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점유율, 3위 SMIC와 1.7%포인트 차로 줄어
'25조' 반도체 매출에도 영업이익은 1조원...파운드리 영향
'종합 반도체 회사' 삼성전자, AI 칩 독자 생산 역량 보유
'임원 물갈이', '고객중심' 등 쇄신 필요하다는 목소리 나와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포인트데일리 이준 기자] 급속도로 발전한 정보기술(IT), 빠르지만 짧지 않은 역사를 이어온 만큼 기술은 늘고 이름은 어렵다. 분명 한국어·영어인데, 직관적이지 않아 전혀 무슨 의미인지 이해는 되지 않고, 사회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게 뭔데? '왓이즈IT'에서 알아보자. <편집자주> 

최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수조원 적자를 보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모바일경험(MX) 사업부와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파운드리를 먹여 살린다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파운드리의 의의를 살펴봤다.

지난 9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전 분기 대비 0.4%포인트 하락한 7.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두 자릿수에 달했던 파운드리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하락하면서 2위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같은 기간 파운드리 3위인 중국기업 SMIC는 시장 점유율이 0.5%포인트 상승한 6.0%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1.7%포인트 대로 좁혔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 하락은 DS 부문 영업이익 하락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올해 1분기 DS 부문은 매출 25조1000억원을 기록하면서도 영업이익은 약 4.4% 수준인 1조1000억원에 불과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등에서 수조원 대 적자를 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AI 경쟁으로 인해 전 세계 반도체가 호조를 입은 것과 대조됐다. 일례로 HBM을 주력으로 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액 17조6391억원, 영업이익은 7조4405억원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적자에도 사업을 이끌고 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DS 부문 내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메모리 반도체 등을 두며 전 세계에 몇 없는 종합 반도체 회사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다. 즉 AI에 핵심인 AI 칩을 독자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을 갖고있는 셈이다. 반대로 파운드리를 놓는다면 여타 파운드리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파운드리와 같은 비메모리 시장과 메모리 시장의 비율은 7:3 정도로 두배 더 크다"고 파운드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파운드리가 성공한다면 AI 반도체에 대한 강점을 지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는 말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을 파고들고자 파운드리에 진출한 삼성전자가 어려움이 있더라도 투자를 계속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7년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를 분리하는 한 수를 두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강세를 보였던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신호탄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는 한때 파운드리 시장의 16%대를 차지하며 '선발대' TSMC를 위협했다. 다만 수율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대두되면서 고객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 고객에게 반도체 설계도를 받아 위탁 생산하는 만큼 고객사는 정보 유출에 예민할 수 밖에 없다. TSMC는 파운드리를 위주로 운영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설계를 맡는 시스템LSI를 두고있다. 이는 파운드리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됐으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직접 나서 "분사에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추락에는 조직 문화도 한 몫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지난해 말 동아일보에 따르면 삼성전자 DS에서 20년간 일한 엔지니어는 "보고서 쓸 때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게 쓰라'는 지시가 떨어진다"고 폭로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17~19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조직 문화 개선 등 개선을 위해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환 교수는 "파운드리 반등을 위해선 기초로 돌아가 쇄신이 필요한 것 같다"면서 "조직을 물갈이 하는 등 극약 처방과 함께 고객 중심의 문화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인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