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인트데일리 창간 9주년 [대전환기 한국경제 '혁신'에서 길을 찾자]
기후, 종교 등 반영한 현지화 제품으로 인도서 국민간식으로 자리매김
K팝과 손잡고 글로벌 행보...'빼빼로데이' 세계적 기념일 확산 움직임
70여 개국에 과자 등 수출..."2028년 해외 매출 비중 35% 이상으로"

[포인트데일리 신단아 기자] 한국 경제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큰 홍역을 겪었고 최근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압박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기후 변화 등 복합적 도전 속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혁신을 무기로 국내외 산업 파고를 헤쳐나가야만 한다. 이제 혁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자,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원동력이다. 포인트데일리는 창간 9주년을 맞아 [대전환기 한국경제 '혁신'에서 길을 찾자] 기획을 통해 대전환기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혁신의 해법과 함께 생존의 방향성을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인도 고속철도에 오른 승객들이 받는 기내식에는 예상치 못한 한국의 맛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롯데 초코파이다.
14억 인구 대국인 인도에서 한국의 작은 초콜릿 과자가 일으킨 파장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 롯데 초코파이는 인도 초코파이 시장 점유율 70%를 장악하며 연 매출 850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출 성공을 넘어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화를 통해 어떤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국의 과자가 카레와 난을 주식으로 하는 인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 국내 최초 식품사 인도 진출...롯데 인디아의 성장 궤적
롯데웰푸드는 2004년 인도 제과업체 '패리스'를 인수하며 '롯데 인디아'로 새롭게 출범했다. 국내 식품업계 최초의 인도 진출이었다. 이후 롯데 인디아는 2022년 929억원, 2023년 1034억원, 2024년 117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스크림 법인 하브모어 또한 지난해 매출 1729억원을 올리며 인도 서부 지역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올해 롯데웰푸드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인도 제과 법인 롯데 인디아와 빙과 법인 하브모어를 합쳐 단일 통합 법인을 출범시킨 것이다. 이는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닌 제품 라인업의 다양화, 물류·생산 시설의 효율화를 통해 현지 시장에서 롯데 브랜드의 경쟁력을 공고히 하기 위함이었다.

◇ 식물성 마시멜로부터 열에 강한 초콜릿까지..."기술적 현지화로 승부"
롯데웰푸드는 단순한 제품 판매에 머물지 않았다. 현지의 기후, 종교, 식문화를 세밀하게 반영하며 '기술적 현지화'에 나섰다.
인도 시장 특성상 힌두교 문화에서 비롯된 채식주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웰푸드는 기존 초코파이에 사용되던 동물성 젤라틴 대신 식물성 원료를 활용해 현지 맞춤형 제품을 선보였다. 그 결과 초코파이는 인도의 국민간식으로 자리잡았고, 연 매출 850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초코파이의 성공을 발판 삼아 이번에는 빼빼로로 눈을 돌렸다. 지난 7월, 인도 하리아나 공장에 약 330억원을 투자해 빼빼로의 첫 해외 생산 라인을 본격 가동했다. 초콜릿 품질 저하 우려를 고려해, 열에 강한 초콜릿을 개발했다.
또한 바삭한 식감을 위해 인도산 최적 밀가루 원료를 확보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과정을 거쳤다. '오리지널'과 '크런키' 두 가지 제품은 수도 델리를 시작으로 인도 전역에 유통할 예정이다. 이 기술은 동남아시아의 고온다습한 기후대 국가들에서 빼빼로와 초코파이의 품질 유지에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신제품 개발도 서둘렀다. 초콜릿 선호도가 높은 인도 소비자를 위해 한국에는 없는 초코맛 월드콘 2종을 개발했고,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을 겨냥해 '크런치바' 3종을 2월 준공한 푸네 신공장을 통해 출시했다.
크런치바는 현지 일반 아이스바의 3배에 달하는 60루피(약 1000원)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3개월 만에 6000만 루피(약 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는 과거 출시한 월드콘보다 약 6배 이상 높은 수치로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다.
특히 K팝 스타일의 광고 영상과 한국어 카피를 활용해 '한국에서 온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라는 인식을 젊은 세대에 각인시키며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현재 9개 라인을 가동 중인 푸네 신공장은 돼지바를 시작으로 죠스바, 수박바 등을 연내 순차적으로 도입해 인도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푸네 신공장은 오는 2028년까지 생산라인을 16개까지 확충해 생산 능력을 지속 제고할 계획이다.

◇ K팝과 손잡은 빼빼로...글로벌 기념일로 확산
브랜드 마케팅에서도 글로벌 행보는 두드러진다. 뉴욕 타임스퀘어와 LA 한인타운 한복판에 걸린 대형 광고는 북미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올해 역시 스트레이 키즈를 글로벌 엠버서더로 발탁, 전 세계 K팝 팬덤을 겨냥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단순한 스낵 브랜드를 넘어, '빼빼로데이'를 세계적인 기념일로 확산시키려는 전략이다.
롯데웰푸드는 2035년까지 빼빼로를 연매출 1조원 규모의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현재 인도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벨기에 등 7개국에 법인을 두고 있으며, 70여 개국에 과자 등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약 1조7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했다. 회사는 오는 2028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현재 매출의 약 25%가 글로벌 매출에서 나오고 있어 이를 확대하기 위해 수출과 해외 법인 중심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 인도 지역에 빙과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기존에 월드콘만 진출해 있던 현지 시장에 크런치 등 다른 브랜드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크런치는 출시 3개월 만에 100만 개가 판매되는 성과를 거두며 가능성을 입증한 만큼, 아이스크림 제품군을 더욱 늘려 인도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라며 "빼빼로 역시 7월부터 현지 생산을 시작해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글로벌 마케팅과 빼빼로데이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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