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AI 공존하는 데이터센터 '각 세종' 가보니
로봇이 서버 나르고 폐열로 난방까지 이뤄져
진도9 지진 견디는 내진설계·72시간 자가발전

사진=네이버클라우드
각 세종 정문. 사진=네이버클라우드

[포인트데일리 손지하 기자] 27일 오전 10시 세종시 소정면 일대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정문을 통과하자 축구장 41개를 합친 크기의 거대한 건축물이 눈앞에 펼쳐졌다. 총면적 29만 4000㎡(약 8만 9000평) 부지 위에 지하 3층·지상 3층의 본관과 지하 3층·지상 2층의 북관(서버관)이 자리 잡고 있다. 2013년 문을 연 춘천 데이터센터보다 6배 가까이 큰 규모다. 2023년 11월 1단계로 오픈한 이 시설은 6차까지 전체 증설 시 국내 최대 수준인 60만 유닛의 서버를 수용하게 된다.

1층 라운지에 들어서자 안내를 맡은 센터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이름인 '각(閣)'은 750년 동안 팔만대장경을 훼손 없이 보관해 온 장경각에서 따 왔다"며 "기록의 중요성을 알고 지켜낸 선조의 사명감과 가치를 계승하고 자연 환경을 최대한 이용한 장경각의 과학적 요소를 데이터센터에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사용자가 만든 데이터는 영원히 후대에 전해져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2011년 내부 프로젝트에 착수해 2013년 6월 국내 인터넷 기업 최초의 자체 데이터센터인 '각 춘천'을 구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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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센터. 사진=네이버클라우드

3층으로 올라가 통합관제센터에 들어서자 수십 개의 모니터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센터의 '눈이자 두뇌' 역할을 하는 이곳에서는 데이터센터 내부 주요 공간을 체크하는 CCTV, 수만 개의 센서를 통해 수집된 실시간 데이터로 주요 설비의 온도와 상태를 확인하는 퍼실리티 모니터링, 실시간 뉴스 모니터링 화면이 세 축을 이루고 있었다. 관제 담당자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효율성을 확보하고 비상 시 필요한 조치를 즉각적으로 취할 수 있다"며 "포털 이용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급박한 사건·사고를 파악하기 위해 뉴스 채널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고 말했다.

북관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자 이 데이터센터의 핵심 기술인 '나무3(NAMU-Ⅲ)' 공조 시스템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0년간 춘천에서 운영하며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냉각 시스템이다. 각 춘천에서 선보인 AMU(Air Misting Unit)를 개선해 찬물이 흐르는 벽에 바람을 통과시켜 온도를 낮춘 나무(NAVER Air Membrane Unit)를 꾸준히 업그레이드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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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공조시스템 내부. 사진=네이버클라우드

나무3의 핵심은 기후 환경에 따라 직접 외기와 간접 외기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봄과 가을처럼 외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자연 외기를 에어필터에 통과시킨 다음 바로 서버실을 냉각한다. 반면 꽃가루나 황사, 미세먼지가 많거나 온도와 습도가 매우 높아 외부 공기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는 간접 외기 모드로 전환된다. 시설 관계자는 "이 시스템으로 현재까지 에너지를 절감한 비율은 73%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각 세종은 부용산 골짜기를 타고 불어오는 북서풍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양방향에서 자연 외기를 이용할 수 있게 부채꼴 형태로 꺾어서 건물을 배치했다. 서버실도 복층 구조로 설계해 서버실에서 내뿜는 열기가 복층을 통해 빠르게 외부로 배출되도록 했다. 서버를 식힌 뒤 발생하는 폐열은 폐열 회수 시스템을 통해 온수를 생산해 급탕과 운영동 바닥 난방에 활용하며 일부는 스노우멜팅 시스템을 통해 겨울철 데이터센터 내부 도로의 제설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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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세종 서버실. 사진=네이버클라우드

서버실로 들어서자 핫존 컨테인먼트 구조로 설계된 공간이 펼쳐졌다. 찬 공기와 뜨거운 배기를 분리하는 방식이다. 이 관계자는 "랙당 30킬로와트(㎾)까지 전력을 제공하고 800기가바이트(Gbyte)의 네트워크 대역폭을 처리할 수 있게 설계했다"며 "하이퍼클로바X,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 클로바 스튜디오 같은 차세대 AI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최첨단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본관 지하 IT 창고에서는 네이버 랩스와 협업해 개발한 로봇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산관리 자동화 로봇 '세로(SeRo)'는 IT 창고에서 핵심 자산인 서버의 불출과 적재를 사람의 개입 없이 수행한다. 2㎜ 단위로 자산을 정확하게 피킹해서 안전하게 적재하며 3m 높이까지 자산을 쌓아 면적당 자산 수용량을 높였다. 자율 운송 로봇 '가로(GaRo)'는 최대 400㎏까지 적재가 가능하며 최대 주행 속도는 초속 2m다. 작업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이동하지만 파워 어시스트 모드로 전환하면 핸들을 제어하며 수동 운송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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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 자동화 로봇 '세로'(왼쪽)와 자율운송 로봇 '가로'. 사진=네이버클라우드

넓은 부지를 오가는 자율주행 셔틀 알트비(ALT-B)도 눈에 띄었다. 2017년 IT업계 최초로 국토교통부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받고 복잡한 도심을 직접 달리며 개발한 독자적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알트라이브(ALTRIV)'를 탑재한 네이버랩스의 풀스택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됐다.

