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사이클·HEV 성장세 맞물려 수익성 회복 기대
북미 생산 안정화·가격 경쟁력 강화···내년 점유율 확대 전망

현대차그룹 사옥.
현대차그룹 사옥.

[포인트데일리 권상희 기자]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현대자동차를 짓눌러왔던 대외 불확실성이 사실상 정리되면서 4분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실적과 수출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내내 관세 부담, 물류 비용, 정책 변수 등으로 수익성이 흔들렸지만, 관세 부담 축소와 신차 사이클, 하이브리드 중심의 판매 확대, 북미 생산 정상화가 동시에 맞물리며 업황 반등 동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EV) 수요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하이브리드(HEV)가 급성장하는 국면이 나타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시장 흐름과 가장 잘 맞물리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네시스 GV60 마그마. 사진=현대차
제네시스 GV60 마그마. 사진=현대차

◇관세 인하 효과로 수익성 증대= 현대차증권 분석에 따르면 미국 품목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낮아지면서 현대차의 연간 관세 부담은 기존 5조2000억원에서 약 3조1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기아 역시 4조9000억원에서 3조원대로 부담이 완화된다. 

관세 인하 효과가 4분기 실적부터 본격 반영되면 올해 관세 요인으로 약화됐던 영업이익도 회복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3분기를 기점으로 영업이익이 증가세로 돌아서며 실적 턴어라운드 조짐이 포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발표를 기점으로 영업이익 성장률이 -3.9%에서 +4.9%로 방향 전환에 성공했다"면서 "3년 연속 역성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서 투자심리 회복 기틀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연말부터 신차 투입이 잇따를 계획이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넥쏘 신형을 선보였고 아이오닉 라인업의 연식 변경 모델, 제네시스 전동화·SUV 라인업 강화 등 다수의 신차 일정을 진행 중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팰리세이드 풀체인지 모델과 HEV 버전이 투입되며 고수익 차종 비중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현대차의 미국 HEV 비중은 지난해 3분기 16.8%에서 올해 동일 기간 20.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기아 역시 HEV 판매량이 1만7000대에서 3만2000대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사진=현대차그룹

◇미국 점유율 3% 이상 확대 전망= 생산 측면에서도 북미 생산 기반이 강화되면서 유연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본격 가동되면서 전기차 중심 생산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내연기관과 HEV 비중을 조정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고 있다. 관세 환경 변화와 EV 둔화국면에서 대응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점유율이 2024년 10.6%에서 2027년 13.7%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며 향후 북미 판매 회복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적 전망도 동시에 개선되고 있다. 매출은 올해 188조원에서 내년 200조3000억원으로 6.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2조6000억원에서 14조원으로 11.1%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7년 영업이익도 15조2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관세 부담 축소와 고수익 차종 확대, 인도 등 고성장 지역의 증산 효과가 복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래사업 투자 강화하며 성장성 회복=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향후 5년간 125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AI 관련 투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비디아와의 협력으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의 자율주행과 차량 내 AI 연산 능력이 강화됐고, 내년에는 SDV 페이스카를 공개해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력을 본격적으로 시연할 계획이다.

관세 변수 해소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낮아진 가운데 현대차의 신차 사이클, HEV 판매 확대, 북미 생산 안정화, 미래차 투자 확대가 동시에 맞물리며 4분기부터 구조적인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과 제품 포트폴리오의 유연성이 커졌고, 시장 흐름과 맞는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이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며 "현대차의 중장기 성장성 회복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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