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기업' 낙인 벗은 인텔, 18A 공정으로 반도체 패권 도전장

인텔 로고. 사진=연합뉴스
인텔 로고. 사진=연합뉴스

[포인트데일리 손지하 기자] 심각한 경영난으로 파운드리 사업 철수설까지 제기됐던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세계 최초로 최첨단 2나노급 반도체 양산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인텔은 9일 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팹52 공장이 완전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공장에는 인텔이 야심차게 도입한 18A 공정이 적용됐다. 18A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1.8나노미터로 제조하는 첨단 공정으로 구체적 선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2나노급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5나노 이하 파운드리 양산은 세계에서 대만 TSMC와 삼성전자만 가능한 상황이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안에 2나노 양산을 준비 중이었지만 인텔이 한발 앞서 최첨단 공정 양산에 돌입하면서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인텔은 이날 18A 공정으로 제작한 새로운 노트북용 프로세서 팬서 레이크를 공개했다. 이 차세대 칩은 팹52에서 생산되며 내년 출시될 노트북에 탑재된다. 인텔은 이 제품이 인공지능 모델처럼 복잡한 연산이 필요할 때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는 "미국은 항상 인텔의 가장 진보된 연구개발과 제품 설계 및 제조의 본거지였다"며 "우리가 국내 사업을 확장하고 시장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오면서 이런 유산을 이어 나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텔의 이번 성과는 미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자국 빅테크와의 협력 구도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시장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애리조나 팹52 공장은 지난해 3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약속한 시설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반도체 산업 리쇼어링 정책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TSMC 웨이저자 회장으로부터 150조원에 육박하는 대미 투자를 약속받은 뒤 기자회견에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 반도체는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는 경제 안보는 물론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반도체에 대해 100퍼센트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한편 인텔에 대해서는 반도체 보조금을 출자 전환하는 방식으로 지분 10퍼센트를 확보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미국 정부의 인텔 살리기 기조 하에 자국 빅테크도 우군으로 속속 합류하고 있다. 지난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인텔에 약 7조원을 투자하고 PC와 데이터센터용 칩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한 뒤 "우리는 인텔 중앙처리장치의 매우 큰 고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최근 애플에 투자를 요청하면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인텔 파운드리가 AMD 칩을 제조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와 빅테크의 전폭적 지원 하에 인텔 주가는 8월 이후 약 두 달 만에 50퍼센트 넘게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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