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이어 중국 법인서 배당금 수령...스낵의 본고장 미국서도 열풍
중국, 컬러 마케팅 선택 붉은색 패키지·공자 사상에 맞춘 '인' 브랜딩
베트남, B2B 판매 추진하는 등 영업력에 집중...파이 시장 70% 점유
러시아·인도 등 음식 기호, 성향 고려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 구사
미국서 꼬북칩 열풍..."연매출 400억원 상회 현지 생산 공장 설립 검토"

[포인트데일리 신단아 기자] 고물가와 고금리의 장기화로 인한 소비침체에 식음료업계는 성장의 돌파구로 해외 시장 확대에 속력을 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5월 기준 K푸드 수출 누적액은 지난해보다 7.6% 증가한 3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은 3월 3.6%, 4월 6.3%에 이어 최근 3개월간 증가세를 기록중이다. 포인트데일리는 K푸드 열풍에 힘입어 해외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기업들의 해외 시장 전략을 [글로벌 품는 K푸드] 기획을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오리온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4677억원, 영업이익 2468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영업이익은 16.8% 증가했다. 특히 해외시장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중국과 베트남 법인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올 상반기 오리온 중국 법인 매출액은 7.2% 성장한 6022억원, 영업이익은 23.1% 성장한 1101억원을 기록했다. 베트남 법인은 7.7% 성장한 2166억원으로 영업이익은 물류비 및 광고비 절감 등 비용 효율화를 통해 16.2% 성장한 348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최근 베트남에 이어 중국 법인에서도 배당금을 수령했다. 중국 진출 29년 만에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은 올해 7월 30일 오리온에 배당금 1335억원을 지급했다.
상반기에 중국 내수시장 투자와 더불어 본사에 배당금을 지급하며 수익을 실현했다는 분석이다. 오리온은 이번 배당금을 비롯해 해외 법인에서 유입된 배당금을 국내 생산 인프라 확장에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 법인은 오리온의 핵심 사업부다. 오리온은 1993년 베이징사무소를 개설하고, 1997년 베이징 인근 허베이성 랑팡에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중국 공략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중국시장에서 매출 1조 시대를 열었으며, 다음해에는 셴양공장을 가동해 동북3성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오리온은 중국의 다양한 민족과 소비계층이 존재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음식에 대한 기호, 성향 등을 고려한 전략을 펼쳤다.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 실행 시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쳐 단계적으로 공략했고, 맛 개발에 있어서도 철저히 현지화 전략을 선택했다. 중국에서 초코파이의 이름은 '좋은 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요우(好麗友)다.
오리온은 중국 시장 진입을 위해 현지화 전략으로 컬러 마케팅 택했다.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을 겨냥해 파란색 패키지였던 초코파이를 붉은색 패키지로 바꾸고, 한국에만 있는 '情'이라는 정서도 공자 사상에 맞춰 '인(仁)'으로 브랜딩한 것.
이 같은 전략은 먹혀들었고, 1997년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초코파이는 2년 만에 파이·케이크류 매출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20년 넘게 중국인들의 대표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법인 매출 1위 제품은 야투도우(오!감자)다. 2006년 중국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오!감자는 2016년 국내 제과업계 최초로 단일 국가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며 더블 메가 브랜드에 등극, 지난해에는 중국에서만 연 매출 2170억원을 기록했다.
이 또한 토마토, 스테이크, 허니버터, 치킨 맛을 다양하게 내놓는 등 로컬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결과다.

