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생산·시공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으로 시장 장악
전력망 70% 이상 노후…AI·재생에너지 등 수요 급증
북미 배전시스템·변압기 특수 권선 점유율 확대 목표 50%
[포인트데일리 윤은식 기자] 미국 전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전력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이를 절호의 기회로 보고 미국 시장에 총 4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S그룹은 2030년까지 해저케이블, 전력기기, 통신 분야에 30억 달러(약 4조원)를 직접 투자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산 인프라 확대 정책과 맞물려 미국 전력망 재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이뤄진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미국의 전력망 재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장,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는데 구 회장은 해저케이블, 전력기기, 통신 등 전략 사업에 2030년 까지 총 30억 달러 가량을 직접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의 연간 총소비전력은 2007∼2021년 4000TWh(테라와트시) 미만이었지만 2022년 들어 4000TWh를 돌파한 뒤 2023년 4011TWh, 지난해 4097TWh로 늘었다. 이 추세라면 오는 2030년에는 5000TWh를 돌파할 것으로 에너지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내 송전선 70%는 최소 25년 전에 설치됐고 대형 변압기 평균 연령은 40년을 넘어섰다.
이같은 상황을 기회로 삼은 구 회장은 미국의 전력망 인프라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트럼프 대통령의 생산 인프라 확대 정책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현지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준공하고 배전 설루션 및 변압기용 특수 권선 기술을 공급하는 등 미국 내 사업 확장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전력망 인프라 투자는 최소 2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 프로젝트다. 미국 전력 인프라 노후화와 인공지능·데이터센터·재생에너지 확대 등 트리플 수요는 장기 호황을 예고하는 만큼 LS가 적극적으로 현지 투자에 나서는 배경이다.
특히 LS는 △해저케이블(LS전선) △포설선(LS마린솔루션) △배전시스템·스마트그리드(LS일렉트릭) △특수 권선(에식스솔루션즈) 등 그룹 계열사를 연계해 설계-생산-시공-운영까지 아우르는 '토털 패키지' 공급망을 구축해 글로벌 전력망 대전환기에 맞는 전략적 포지셔닝으로도 평가받는다.

◇LS전선, 美 최대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투자만 1조원 = LS전선은 향후 10년간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이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시장 선점을 위해 선제적인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 4월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시에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착공했다. 투자 규모만 1조원에 달한다. 생산설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201m 높이의 전력 케이블 생산타워와 여기에 피복을 씌우기 위한 공장, 전선을 감아 최종 제품으로 생산하는 공장, 전용 항만시설 등이 포함됐다. 체서피크 공장은 버지니아 남동부의 엘리자베스강 유역에 39만6700㎡(약 12만 평) 규모 부지에 연면적 약 7만㎡(약 2만평) 규모로 2027년 준공될 예정이다.
LS전선의 자회사인 LS마린솔루션은 세계 최대급 해저케이블 포설선을 신규 건조하기로 결정했다. 신규선이 운항할 시기에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미국 해저케이블 사업장과 연계해 설계부터 생산, 시공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턴키(통합발주) 수주 체계를 본격 가동할 방침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타보로시에 있는 배전케이블 생산법인 LSCUS는 중·저압 전력 케이블 및 버스웨이 제품을 중심으로 북미 지역의 반도체·배터리 공장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캘리포니아, 뉴잉글랜드, 중서부 지역까지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LSCUS는 최근 늘어나는 AI 데이터센터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약 200억 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고 품질 유지 관리에 필수적인 소재인 MV케이블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남에 따라 수요가 급등하고 있다.
◇현지화 전략 성공 LS일렉, 현지 생산 능력 확장 중 = 현지화 전략을 통해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현지공장 배전반 공급을 90% 이상 담당하고 있는 LS일렉트릭은 미국에서 주문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현지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올해 4월, 미국 텍사스주에 준공된 'LS일렉트릭 배스트럽 캠퍼스'는 4만6000㎡ 부지에 건물 연면적 약 3300㎡ 규모로 조성돼 생산, 기술, 서비스를 아우르는 북미 사업 복합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배스트럽 캠퍼스에서는 현지 빅테크 기업 데이터센터에 납품하는 중·저압 전력기기와 배전시스템 등을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앞서 LS일렉트릭은 지난 2022년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배전시스템 공급 계약을 비롯해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JV) 배터리 공장, 현대차 서배너 전기차 전용 공장(HMGMA), 현대차-SK온 합작 배터리 공장, LG에너지솔루션-제너럴모터스(GM) 합작사 얼티엄셀즈 1·2·3공장으로부터 전력 기자재 공급 계약을 따냈다. 지난 3월에는 북미 빅테크를 대상으로 1600억원 규모의 전력 설루션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LS일렉트릭은 텍사스주 '배스트럽 캠퍼스'와 유타주에 있는 배전시스템 자회사 'MCM엔지니어링 제2공장'을 양대 거점으로 현지 고객에게 최적화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 계열사, 에식스솔루션즈는 북미에서 급증하는 변압기용 특수 권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생산라인 2기를 추가하며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고 있다. 변압기용 특수 권선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증가와 미국 내 변압기의 교체 시기가 도래해 주문량이 폭증하고 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북미 시장 점유율을 현재 19%에서 2028년까지 5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3500톤 수준의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8500톤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LS 관계자는 "미국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 및 배전 설루션 기술 투자가 미국의 생산 인프라 확대 정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전선 및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의 LS의 영향력을 한층 더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