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6세대 D램 공정으로 차별화...안정적 수율 必
SK하이닉스, 앞선 'EUV 장비' 도입하며 공정 개선 나서

[포인트데일리 이준 기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최근 일반 D램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를 두 분기 연속 제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로 우뚝 선 SK하이닉스가 올해 시장을 휘어잡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최근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 21조2000억원으로 시장의 기대에 미치못했다. 특히 HBM 시장에서 부진한 탓이다. 글로벌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7%로 전년동기 대비 2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55%에서 62%로 7%포인트 상승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메모리 부문 매출은 21조8000억원으로 삼성전자를 근소하게 제쳤다.
HBM이 D램을 수직 적층해 패키징한 제품인 만큼 HBM 부진은 D램에도 영향을 준다. 트렌트포스가 지난 2일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D램 시장은 매출액 기준 316억3000만달러로 전 분기 대비 17.1% 성장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2분기에도 점유율 36.0%를 확보하며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전 세계로 확대된 '인공지능(AI) 붐' 현상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전략이 갈리며 시장의 판도가 다시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세계 메모리 시장 규모는 1848억4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내년에는 16.2% 상승한 2148억2600만달러로 연이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양사의 메모리 시장을 두고 벌이는 경쟁은 올해 하반기 더욱 격화될 전망인 가운데 삼성전자는 기술, SK하이닉스는 소재와 장비를 앞세우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HBM 최대 큰손인 엔비디아로부터 5세대 HBM인 HBM3E 품질 인증이 늦어지면서 아직까지 납품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4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납품한 만큼 품질 인증에 통과한다면 HBM3E 역시 일부 납품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4를 성공적으로 납품한다면 HBM3E를 건너 뛰었다고 볼 수 있지만 아마 일부 HBM3E를 납품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업계가 그렇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인 HBM4 납품을 위해선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 최정구 카운터포인트 책임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차세대 칩셋 루빈에 HBM4를 납품하기 위해서는 고객 입장에서 품질 확보와 일정 수준 이상의 수율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HBM4에서 10나노급 6세대(1c) D램 공정을 사용해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황태호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첨단 공정을 사용할 수록 발열 등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좋다"고 말했다.
고객사 니즈에 맞는 수율은 해결 과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리포트에서 "현재 삼성전자 1c nm D램 기반의 HBM4 초기 개발 과정 및 성능이 양호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내년 HBM 판매 확대를 위해선 안정적인 수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 'High-K EMC' 소재 적용 고방열 모바일 D램 제품을 개발해 고객사 공급을 개시했다. EMC는 반도체를 보호하고, 열 방출을 돕는 반도체 후공정 필수 재료로, SK하이닉스는 열전도 계수가 높은 물질을 사용했다.
최근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모바일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위에 D램을 적층하면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고 있으나 AP에서 발생한 열이 스마트폰 성능 저하를 야기한다는 것이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제품으로 고사양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발열 문제를 해결해 글로벌 고객사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EMC 소재인 실리카에 알루미나를 혼합 적용해 열전도도를 기존 대비 3.5배 수준으로 향상시켜 열 저항을 47% 개선했다. 향후 SK하이닉스는 소재 혁신으로 모바일 D램 시장 내 입지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또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업계 최초 네덜란드 ASML의 노광기인 양산용 'High NA EUV' 장비를 이천 M16팹에 반입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이는 기존 EUV 대비 더 큰 NA(개구수)를 적용한 것이 특징으로 현존 가장 미세한 회로 패턴 구현이 가능하다. 회로를 정밀하게 구현하면 웨이퍼당 칩 생산량이 늘어나 전력 효율과 성능이 개선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1년 10나노급 4세대(1a) D램을 시작으로 EUV를 도입해오기 시작했다. 미세화와 고집적화를 위해선 EUV 장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하이 NA EUV 장비를 도입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모델은 'EXE:5000'로 이번에 SK하이닉스가 도입한 'EXE:5200B'의 전 세대다. 이번 장비는 기존 EUV(NA 0.33) 대비 40% 향상된 광학 기술로 1.7배 정밀한 회로 형성이 가능하며, 2.9배 높은 집적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10나노 D램 공정부터는 EUV 장비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즉 현재 삼성전자 대비 한 세대 늦은 5세대(1b) D램 공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SK하이닉스가 차세대 EUV 장비를 도입하면서 공정 개선에 나섰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공정을 발전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거쳐야할 것이 있다"며 "해당 장비는 단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모든 반도체는 초미세 패턴을 할수록 유리하다. D램은 10나노 공정을 사용하는데 더 줄일 수 있다면 당연히 좋다"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노광기"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노광기를 도입하면서 삼성전자의 6세대 D램 공정을 넘어 7세대 공정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다만 문제는 수율이다. 이 교수는 "노광기만 좋다고 해서 무조건 양산성이 있다는 것은 아니"라며 "얼마나 빨리 안정화를 시킬 수 있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은 더 지켜봐야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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