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3분기 회계연도 '사상 최고' 실적 갱신
미국·유럽 전력망 포화에 신규 시장으로 중동 주목
엔비디아·xAI, 사우디 데이터센터 건설…한국도 'UAE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

엔비디아.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 사진=연합뉴스

[포인트데일리 권상희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의 지형이 중동을 중심으로 다시 짜이고 있다. 엔비디아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AI 붐을 재확인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력망 한계와 환경 규제가 겹치며 AI 인프라 확장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석유 자본, 값싼 전력, 광활한 부지, 정부 주도의 신속한 의사결정 등 AI 데이터센터 구축의 4대 조건을 모두 갖춘 중동이 글로벌 기업들의 새로운 각축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엔비디아 최대 실적에도 'AI 거품론' 여전= 20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xAI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부터 한국까지 AI 생태계가 중동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핵심 행위자들이 앞다퉈 중동으로 향하면서 글로벌 컴퓨트 패권의 무게추도 서서히 이동하는 분위기다.

엔비디아는 19일(현지시간) 회계연도 3분기 매출 570억1000만달러(약 83조4000억원), 주당 순이익(EPS) 1.30달러로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내 전력망 포화, 신규 리전 부지 부족, 인허가 병목 등 구조적 제약이 AI 기업들의 성장을 제한하고 있다. 유럽 역시 환경 규제와 지역사회 반발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에 수년이 소요된다. 'AI 거품론'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글로벌 AI 기업들이 새로운 확장 기반을 찾아 나선 곳이 바로 중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유럽 전력망 포화…중동이 해법으로 부상= 중동이 글로벌 컴퓨트 패권 경쟁의 핵심 무대로 떠오른 배경은 단순한 석유 자본 때문만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중동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의 핵심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는 점이 결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유는 네 가지로 첫째,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의 전력 단가다. 천연가스와 원전, 태양광을 기반으로 한 값싼 전력은 초당 수십억 연산을 처리하는 GPU 집약형 데이터센터 운영에 최적이다. 둘째는 빠른 의사결정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2~3년 걸리는 인허가가 중동에서는 국가 직접 개입으로 더욱 신속하게 진행된다.

셋째, 광대한 부지다. 수백~수천 MW(메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지을 대규모 산업용지가 국가 차원에서 즉시 제공된다. 넷째, 태양광·원전 중심의 재생에너지 투자로 ESG 요구에 부합하는 친환경 AIDC를 구축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벌써 중동을 두고 '새로운 GPU 오일필드'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20세기 석유 패권의 중심이던 중동이 21세기에는 컴퓨트 패권의 중심으로 재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사우디아라비아 투자포럼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사우디아라비아 투자포럼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xAI, 사우디서 500MW급 프로젝트 착수= 젠슨 황의 엔비디아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xAI는 사우디 국부펀드가 지원하는 AI 기업 휴메인과 협력해 500MW급 이상 초대형 데이터센터 개발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수만 개의 최신 AI GPU 공급 계약이 체결됐으며, 이번 협력에 따라 사우디 내 xAI의 AI 모델 그록의 활용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UAE 소재 G42와 사우디 소재 휴메인에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 최대 3만5000개와 동등한 연산력의 반도체를 구매하는 것을 허가하면서, 향후 이들의 사업도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근에는 AMD과 시스코도 사우디에 최대 1GW(기가와트) 규모 AI 인프라 합작을 공식 발표하고 100MW 1단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MS는 아부다비의 G42와 200MW 규모 클라우드 확장을 추진하고, AWS와 구글클라우드도 UAE와 사우디 리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1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UAE 문화교류 행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관 산업부 장관(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1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UAE 문화교류 행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UAE 스타게이트 참여…본격 수주전 돌입= 한국은 최근 UAE와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초기 투자만 30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공식화했다. 최대 5GW급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구축을 목표로 하며, 내년 200MW급 시설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가 한국 기업들이 국내 전력망 제약을 벗어나 역외 AI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또 AI 패권 경쟁의 축이 '칩 성능'에서 '데이터센터 입지'로 이동하면서, 전력·공간·정책·자본의 4대 조건을 갖춘 중동이 글로벌 AI 전략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기술 기업은 중동에서 확장성 해법을 찾고, 중동은 AI로 탈석유 전략을 가속하며, 한국은 패키지 공급망 확장 기회를 얻는 구조"라며 "이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컴퓨트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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