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 관세·탈탄소 이중고에 제도적 대응
"법안 발의, 철강산업 전환점 신호탄"

[포인트데일리 윤은식 기자]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국회는 철강업계 생존과 전환을 위한 'K-스틸법' 제정에 착수했다. 미국의 50% 고율 관세가 유지되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철강업계가 전방위 압박을 받자 정부와 정치권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철강업계는 "법안 발의는 철강산업의 전환점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4일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을 대표 발의했다.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특별법은 철강산업을 국가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설치가 핵심이다. 위원회는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간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수소환원제철 등 탈탄소 기술을 '녹색철강기술'로 지정해 보조금, 융자, 세제 혜택을 지원하도록 했다. 주요 산업거점에는 규제특례가 허용되는 '녹색철강특구'를 조성하고 공공조달 우선 구매와 국제공동 연구개발(R&D) 등 수요 기반 확충 방안도 담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기구 의원은 "한국산 철강은 미국의 50% 관세 폭탄에 직면해 수출 경쟁력이 크게 훼손됐다"며 "중국산 저가 철강은 밀려오고 국내 건설경기 침체까지 겹쳐 철강산업이 사면초가에 내몰렸다"고 했다. 이어 "탄소중립 전환을 기업 책임으로만 떠넘길 수 없다"며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부가가치 제품 일부를 제외하면 미국 시장 수출이 사실상 중단 위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철강 수출액 332억9000만 달러 가운데 미국 비중은 43억4700만달러(13.1%)에 불과하지만 주로 자동차강판 등 수익성 높은 중간재가 많다.
철강업계는 특별법이 위기에서 기회로 전환되는 '제도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철강산업의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발의된 이번 특별법은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산업 경쟁력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한 실행 가능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협회는 "특별법이 철강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저탄소 전환을 동시에 가능케 할 제도적 토대를 제공하고 철강업계의 위기 극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특별법이 산업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 업계와 소통해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이경호 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은 "철강산업 위기 극복과 녹색철강기술 전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에 특별법안이 국회철강포럼을 중심으로 발의돼 환영한다"며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산업 기반 조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철강 관세 문제가 거론되기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기구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미국 측과 협상에 나선다면 일정 물량 쿼터 면제 등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