이 관계자는 "모든 로봇과 자율주행 셔틀은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 구축된 ARC(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와 ARM-System(적응형 로봇 관리 시스템)을 통해 공간 및 서비스 인프라와 실시간으로 연동된다"며 "GPS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도 로봇의 현재 위치와 경로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로봇의 이동과 태스크 수행을 위한 계획과 처리를 대신해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로봇 시스템은 작업자들이 단순 반복 업무와 이동에 소모되는 시간을 줄이고 전문적 시설 안전 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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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세종 전경. 사진=네이버클라우드

각 세종의 안정성은 원자력발전소 수준이다. 네이버는 지반 안정성과 주변 안전성 등 각 지역의 토양 지질까지 분석해 AI 데이터센터에 가장 적합한 부지를 선정했으며 단단한 화강암으로 된 부지에 서버관이 안전하게 안착될 수 있도록 위치를 설계했다. 지진을 대비해 원자력 발전소 수준의 건물에 적용하는 특등급의 내진 설계를 건물 구조체뿐 아니라 서버랙 단위까지 전체 적용했다. 이는 일본 후쿠시마 지진 강도에 해당하는 진도9 수준의 지진에도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는 등급이다.

전력은 최대 270㎿를 공급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 메인 전력 공급 선로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보호해 외부 물리적 충격으로부터 안정성을 높였고 주 선로와 예비 선로를 이원화해 재난 사고 시 서로 영향이 없도록 구성했다. 데이터센터 내 모든 전력 계통은 실사용되는 액티브 전력과 비상상황을 대비한 스탠바이 전력이 최소 두 개 이상의 짝을 이루고 있다. 내부 설비는 스태틱 UPS(Static UPS)가 적용돼 모듈러 단위로 증설과 이전이 가능하다. 각 세종이 확보한 175만ℓ의 저장 유류량은 연비 15㎞의 자동차가 지구에서 달까지 32회 왕복이 가능한 양에 해당한다.

소화가스실. 사진=네이버클라우드
소화가스실. 사진=네이버클라우드

화재 대응 시스템도 철저하다. 주변이 녹지이고 화재 발생 시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서버실 내부 소화시설뿐 아니라 외부 산불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외부 화재 발생 시 불길이 각 세종에 닿기 전에 진압할 수 있도록 방수총을 본관과 북관, 워크스테이(심야 작업 점검자를 위한 공간)에 설치했다. 외부 조경 공간에는 스프링클러와 숨은 불씨도 발견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도 설치했다. 정부 규제 및 보안 사고 방지를 위한 물리보안 시스템도 각 춘천에 비해 한층 강화됐다. 엑스레이, 볼라드, 지문인식, 스피드 게이트 등 추가 조치로 물리적으로도 안전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친환경 노력도 돋보였다. 각 세종 지붕에 모인 빗물은 정화 후 물 사용량이 많은 냉각탑 보급수로 활용하거나 조경 용수로 재사용된다. 본관의 세면기와 샤워기에서 사용한 물은 중수처리 시스템을 통해 정화돼 화장실 용수로 재활용된다. 물 재사용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 물 사용량을 67% 수준으로 절감했다. 태양광 발전 시설을 통해 전력을 추가 확보하고 본관과 워크스테이는 신재생 에너지인 지열을 활용해 100% 냉난방에 활용한다. 이를 통해 각 세종은 연간 약 3만 2000㎿h의 전력을 절감하고 1만 5000톤의 탄소배출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부 도로. 사진=네이버클라우드
내부 도로. 사진=네이버클라우드

이러한 노력의 결과 각 세종은 2024년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인증인 LEED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했다. 당시 각 세종은 글로벌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중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으며 설계 및 건축 단계부터 에너지 효율성 확보와 자연 녹지 보호를 고려해 지속가능한 데이터센터 운영을 실천한 점을 주요하게 인정받았다.

각 세종은 기록을 위한 보존소를 넘어 기록을 지능으로 만드는 기술인 AI의 학습과 추론, 배포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컴퓨팅 인프라가 가동되는 'AI 데이터센터'다. 시설 관계자는 "각 세종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을 넘어 이를 다시 사용자를 위한 지능으로 만들 수 있는 도구인 AI 시스템을 통합 운영하는 인프라의 거점으로 기능한다"며 "20년 이상 축적된 컴퓨팅 자원 및 서비스 운영 노하우와 AI, 클라우드, 로봇, 디지털트윈 등 미래 기술이 결합된 테크 컨버전스 공간으로서 첨단 산업의 글로벌 허브 역할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AI 시대가 도래하는 속도에 맞춰 각 세종의 인프라도 적시에 확장될 수 있다. 2023년 11월 1차적으로 오픈한 북관은 데이터 증가 속도에 맞춰 총 3단계에 걸쳐 순차적으로 가동될 계획이다. 북관이 빠르게 찰 경우를 대비해 2차 서버동 구축 예정 부지도 미리 확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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