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지난달 말 정기인사로 인사 신호탄
롯데그룹·CJ·현대백·LG생건 등 인사폭 대상은…
'성과주의' ‘젊은리더’ 전면 배치로 위기 대응 주목

[포인트데일리 김혜미 기자]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내수 부진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연말 임원인사를 예년보다 앞당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지난 달 26일 정기 인사로 조기 인사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가운데, 롯데·CJ·현대백화점·LG생활건강 등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특히 젊은 임원 발탁과 세대교체, 성과주의 기조가 올해 인사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통상 11월 말~12월 초 단행해온 정기 임원인사를 올해는 11월 초로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8월부터 임원 평가를 조기 실시하며 ‘조기 쇄신 카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유통군을 총괄하는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부회장)와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사장)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의 임기는 2027년까지다. 김 부회장은 미국 P&G·홈플러스 출신 글로벌 전문가로 연임 가능성이 높으나 정 대표와 강 대표는 상반기 매출 부진 등의 이유로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세대교체 관점에서 신유열 미래성장실장 등 3세 경영의 확대 여부도 이번 인사에서 관심사다. 비상경영 체제 속에서 내수 경기 악화 대응과 조직 쇄신이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다.
CJ그룹은 통상 11~12월 단행하는 정기 인사 일정을 유연하게 운영해 왔으며 올해도 조기 인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글로벌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재현 회장의 전략을 반영해 내수 부진과 해외 시장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고려할 전망이다.

특히 장남 이선호 미래기획실장이 6년 만에 지주사 경영에 복귀하며 4세 경영 체제 확립이 임원인사와 맞물려 주목된다. CJ는 지난해 1980~1990년대생 신임 경영리더 12명을 발탁하고 그룹 최초 90년대생 대표를 선임한 전례가 있다. 올해 인사에서도 세대교체와 젊은 리더십 확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통상 11월 초 정기 인사를 실시한다. 지난해 10월31일 인사에서는 주력 계열사 대표를 유지하고 실적 부진 계열사 대표만 교체했다. 올해 3분기 백화점 실적 회복, 면세점 체질 개선과 지누스 흑자전환 등 성과가 나타나 인사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세대교체 측면에서는 과거 1990년대생 CEO 발탁 사례가 있으나 올해는 ‘안정 속 변화’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LG생활건강은 이례적으로 임기가 6개월 남은 대표를 교체하며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이는 내수 부진과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조직 쇄신과 사업 재정비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세대교체보다는 전문성 중심의 경영 안정과 조직 분위기 쇄신이 주목적이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26일 조기 임원인사를 통해 8개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며 성과주의 기조를 강화했다. 임원 32명 중 14명이 40대임을 감안하면 전체 임원 중 40대 비중이 기존 8%에서 16%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세대교체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두드러졌다. 패션·코스메틱1·코스메틱2·자주부문 4개로 체제를 재편하고 김덕주·서민성·이승민·김홍극 등 1980~1985년생 임원을 발탁했다. SSG닷컴과 신세계푸드, 조선호텔앤리조트에도 젊은 리더가 대거 선임됐다. 이번 인사는 내수 부진 속 경쟁력 회복과 위기 극복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조기 인사로 속도감을 살린 사례다.
신세계그룹의 조기 인사를 시작으로 롯데·CJ·현대백화점·LG생활건강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은 올해 연말 임원인사에서 조직 쇄신과 미래 성장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조기 인사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이와관련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글로벌 변수도 커진 상황에서 조기 임원인사는 위기 대응과 경영 전략 수립에 필요한 조치”라며 “올해는 성과주의와 세대교체라는 두 가지 관점이 맞물려 인사 속도가 예년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