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재입성 유력, 신세계 거취에 순위 요동
국내 업체들 글로벌 면세 경쟁력 약화 우려도

[포인트데일리 김혜미 기자] 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내 핵심 권역인 DF1 사업권을 포기하면서 국내 면세 시장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철수가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사업자의 다음 행보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2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 19일 공시를 통해 인천공항 DF1 권역 사업권을 반납한다고 밝혔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이 권역에서 약 4292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연결 기준 호텔신라 전체 매출의 약 10.9%에 해당한다. 별도 기준으로는 2조 1136억원 중 약 20.3%를 포기하는 셈이다. 업계 2위 사업자가 핵심 카테고리(화장품·향수·주류·담배)를 취급하는 권역에서 손을 떼는 것은 다른 사업자들에게 곧 ‘기회’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 롯데면세점, 최대 수혜자 될까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지목되는 곳은 롯데면세점이다. 2022년 입찰 당시 최대 경쟁자였던 중국공영면세그룹(CDFG)이 내수 집중 전략으로 해외 진출에 소극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경쟁 구도가 한층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신라면세점의 기존 임대료보다 약 40% 낮은 수준으로도 무난히 입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무리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매력 있는 매장이라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롯데는 이미 지난해 김포공항 국제선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고 시내점 및 온라인 면세점 강화 전략을 병행해왔다. 특히 면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류 판매가 온라인에서 허용되면서 구매력이 유지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과거 ‘따이궁’(중국 보따리상) 의존에서 벗어난 롯데가 온라인 주류 판매 확대로 매출을 방어하고 있다”며 “인천공항에 재입성한다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주류 전략으로 글로벌 1위 사업자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세계면세점의 거취도 시장 재편에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인천공항 사업을 유지한다면 신라와 신세계의 매출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지난 해 기준 매출은 롯데면세점 3조 2680억원, 신라 2조 1136억원, 신세계 2조 60억원, 현대면세점 9721억원 순이다.
현대면세점 역시 DF5 권역에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확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향수·화장품 권역을 운영할 구매력과 업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 글로벌 면세시장 경쟁력 우려
일각에서는 신라에 이어 신세계까지 철수할 경우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면세 시장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영국 면세 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가 발표하는 글로벌 면세점 순위에서 신라와 신세계는 지난해 각각 5위와 7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영업 철수로 2026년 반영되는 매출이 줄어들면 순위 하락은 불가피하다. 반면 롯데가 인천공항 DF1에 재입성할 경우 지난 해 4위로 내려앉은 글로벌 순위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CDFG라는 변수가 존재하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다”며 “이번 입찰이 향후 10년 면세 시장 판도를 가를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