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통화 품질 논란 속 '투자 축소'는 지속
최소 투자 규모 법제화 등 규제 방안 마련해야

[포인트데일리 손지하 기자] 국내 이동통신 3사가 5G 서비스 품질 개선보다 마케팅 비용에 집중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5G 상용화 이후 6년이 지났음에도 통화품질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통신사들의 설비투자는 오히려 대폭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설비투자(CAPEX)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4년 통신 3사 설비투자 합계는 6조 61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5G 상용화 원년인 2019년 8조 7793억원 대비 2조 1686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불과 5년 만에 설비투자가 24.7% 감소한 셈이다.
개별 통신사별로 살펴보면 SK텔레콤은 2025년 CAPEX를 2조 6319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한 수치이지만 AI 데이터센터 등 성장 동력 확장에 따른 것으로 기존 5G 네트워크 투자와는 별개다.
KT는 2025년 2분기 누적 별도 기준으로 8458억원을 집행했으며 2024년 연간 별도 집행액은 2조 2999억원이었다. LG유플러스는 2025년 2분기 CAPEX가 39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4% 줄었고 2024년 연간으로는 1조 9208억원으로 전년 대비 23.6% 감소했다.
◇마케팅 비용은 설비투자 압도=투자 축소와 대조적으로 마케팅 비용은 설비투자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분기 기준 SK텔레콤의 마케팅 비용은 6920억원으로 3사 중 가장 높았으며 설비투자 대비 6.5배에 달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5000억원에서 6000억원가량을 마케팅에 투입해 설비투자 대비 60~77%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3사 중심으로 재편된 이후 지속돼 온 관행이다. 특히 단말기 유통법 제정 이전 SK텔레콤은 마케팅에 연간 3조원 이상을 투입하며 설비투자 대비 2조원가량 많은 비용을 마케팅에 쏟아부었다.
LG유플러스 역시 LTE 시대 꼴찌 탈출을 목표로 마케팅 비용을 2조원대로 늘리며 설비투자보다 1조원 가까이 더 많은 비용을 마케팅에 투자했다.
◇소비자 피해는 고스란히 전가=통신사들의 투자 축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5G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 상당수가 단말기에 'LTE'라고 표시되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5G 이동통신의 통화품질 문제는 5G 사용자 사이에서 지난 6년여간 꾸준히 이어져 왔으나 여전히 개선이 더디다. 고주파 대역 주파수를 활용하는 5G는 LTE보다 전파 직진성이 강하고 도달거리가 짧아 장애물 간섭을 많이 받는다. 통화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지국을 세워야 하지만 투자 축소로 인해 개선이 미미한 상황이다.
◇경쟁 미흡한 시장구조가 원인=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근본 원인을 경쟁이 미흡한 국내 이동통신 시장 구조에서 찾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매년 발표하는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보고서에서 국내 이동통신시장 경쟁을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통신 3사는 2019년 5G 초창기 LTE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로 상용화 실현 69일 만에 5G 서비스 가입자 100만명 돌파라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5G 가입 추이가 정체기에 접어들자 투자를 대폭 줄인 상황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대비 농어촌, 산간지역은 수신율이 떨어지지만 주파수 할당 기준을 충족하면 설비투자는 현상 유지에 그치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5G 할당 조건을 모두 채운 지난해부터 설비투자 비용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통신의 질적 서비스보다 마케팅 중심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의 통신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전히 데이터 끊김 등 통신 품질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전문가는 "통신사들이 5G 품질 개선보다 단기 수익에만 매몰돼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주파수 할당 조건에 지속적인 품질 개선 의무를 포함시키고 최소 투자 규모를 법제화하는 등 강력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