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6년간 추진···수익구조서 체질개선 윤곽
전자, 가전 구독화·전장 수익성 등 사업 재편 성과
디스플레이, 4년만에 흑자전환 체질 개선 회복 국면
이노텍, 사업다각화···신사업 확대로 성장 모멘텀

[포인트데일리 윤은식 기자] LG그룹의 전자 삼각편대(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가 받아든 올해 3분기 성적표는 '반등'과 '불안'이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구광모 회장이 취임 이후 6년간 추진해온 '선택'과 '집중'이 계열사 수익 구조에서 체질 개선 윤곽이 드러난 점은 긍정 신호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 발 통상 불확실성이 겹친 가운데 내년이 '실적 검증의 원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의 올해 3분기 실적은 '하락 진정'과 '부분 회복'으로 요약된다. LG전자는 가전과 전장을 축으로 수익성을 방어했고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 성과로 4년만에 흑자 전환했다. LG이노텍은 고부가 카메라 모듈 및 RF-SiP(Radio Frequency-System in Package) 등 통신용 반도체 기판의 공급 증가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구광모 LG 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구광모 LG 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뚜렷해진 구광모의 기술 중심, LG전자 체질 변화로 = LG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21조8737억 원, 영업이익 688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4%, 8.4% 감소했지만, 2분기 어닝쇼크(4890억원) 이후 개선 흐름이 이어졌다. 가전(HS)사업본부는 매출 6조5804억 원, 영업이익 3659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4.7%, 3.2% 늘었다. 프리미엄과 볼륨존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주효했고, 냉장고·세탁기 등 고가 라인 판매와 구독·온라인 채널 확장이 이익 개선을 이끌었다.

전장(VS)사업본부는 매출 2조6467억원, 영업이익 1496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매출과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동시에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차량용 전장부품 수주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며 미래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TV(MS)사업본부는 매출 4조6525억원, 영업손실 3026억원으로 적자 폭이 컸다. 글로벌 시장 경쟁 심화 속에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약 1000억원)이 반영되며 손실이 확대됐다. 프리미엄 OLED TV는 방어했지만, 중국 저가 브랜드의 공세와 전 세계 TV 수요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공조(ES)사업본부는 매출 2조1672억원, 영업이익 1329억원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기업 간 거래(B2B) 매출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5조9000억원, 구독형 가전 매출은 7000억원으로 31% 늘었다. 전체적으로 가전과 전장이 버티며 수익성 하락세를 완화했으나, TV부문의 적자가 전사 이익을 깎아먹었다.

이번 실적 흐름은 구광모 회장이 강조해온 '미래 성장'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구 회장은 단기 실적보다 미래 수익구조를 중시하며, 가전의 구독화·전장의 수익성 강화·B2B 중심 사업 재편 등 중장기 포트폴리오 재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AI가전·전장·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등으로 성장축을 재편하는 작업이 LG전자뿐 아니라 전자 계열사 전반에 걸쳐 병행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스트레처블 OLED 디스플레이 솔루션.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스트레처블 OLED 디스플레이 솔루션. 사진=LG디스플레이

◇4년만에 흑자전환···체질 개선 궤도 안착 = LG디스플레이는 OLED 집중 전략으로 마침내 반전을 이뤘다. 3분기 매출 6조9570억 원, 영업이익 4310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애플 등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로 수익성이 높은 모바일 OLED 패널 공급이 급증한 데다, 원가절감과 구조조정 효과가 더해졌다. 제품별 매출 비중은 TV용 16%, IT용(노트북·모니터·태블릿 등) 37%, 모바일 및 기타 39%, 차량용 8%다. 애플 신제품 출하와 게이밍·태블릿용 OLED 수요가 실적을 견인했고, 차량용 패널 판매도 성장세를 탔다. 이에 따라 4년 만의 연간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유력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2022~2024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OLED 중심 구조가 실적에 본격 반영되며 구조적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LCD 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고부가 OLED 확대 등 비용 효율화가 맞물리며 체질 개선의 궤도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판·모빌리티 신사업 확대로 성장 모멘텀 찍은 '이노텍' = LG이노텍은 고부가 카메라 모듈 및 반도체 기판 공급 확대로 영업이익 증가로 올해 3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매출 5조369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6% 줄어들었으나 영업이익 2037억원으로 1년 전 보다 56.2% 늘었다.

기판소재사업의 안정적 수익도 방어에 기여했다. 애플향 매출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회사는 AI 서버용 모듈·차량용 센서 등으로 사업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차량 센싱, 라이다, 전장 모듈 등 고성장 분야로의 확장은 향후 2~3년 실적 변동성을 완화할 카드로 꼽힌다.

3분기 전자 계열사 성적만 놓고 보면 구 회장이 추진중인 '선택'과 '집중' 효과가 실적에서 나타나는 모양새다. LG전자는 전장과 AI가전에서, LG디스플레이는 OLED에서, LG이노텍은 부품 다각화에서 각자의 체질 개선 성과를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은 구 회장의 기술 중심과 지속성장의 경영 방향이 본격적으로 수익으로 나타날지 검증이 되는 해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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