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 변화에 보험사 성장성 둔화…당국 규제 압박 겹쳐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카드사 본업 위축…간편결제 확산도 부담
전통적 수익모델 한계…신사업 진출·당국 제도지원 필요

사진=챗GPT 생성형 이미지
사진=챗GPT 생성형 이미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 경제와 자본시장이 구조적 대전환기에 진입했다. 정부는 국력 세계 5위와 국민소득 5만달러, 코스피 5000포인트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과제를 야심차게 제시했지만 한국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국 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 등 대내외 악재로 국내 경재 성장률은 2030년대 1%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한국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은 제도 개편과 규제 혁신이다. 포인트데일리는 창간 9주년을 맞아 [대전환기 한국경제, 혁신에서 길을 찾자]를 통해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편집자주>

[포인트데일리 김종혁 기자] 보험·카드업권이 변화하는 시장 흐름과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 강화 기조로 성장성이 둔화됐다는 우려가 심화되면서 새로운 성장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간편결제 확산 등 시장 패러다임이 급격히 바뀌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이어지며 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다.

◇인구구조 변화에 보험사 성장성 둔화…당국 규제 압박 겹쳐

올해 보험산업의 전체 수입보험료 전망치는 254조7000억원으로 전년(248조8000억원) 대비 2.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증가율인 4.7% 대비 절반가량 낮은 수치다.

보험산업의 성장률 둔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2~2011년까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연평균 수입보험료 증가율은 각각 6.0%, 12.7%를 기록했지만 2015~2022년에는 3.2%, 4.7%로 낮아졌다.

이는 국내 보험산업이 시장 포화상태에 다다른 가운데 저출산·고령화 인구구조 변화가 가속화된 여파로 분석된다.

가장 최근인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도 보험업계의 위기감이 드러난다. 국내 22개 생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총 3조334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5% 줄었으며 31개 손보사들의 순이익은 4조6410억원으로 19.2% 감소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보험사 건전성 하락 위험과 과당경쟁 심화를 이유로 한 규제 일변도 정책이 보험업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130%대 높은 환급률과 사망보장을 동시에 제공하는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제동을 걸고 보험료가 표준형 대비 저렴한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에 대한 보수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규제 강화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보험사 ’자본의 질’을 강조하는 기본자본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규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보험사의 자산·부채를 시장금리로 평가하는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에서 금리인하 본격화로 건전성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새로운 규제 도입으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이 더욱 커졌다.

아울러 상생금융 압박도 보험사들의 수익성을 위축시키고 있다. 5대 대형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들은 국민 보험료 부감 경감을 위해 지난 2022년부터 4년 연속 보험료 인하를 단행했다.

누적된 보험료 인하 여파로 5대 손보사들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손익은 총 12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2% 급감한 상태다. 하지만 그동안 정책 기조를 감안했을 때 내년도 5년 연속 보험료 인하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카드사 본업 위축…간편결제 확산도 부담

시장변화와 금융당국의 규제로 성장동력이 둔화된 것은 카드업권도 마찬가지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3년 주기로 낮아지면서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성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8개 전업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의 총수익 중 가맹점수수료 비중은 지난 2018년 39.1%에서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29.0%로 떨어지며 사상 처음으로 30% 아래로 내려갔다.

이에 카드사들은 카드론 등 대출 서비스를 확대해 수익성 보전에 나서 왔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와 6·27 부동산 대책 등 대출규제 강화로 공격적인 카드론 영업도 어려워진 상태다.

8개 전업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 5월 39조5177억원에서 6월과 7월에 각각 전월 대비 1466억원, 294억원씩 줄어들며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결제 패러다임의 변화도 기존 결제시장의 강자였던 카드사들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요인이다.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핀테크 기업들이 내세운 모바일·큐알(QR)코드·얼굴인식 등 간편결제가 소비자들의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스테이블코인의 확산 역시 카드업권의 잠재적 위협으로 꼽힌다. 달러와 원화 등 법정화폐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초월해 손쉽게 송금·결제가 가능한 차세대 결제수단으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아직 국내 결제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법제화 및 상용화 여부에 따라 향후 카드사들의 결제 수익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일 서울 강남구 SJ쿤스트할레에서 열린 '토스 페이스페이' 간담회에서 관계자가 페이스페이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서울 강남구 SJ쿤스트할레에서 열린 '토스 페이스페이' 간담회에서 관계자가 페이스페이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통적 수익모델 한계…신사업 진출·당국 제도지원 필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따라 보험·카드업권 모두 전통적인 수익 모델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새로운 성장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보험사는 고령층을 겨냥한 시니어 사업, 건강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와 함께 해외시장 진출 확대가 미래 먹거리로 꼽히며 카드사의 경우 결제 인프라와 결제·소비 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 확대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보험사와 카드사가 서민경제와 직결된 금융 서비스를 담당하는 만큼 금융당국도 규제 강화뿐 아니라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성 측면에서 보험산업의 매력도는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다"며 "현재의 시장점유율 중심 경쟁에서 새로운 시장 창출이나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경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간편결제 확대와 스테이블코인 등 결제시장 변화로 카드사들은 기존 결제 인프라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진출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명확한 규제와 인프라 지원으로 금융 혁신과 소비자 보호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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