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우려로 1:5000 축척 지도 해외 반출 거절한 정부
데이터센터는...구글 "해외서 원활한 처리 필요" 거절
업계 "법인세 회피 탓", "해외에 두는 빅테크 관행" 팽팽

[포인트데일리 이준 기자] 급속도로 발전한 IT, 빠르지만 짧지 않은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IT 이슈는 계속해서 발생하는데 용어부터 어려워 의미인지 이해는 되지 않고, 사회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왓이즈 IT'에서 보다 쉽게 알아보자. <편집자주>
전 세계 20억 명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구글 지도, 국내에서는 '길찾기'와 '내비게이션' 기능이 빠진 '반쪽 짜리'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구글의 무임승차 고집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은 지난 5일 블로그를 통해 '한국 내 구글 지도 서비스 관련 주요 질의에 대한 안내'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근 국내에서 진행중인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과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터너 부사장은 △구글이 한국정부에 반출을 요청한 지도 1:5000 축척의 '국가기본도' △1:25000 축척 지도는 복잡한 도심에서 상세한 길 안내를 제공하기에는 부족 △해외 데이터센터에서 지도 데이터가 처리돼야 하는 이유는 전세계 20억 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요청하더라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함 등을 주장했다.
앞서 구글은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1:5000 축척의 지도를 해외로 반출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 요청한 바 있다. 1:5000 축척 지도는 1cm에 50m 길이를 담고 있는 축척도다.
현재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정부 보안 심사를 거쳐 민감한 정보가 가려진 1:5000 축척 지도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구글은 이를 근거로 정부의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에서 지도 반출에 대해 "통상 문제가 있기에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도 있겠지만, 그에 우선하는 것이 국방과 국민의 안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북한과 정전 상태인 우리나라가 군사 기밀과 같은 정보가 해외로 유출되면 안보 우려가 커질 수 있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구글로 하여금 국내 데이터센터를 두어 보안 우려를 해소할 것을 중간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터너 부사장이 사실상 이 같은 요구를 거절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구글의 입장문을 질책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두지 않는 것은 터너 부사장이 주장한 '원활한 데이터 처리'가 아닌 '법인세 회피 목적'이라는 지적이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대규모 부지와 고부가 설비 투자, 지속적인 관리 등이 필요한 시설로 특정 국가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면 이전하기 쉽지 않다.
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면 그 국가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꼼짝없이 내야해 세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가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IT 업계의 관행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구글이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아일랜드는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12.5%)로 일부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모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의 법인세는 현재 지방세를 포함한 최고세율은 26.4%(지방세 제외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9% 대비 2.5%포인트 높다.
아울러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포인트 일괄 상향'을 골자로하는 세제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한국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매력도는 떨어진 상태다.
만약 정부가 지도를 해외로 반출하는 것을 허용하면 국내 지도 업계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계속 데이터를 쌓아올리는 작업들을 통해 지도를 고도화해왔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은 국내 데이터센터를 두어 법인세를 내면서 자료까지 축적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법인세는 이유 중 하나이지 "핵심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세금은 차후 부수적인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우버, 애플, 메타 등 다양한 빅테크 기업들 기조로는 해외에 데이터 센터를 두고 메인 서버에서 통합적으로 운영·관리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고 했다.
아울러 현재 한국 지도 시장이 포화 상태로 구글이 길찾기와 내비게이션 기능을 탑재하며 후발주자로 나선다고 한들 수익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탓에 투자를 꺼린다는 말도 나온다.
아이지에이웍스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지도·내비게이션 3사(네이버 지도·티맵·카카오맵)의 월 사용자 평균을 합한 수치는 3755만명(교차 사용 고려하지 않음)으로 이미 국민의 절반을 넘어섰다.
한편 터너 부사장은 블로그에서 1:25000 축척 지도로는 "복잡한 도심에서 상세한 길 안내를 제공하기에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해 길찾기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내 지도 업계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1:25000 축척 지도가 길 안내 기능을 제공하기에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현재 애플과 BMW와 같은 기업들은 1:25000 축척 지도를 사용해 국내에서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000 축척 지도를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국내 지도 업계 관계자는 "1:5000 축척 지도를 갖춘 국가가 많지 않다"며 "해당 인프라를 활용해 국내에서 자율주행 데이터나 광고 등 상업적인 비즈니스로 활용하고자 요구하는 듯 하다"고 강조했다.
보안 문제에 대해선 "국내 사업자는 수치 지형도와 위성도 모두 국토지리정보원 데이터를 사용해 안보 위협이 없으나 구글은 외부 사업자(구글 어스) 위성도와 국토지리정보원의 수치지형도를 결합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에 검토되지 않은 위성 이미지가 결합되면 안보시설의 절대 좌표값 등이 그대로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