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호실적에도 장중 8% 급락
나스닥 4월來 최대 변동폭 기록
반도체 섹터 일제히 7~10% 하락

[포인트데일리 성창훈 기자] 20일(현지시간) 뉴욕 증권시장이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의 고평가 부담으로 장중 급격한 하락 전환을 보이며 약세 마감했다.
AI 반도체 업계 선두주자 엔비디아의 양호한 실적이 당초 투자 심리 회복에 기여하는 듯 보였으나, 상승세는 오전 거래 시간대로 한정됐다.
이날 거래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86.51포인트(0.84%) 하락한 45,752.26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는 103.40포인트(1.56%) 내린 6,538.76에,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486.18포인트(2.15%) 떨어진 22,078.05에 각각 장을 마쳤다.
시장은 엔비디아의 우수한 실적 발표에 힘입어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전날 장 마감 이후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62% 급증했다고 공개했다. 회사는 연간 실적 전망치도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상향했다.
젠슨 황 CEO는 실적 발표 성명을 통해 "블랙웰 판매 물량이 차트로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이며, 클라우드 GPU 재고는 완전 소진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진 기관투자자 콘퍼런스 콜에서는 "AI 거품 논란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보는 현실은 완전히 상이하다"며 강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장 초반 투자자들의 호응으로 시총 1위 엔비디아 주가는 개장 직후 5%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매수세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오전 중 매수 세력이 현저히 약화되며 상승분을 급속도로 반납했고, 증시 과열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서 정오 경 S&P 500 지수는 하락 전환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이날 장중 고점 대비 저점 간 낙폭이 5%에 이르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변동성이 급등했던 지난 4월 9일 이후 최대 장중 변동 폭이다.
엔비디아는 최종적으로 3.15% 하락 마감했으며, 장중 최고가 대비 낙폭은 8%를 기록했다.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10.87% 급락했고, AMD(7.84% 하락), 팔란티어(5.85% 하락), 인텔(4.24% 하락), 퀄컴(3.93% 하락) 등 반도체 섹터 전반이 동반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9월 고용지표는 노동시장에 대한 엇갈린 신호를 제공하며 12월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하 기대를 충분히 자극하지 못했고, 증시 약세 전환을 막는 데 실패했다.
9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는 11만9천명 늘어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으나, 실업률은 4.4%로 상승해 고용시장 둔화 우려를 지속시켰다.
한편 다우지수 편입 종목인 월마트는 호실적 발표로 6.46% 급등하며 다우지수 하락폭 축소에 기여했다.
글로벌트 인베스트먼트의 토머스 마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비디아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고, 실제로 좋은 실적을 달성했다"면서도 "다만 인플레이션, 고용, 연준 정책, 관세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자들의 매도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며 "시장은 조정국면에 있고, 현재 양상은 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고용지표 공개 후 금융시장에서 12월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소폭 상승했으나, 금리 동결 가능성이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12월 9∼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확률을 40%로 반영해 전일 30% 대비 상향했다. 그러나 금리 동결 확률은 60%를 유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