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인텔, 선택지 아냐"...TSMC·삼성 관계 이어간다
삼성전자, 퀄컴과 파운드리 계약 맺어 반등 기회 삼을까
수율 탓에 TSMC 택할 가능성..."TSMC 2nm 수율 60%"

[포인트데일리 이준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지각이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보하려는 정책 기조가 한층 강화되면서 인텔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다만 인텔의 기술력이 아직인 만큼 대만 TSMC와 국내 삼성전자의 양강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 시 보조금을 지원하는 일명 '칩스법'을 근거로 인텔에 지원금을 주되 이에 상응하는 지분(10% 수준)을 확보했다. 해당 법안은 전 정권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발효됐으나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조가 바뀌었다.
이에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9일 "정부가 인텔의 제조 부문 매각을 막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며 분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같은날 보도했다.
인텔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 대비 영향력이 미비한 편에 속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상위 10위(점유율 합계 97%) 내 개별 기업으로 집계되지 못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반등을 위해 1.4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와 1.8nm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로 꼽히는 퀄컴은 인텔의 기술력에 대해 "아직"이라고 공개 저격했다.
지난 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현 시점에서 인텔은 선택지가 아니지만 선택지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TSMC와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인텔이 파운드리를 정비하는 사이 퀄컴과 추가 계약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퀄컴과 7nm 파운드리 공정 기반 5G 칩 생산을 협력하고 있다. 다만 3nm와 2nm 등 첨단 공정에 대해선 아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삼성전자는 한화로 약 23조원에 달하는 파운드리 계약을 수주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총 계약 기간은 8년으로 연간 약 3조원 파운드리를 공급하는 셈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비밀 유지 조약에 따라 계약 상대를 '글로벌 대형기업'이라 적시하며 시장에서는 유력 후보로 퀄컴을 꼽았다. 이후 삼성전자는 계약 상대를 '테슬라'라고 정정 공시했다.
퀄컴은 미국 시스템반도체(SoC)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특히 스마트폰 SoC인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2위(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 기준)에 달한다. 삼성전자도 지난 2월에 출시한 '갤럭시 S25 시리즈'에 탑재되는 퀄컴의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공급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AP는 스마트폰 원가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삼성전자가 퀄컴의 AP 파운드리 수주 시 실적 개선을 노려볼 수 있다. 특히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적자가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DS(반도체) 부문 비메모리 사업부인 파운드리의 개선이 기대된다.
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고객 맞이 준비에 긍정적이다. 파운드리 계약 수주에 따라 미국 텍사스주 소재 테일러팹의 추가 투자 역시 쉽게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팹에서 2nm 공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와의 계약에 따라 테일러팹에서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칩인 'AI6'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되나, 향후 파운드리 계약에 따라 추가 투자를 통해 2nm 파운드리 설비를 추가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삼성전자 테일러 신 공장은 전체 부지 (147만평)의 22%(32만평)에 불과해 테슬라, 애플 외 엔비디아, 퀄컴 등 북미 빅테크 업체를 신규 고객으로 확보한다면 추가 투자 집행은 쉽게 이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수율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에 오르지 못한 만큼 TSMC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3nm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공정을 TSMC보다 앞서 양산을 시작했으나 수율 탓에 빅테크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이달 공개 전망인 '스냅드래곤 8 엘리트 2' 역시 TSMC의 공정이 적용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퀄컴은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갤럭시용을 포함해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스냅드래곤 8 엘리트'의 파운드리 공정을 TSMC에게 맡기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매출 기준 TSMC의 점유율은 전 분기 대비 2.6%포인트 상승하며 70.2%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7.7%에서 7.3%로 0.4%포인트 하락했다. 아울러 대만 매체인 자유시보는 지난달 29일 소식통을 인용해 TSMC의 2nm 수율이 60%에 달했으며, 4분기 양산 시 수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인텔의 파운드리는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퀄컴을 주요 고객사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양산성이 확보 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퀄컴에 공급받는 AP인 스냅드래곤 역시 파운드리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