1995년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를 수출하며 베트남에 첫발을 내딛은 오리온은 2006년 호치민 미푹공장을 설립해 베트남 진출을 본격화하고 2009년 하노이에 제2공장을 가동하며 입지를 강화했다.
신규 거래처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대량 구매 수요가 큰 B2B(기업 간 거래) 판매를 추진하는 등 영업력 강화에 집중하며 2005년 설립 이래 최초로 2022년부터 2년 연속으로 연 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다.
초코파이는 베트남 파이 시장에서 7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오리온은 베트남이 동남아에서 유일한 유교 국가로 한국과 정서가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초코파이 제품포장에 우리나라의 '정(情)'과 유사한 뜻을 지닌 베트남어 'Tinh(띤)'을 넣었고, 현지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데 성공했다.
제사상에 올라갈 만큼 귀하고 인기있는 제품인 초코파이를 베트남 소비자들의 요구로 설날(Tet)시즌에 맞춰 파이 선물 세트로 제작하는 등 베트남 시장의 흐름을 읽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제품 개발에 지속 반영하고 있다.
베트남 제품 중에선 한국에 없거나 레시피가 다른 것이 많다. 2019년엔 베트남 현지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쌀과자 안(An), 양산빵 쎄봉(Cest Bon) 등을 출시하며 새로운 영역으로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오리온 법인 중 가장 많은 14종의 초코파이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2006년 트베리에 공장을 지으며 러시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오리온은 이후 2008년 노보에 제2공장을 건설해 초코파이 생산규모를 대폭 확대해 2021년 7월 누적 매출액 1조 원을 넘어선 바 있다.
차(tea)와 케이크를 즐겨 먹는 러시아의 현지 문화에 착안해 라즈베리, 체리, 블랙커런트, 망고 등 잼을 활용한 다양한 초코파이를 현지화 시켜 출시했다. 결과적으로 오리온 초코파이는 러시아 국민들이 차와 함께 곁들여 먹는 대표 간식이 됐다.
오리온은 인도에서도 현지화 초코파이 오리지널을 선보인 이후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딸기, 망고 등으로 잇달아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에서 판매하는 초코파이는 해조류에서 추출한 식물성 젤라틴을 원료로 사용한 것.
오리온은 인도 '라자스탄'주에 생산 공장을 완공하고 3월부터 초코파이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꼬북칩도 '터틀칩'으로 현지 생산하며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채식주의자들도 즐길 수 있도록 시즈닝을 개발했다. 향신료를 즐기는 인도 식문화를 반영해 멕시칸 라임, 사워크림&어니언, 탱기토마토, 마살라, 스파이시 데빌맛 등 총 5종으로 다양화했다.

스낵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꼬북칩 열풍은 한창이다. 풍성한 '네 겹 식감'과 현지 입맛에 맞춘 맛이 미국 젊은 소비자들을 매료시켰다는 평이다. 미국에서는 콘스프, 매운맛, 매콤한맛, 김맛, 초코츄러스맛, 사워크림어니언맛, 트러플솔트맛, 크런치즈맛, 마라맛 등 총 9종의 꼬북칩이 판매 중이다.
지난 3월부터 미국 전역의 '파이브 빌로우' 1598개 전 매장에 입점해 판매를 시작했으며 5월에는 파이브 빌로우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글로벌 생활용품 할인점인 '미니소' 52개 전 점포에도 입점했다.
꼬북칩은 북미 코스트코와 샘스클럽에 이어 판매처가 대폭 확대되면서 올 한 해 북미에서만 200억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 꼬북칩 매출액만 120억원이다. 한인마트로 수출한 2017년, 6000만원 수준에서 6년 만에 200배 가까이 성장했다.
꼬북칩은 2019년 코스트코, 2021년에는 샘스클럽 등 창고형 할인매장에도 입점된 바 있다. 오리온은 서부지역 100여 개 였던 입점 매장수를 2021년부터는 미국 전역 460여 개로 확대하는 등 현지 소비자 수요에 맞춰 채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신제품이 두각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제과시장에서 오리온은 기존 장수 제품이 아닌 혁신적인 제품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꼬북칩은 미국을 비롯해 호주, 영국, 일본 등 23개 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올 3월 기준 글로벌 누적 매출액이 4800억원을 돌파해 '초코파이'를 잇는 글로벌 스낵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오리온은 미국에서 꼬북칩 단일 품목의 연매출이 400억원을 상회할 경우 현지 생산 공장 설립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올해에는 제품력 강화 및 법인별 시장 상황에 따른 영업전략 실행, 지속적인 설비투자로 식품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바이오 사업도 착실히 추진해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