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반도체 수출액 중 미국 수출액은 7%에 불과
'효자 상품' HBM도 주로 대만에 흘러 들어갈 듯
미국 공장 짓는 삼성·SK, 새로운 기회 될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포인트데일리 이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가 가시화 되는 가운데 관세로 인한 삼성 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타격은 미비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들에게 이달말 의약품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면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도) 비슷하다"며 "덜 복잡하다"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대미 수출품 중 반도체의 수출액은 10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반도체 수출액(149억7000만달러) 중 약 7%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이 수출하는 반도체는 다양하지만 그 중 효자 상품은 고대역폭메모리(HBM)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합해 약 80%에 달한다.

국내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주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에게 위탁을 맡기고 있다. TSMC는 주로 대만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TSMC는 주주총회에서 "TSMC 생산능력의 80~90%가 대만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TSMC 본사가 위치한 대만 신주과학단지 내에는 3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등 현행 공정 기술을 비롯해 구공정 팹 등 다양한 시설을 두고 있다. 향후 차세대 공정 기술인 2nm 팹 역시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지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엔비디아가 글로벌 HBM 중 대부분을 소모하는 만큼 TSMC와의 관계가 이어진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은 관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서 TSMC의 기술을 언급하며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즉 최근 중국 수출 규체가 풀린 엔비디아 저가형 칩 'H20'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익 역시 양사 모두 반도체 관세 영향이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H20은 5세대인 HBM3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저조한 반도체 성적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H20에 HBM을 납품하며 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H20 수출 완화는 엔비디아에서 팔요하는 HBM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세컨드 밴더로써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이미 경쟁사보다 앞서 엔비디아에 HBM3E을 공급하고, HBM4 역시 차질 없이 판매하며 HBM 시장 입지를 강화할 전망이다. 다만 관세에 대해선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직 부과되지 않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미국 내 반도체 공장 둘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 준공을 목표로 2022년 미국 텍사스주에 태일러 팹을 착공했다. 태일러 팹은 삼성전자의 2nm 파운드리 양산 설비가 들어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관세가 우려되는 가운데 지리적 장점을 앞세워 파운드리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첫 미국 생산기지로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TSMC가 미국 공장에 1000억달러 투자를 예고한 만큼 SK하이닉스의 미국산 HBM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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