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PG 결제망 막혀 리오픈 무기한 연기
“사업 철회 계획 없다”지만 비용만 눈덩이
“제휴 계획 無, 시장상황 따라 협업검토 가능”

오아시스마켓이 티몬을 인수했으나 결제망(PG) 확보 지연으로 ‘티몬 리오픈’이 무기한 연기되며 매출 없이 고정비만 쌓이고, 시장에서는 사업 철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사진=챗GPT 이미지 생성
오아시스마켓이 티몬을 인수했으나 결제망(PG) 확보 지연으로 ‘티몬 리오픈’이 무기한 연기되며 매출 없이 고정비만 쌓이고, 시장에서는 사업 철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사진=챗GPT 이미지 생성

[포인트데일리 김혜미 기자] 티몬을 인수한 오아시스마켓이 출구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인수 직후 ‘티몬 리오픈’ 계획을 내세웠지만, 결제망(PG) 확보가 지연되며 재오픈 일정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티몬은 매출 발생이 전무한 상태에서 서버, 임차료, 인건비 등 고정비만 쌓이고 있고, 오아시스는 사업 철회가 아니라고 선을 긋지만 시장에서는 ‘포기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 PG 결제망 ‘막힘’이 최대 걸림돌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 직후 “영업 재개를 최우선 목표로 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재오픈 계획은 세워지지 못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카드 결제망이 열리지 않는 점이다. 지난 해 티몬에서 발생한 대규모 미정산 사태 이후, 카드사들은 결제 연동 재개에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히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아시스 측은 “제휴 카드사 및 관계기관 민원으로 인해 결제망 구축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며 “안정적인 결제 환경 확보 이후에야 재오픈 일정을 확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현재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결제망이 막히면서 티몬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판매자(셀러)들에게는 “재오픈 일정 확정이 어렵다”며 타 플랫폼을 이용하라는 안내가 나갔고, 내부 인력 일부가 이탈했다. 최근에는 티몬 소속 임직원을 전원 퇴사 처리한 뒤 오아시스 소속으로 재입사시키는 조치까지 이뤄졌다. 브랜드는 남았지만 조직은 사실상 해체된 구조다.

◇티몬 적자 1527억 + 인수 비용 181억 + 추가 투자 500억 ‘눈덩이 비용’

오아시스가 감당해야 할 재무 부담은 커지고 있다. 티몬이 공개한 마지막 실적(2022년)에 따르면 매출은 1205억원, 영업손실은 1527억원이었다. 이는 오아시스의 연간 영업이익(553억원)의 세 배 규모다. 여기에 오아시스는 지난 6월 티몬 인수에 총 181억원을 투입했고,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등 체불 채권까지 부담했다. 지난 7월에는 조기 정상화를 위해 500억원 추가 투자를 예고했으나, 영업 재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오아시스의 재무 건전성만 흔들리고 있다.

실제 오아시스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한 97억 원에 그쳤다. 2분기 단독으로 보면 영업이익이 51.5%나 급감(매출은 1489억원으로 13.6% 증가)했다. 매출은 증가했지만 티몬 인수 부담이 실적을 갉아먹은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지난해 7월26일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티몬과 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지난해 7월26일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커머스 판도 재편… “티몬 재오픈 명분 약해졌다”

이커머스 시장 환경도 오아시스에게 더욱 불리하게 흐르고 있다. 쿠팡은 물류 인프라와 멤버십 락인으로 독주 체제를 강화하고 있고, G마켓은 알리익스프레스와 손잡아 글로벌 수출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컬리와 지분을 맞교환하며 신선배송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반면 위메프는 결국 파산 선고를 받으며 중견 이커머스의 생존 가능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오아시스는 티몬 포기설을 일축했다. 오아시스 측은 “사업 철회 계획은 없으며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할 예정”이라며 “이미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했고,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커머스 제휴나 협업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는 자사만의 신선식품 유통 역량에 집중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플랫폼 제휴 계획은 없다”면서도 “시장 환경 변화를 지켜보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전망이 어둡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년 안에 결제망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버티기가 어렵다”며 “티몬이 무너질 경우 회생기업 인수 시장 전체의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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