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인트데일리 창간 9주년 [대전환기 한국경제 '혁신'에서 길을 찾자]
민간 최초 해조류연구센터 설립...김 육상양식 기술개발
배양배지 자체 원료 생산으로 안정적 품질과 원가 절감
전분당 사업 경험 바탕으로 300억 투자 군산 공장 구축
'청정원' '종가' 종합식품사업부터 바이오 등 사업 확장 중

[포인트데일리 신단아 기자] 한국 경제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큰 홍역을 겪었고 최근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압박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기후 변화 등 복합적 도전 속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혁신을 무기로 국내외 산업 파고를 헤쳐나가야만 한다. 이제 혁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자,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원동력이다. 포인트데일리는 창간 9주년을 맞아 [대전환기 한국경제 '혁신'에서 길을 찾자] 기획을 통해 대전환기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혁신의 해법과 함께 생존의 방향성을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바다 김을 육상에서 기르고, 실험실에서 고기를 만들고, 설탕을 대체할 '진실한 단맛'을 개발하는 기업.
대상이 전통적인 식품회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도전으로 '미래 먹거리'를 위한 혁신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69주년을 맞은 대상은 '전통의 맛'과 '미래 혁신'을 동시에 품은 기업이다. 순수 국내 자본과 기술로 출발해 세계 일류의 발효 기술을 확보한 대상은 지금도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식품회사로 성장 궤적을 이어가고 있다.
'청정원'과 '종가'라는 국민 브랜드를 앞세운 종합식품사업부터 바이오·전분당 사업까지, 대상은 국내외 식품·소재 산업을 선도하며 영역을 넓혀왔다. 2011년 2조1638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조255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흔들림 없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대상은 소비자 입맛 변화를 반영한 제품군 확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투자, 그리고 배양육·대체당 같은 신사업 발굴을 통해 전통을 지키면서도 변화를 선도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 바다를 육지로 옮기다, '김 육상양식'
겨울 바다에서만 자라던 김을 이제 1년 내내 땅에서 기를 수 있다는 것. 막연한 미래의 기술 같지만, 전남 고흥에 구축한 육상양식장에서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대상은 2017년 목포에 '해조류연구센터'를 세우고 김 산업의 혁신을 본격화했다. 마른김의 단백질부터 색깔까지 13가지 기준으로 9개 등급으로 나누는 '품질등급제'를 도입해, 반찬용·식재료용·스낵용으로 최적화된 김을 생산한다.
2023년부터는 물김에도 색차·성분·물성 등 6개 항목을 적용한 등급제를 도입했다. 보다 과학적인 분석을 위해 단백질 검사기, 식감 분석기, 색차계 등 최신의 분석 장비를 도입해 선진화된 기술을 활용한 김 품질 분석을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이력추적시스템을 도입해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으며, 산지에 공장을 구축해 위생적이고 친환경적인 생산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제품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밖에도 포장 시 습기제거제로 사용되던 실리카겔을 없애고 대상의 특허 기술인 질소치환포장법을 도입해 친환경 경쟁력도 높였다.
특히 전남 고흥 육상양식장은 반폐쇄형 부착식 방식으로, 바닷물과 햇빛을 그대로 활용해 마치 바다를 육지로 옮겨온 듯한 친환경 시스템을 구현했다. 기존의 폐쇠형 방식이 모든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절하느라 비용이 많이 들고 김 크기도 작았다면, 대상이 선택한 반폐쇄형 방식은 자연의 힘을 빌려 경제성과 품질을 모두 잡은 것이다.
대상은 1차 시범 생산에 성공한 데 이어 현재 시설 확장에 나서 2차 양식을 준비 중이며, 이를 통해 원초 수확을 연중화하고 산업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더 주목할 만한 소식은 올해 5월 해양수산부의 대형 국책과제를 따낸 것이다. '지속가능한 우량 김 종자생산 및 육상양식 기술개발' 사업의 주관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된 대상은 2029년까지 5년간 총 350억원을 투입받아 4차 산업형 김 육상양식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지자체·학계·산업계 등 전국 200여 명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대상은 4차 산업형 김 육상양식 시스템 완성의 중심에 서게 됐다.

◇ 실험실에서 고기를, '배양육' 도전
대상의 혁신은 바다를 넘어 실험실로도 향한다. 바로 '배양육' 사업이다. 동물을 기르지 않고도 세포 배양을 통해 고기를 만드는 기술로, 환경오염을 줄이면서도 단백질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상은 배양육 대량생산을 위한 배지 제조설비 및 대량 배양설비를 도입하고, 배양 공정을 확립해 배양육 배지를 제품화하고, 추후 배양육을 제품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2021년 엑셀세라퓨틱스·스페이스에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2022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 선정돼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배양육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비용이다. 전체 생산원가의 90%를 차지하는 배양육 배지 가격을 낮춰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대상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배양배지의 핵심 원료인 각종 아미노산을 비롯한 다양한 식품 원료 및 식물성 유용 소재에 대한 제조 기술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업체들이 비싼 값에 원료를 사와야 하는 반면, 대상은 자체 생산으로 제조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셈이다. 이를 통해 무혈청배지와 식품 원료 기반 배지를 개발해 경제성과 가식성을 동시에 높일 계획이다.

◇ 설탕을 대신할 '진실한 단맛'
설탕의 시대가 저물고 '대체당'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당류 저감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영국은 2018년 음료 100ml당 설탕 5g 이상 함유 시 1L당 0.18파운드의 설탕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우리나라 역시 다양한 당류 저감 정책을 펼치며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설탕의 단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칼로리는 현저히 낮은 알룰로스가 '꿈의 대체당'으로 주목받고 있다. 알룰로스는 설탕 대비 70% 수준의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는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식품업계의 구세주로 떠오른 것.
대상은 이 흐름에 발맞춰 알룰로스 전용 생산기반을 구축하며 글로벌 무대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상은 1965년부터 이어온 전분당 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2023년 약 300억원을 투자해 군산 공장에 알룰로스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 현재 롯데칠성음료, 동아오츠카, 하이트진로음료 등 국내 주요 음료업체를 포함한 50여 개 거래처에 공급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알룰로스 생산을 기반으로 지난해 대체당 통합 브랜드 '스위베로'를 론칭했다. 'Sweetness(달콤함)'와 이탈리아어 'Vero(진실된)'를 결합한 이 브랜드명은 '진실한 단맛'을 의미하는 동시에 'Zero'와 유사한 어감으로 제로 칼로리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는 전략이다.
대상 관계자는 "대상은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전략을 통해 건강 지향적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국내외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스위베로를 앞세워 북미·동남아 시장 공략과 유럽 노벨푸드 등록을 통한 진출로 글로벌 대체당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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