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D램·낸드 수요에도 반도체 캐파는 못미쳐
KB증권 "삼성, D램 캐파 80%가 범용 D램 할당"
HBM 시장선 양사 모두 수혜..."삼성·SK가 주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그래픽=이준 기자. 자료=각 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그래픽=이준 기자. 자료=각 사

[포인트데일리 이준 기자] 인공지능(AI) 시대에 따른 데이터센터와 서버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범용 메모리로 캐파(생산 능력)가 짜여진 삼성전자와 고객 맞이 준비를 마친 SK하이닉스에 대한 실적 상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컨센서스는 3개월 전 예상 실적 대비 6.42% 오른 9조8164억원이며 SK하이닉스는 10.07% 상승한 10조8016억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증권가 목표 주가는 각각 9만6320원(전날 종가 8만3900원), 39만6800원(34만7500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양사의 주력 반도체 제품인 D램의 가격은 AI 수요 확대로 인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8월 대비 10.5% 상승한 6.3달러다.

레거시 메모리인 DDR4는 AI 데이터센터용 DDR5의 수요가 늘면서 DDR4의 공급이 줄어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메모리카드와 USB용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도 지난 8월 대비 10.6% 오른 3.79달러를 기록했다.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에도 메모리 반도체사의 캐파는 이에 못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날 올해 3분기 말 글로벌 D램 공급자 평균 재고가 건전 재고 수준인 6~8주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3.3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도 시장과 동일한 입장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1일 리포트에서 "범용 D램 신규 생산능력 확대가 제한적인 상태에서 서버 D램 교체 수요 증가로 D램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장기화가 예상된다"며 "최근 3년간 공급이 축소된 낸드의 가격 상승 추세도 올 하반기부터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최근 리포트에서 "2018년, 2020년 클라우드 기반 서버 및 데이터센터 투자가 활발했고 탑재됐던 D램과 eSSD 교체 수요 발생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했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 업계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내놓았던 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올해는 '메모리 슈퍼사이클' 리포트에서 "AI 성장에 의해 메모리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모리 사이클은 2027년 정점에 이를 것이라 전망하며 HBM을 포함해 모바일 D램 수요,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범용 D램을 통해 올해 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연구원은 "내년부터 범용 D램은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HBM과 수익성 격차가 좁혀질 전망"이라며 "전체 D램 생산능력의 78%가 범용 D램 캐파로 할당된 삼성전자의 최대 수혜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예상보다 빠른 범용 메모리 시장 회복으로 전방위적 수혜를 받을 것"이라며 "낸드 업황 회복으로 메모리 전반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eSSD 중심의 AI 수혜를 반영해 실적 우상향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하반기 실적을 전망했다.

SK하이닉스도 HBM 외 낸드와 모바일 D램 등 다양하게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오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용량을 기존 대비 2배 늘린 '321단 2Tb QLC 낸드' 양산에 돌입했으며, 열전도를 기존 대비 3.5배 수준 향상시킨 '고방열 모바일 D램'을 고객사에게 공급을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고성능 모바일용 낸드 제품인 'ZUFS 4.1' 공급을 개시했다. SK하이닉스는 AI 수요에 맞춰 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거듭날 방침이다.

고부가 메모리인 HBM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분기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이 17%(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 기준)까지 하락해 마이크론에게 2위 자리를 내주었으나 내년에는 점유율 30%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운터포인트는 최근 삼성전자가 고객사 엔비디아로부터 HBM3E(5세대) 품질 인증을 앞두고, HBM4(6세대) 수출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고있다.

메모리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중 가장 먼저 HBM4 양산 체계를 구축한 SK하이닉스의 전망도 밝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3사 중 가장 빠른 동작 속도를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HBM4에서는 속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는 내년 출시할 '루빈'에 탑재될 HBM4의 동작 속도를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 동작 속도인 8Gpbs를 뛰어넘는 10Gbps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용량, 발열 등 다양하게 집중됐으나 최근에는 속도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마이크론의 추격이 거세지만 여전히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정구 카운터포인트 책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HBM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마이크론과 중국의 물량 공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에 맡긴 베이스다이를 통해 차별화에 나선다. 베이스다이는 D램이 적층된 구조인 HBM의 바닥이자 두뇌 역할을 하는 층이다. HBM의 성능은 베이스 다이의 품질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정밀 회로를 구현하는 양산용 하이 NA EUV 장비를 이천 M16팹에 반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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