걸맞는 성능을 갖춘 HBM4(6세대) 샘플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삼성전자는 11Gbps 속도를 내는 등 성능에 집중했으며,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인 수율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를 중심으로 HBM 시장의 가격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HBM3E(5세대) 대비 50% 인상된 가격의 HBM4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메모리 반도체 공급 문제를 실감했다.
HBM 호황에 기존 캐파(생산 능력)와 신규 캐파가 HBM에 우선 할당되면서 범용 메모리의 가격은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범용 D램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1.1% 오른 7.0달러로 집계됐다. DDR4의 평균 가격이 7달러를 넘어선 것은 약 7년 만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공급·수요 불확실성으로 일부 PC 업체와 D램 공급업체의 계약이 분기별에서 월별로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HBM의 경우 베이스 다이(로직 다이)의 역할이 중요하다. 베이스 다이는 D램이 수직으로 적층된 형태인 HBM의 맨 아랫단을 의미한다. 예컨대 건물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척도는 대개 기초 공사다. 기초 공사가 견고해야 건물이 안정적이듯 베이스 다이는 HBM의 성능을 지탱하는 역할을 핵심을 담당한다. 베이스 다이에는 연산 기능이 일부 탑재되며 진화해왔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이 앞으로 고객 맞춤형(커스텀 HBM)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해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와 베이스 다이를 밀접하게 협업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4나노미터(nm, 1nm=10억분의 1m) 공정이 적용된 HBM4를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AI 칩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를 통한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 열린 SK AI 서밋에서 "지금까지의 메모리 설루션이 컴퓨팅 중심으로 통합되었다면, 미래에는 메모리의 역할을 다변화하고 확장해 컴퓨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AI 추론 병목을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맞춰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플래시메모리(HBF)로 휘발성인 D램의 한계를 뛰어 넘는 솔루션을 연구 중이다. HBF는 낸드 플래시의 장점을 이용해 용량에서 한계를 겪고 있는 HBM을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샌디스크와 손 잡고 차세대 HBF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소캠'(SOCAMM)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AI는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릴 만큼 사용 전력이 상당해 전력 효율을 높이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특히 AI 업계가 학습이 아닌 추론에 힘 주면서 저전력 D램(LPDDR)을 사용하는 소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소캠은 LPDDR을 묶은 모듈 제품으로 소비전력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LPDDR 기반 소캠2를 개발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