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13조원 투입… 정부 'AI 국가대전환' 본격화
4년 만에 재가동된 과기장관회의, AI 컨트롤타워 출범
[포인트데일리 손지하 기자] 정부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영역에 인공지능(AI)을 본격 투입한다. 농산물 가격 비교 서비스부터 국세·경찰 민원, 아동·청소년 보호, 해양 사고 대응까지 공공서비스 전 분야를 AI 기반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24일 열린 제1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AI 민생 10대 프로젝트'를 주요 안건으로 의결했다. 고물가·저성장·디지털 범죄 등 복합적 민생 위기 속에서 AI를 기술 경쟁이 아닌 생활 혁신 수단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이번 회의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주도로 4년 만에 재출범했다. 해당 회의체는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도입됐다가 폐지와 복원을 거쳐 4년 만에 현 체계에 맞게 재정비된 것이다. 회의에는 기획재정부·교육부·산업부 등 14개 부처 장관과 대통령실, 국무조정실 등 총 20명이 상시 참여하는 방식이며 필요 시 지방정부와 민간 전문가도 참여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AI는 국가 대전환의 핵심 동력"이라며 "전 부처가 협력하는 장관회의가 정책 조율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바구니 물가부터 소상공인 지원까지… 생활비 절감 프로젝트=첫 회의에서는 AI 민생 프로젝트를 포함해 국방 AX 전략, 제조업 AI 전환, 과학기술·AI 국가전략, 중소기업 AI 활용 지원 등 총 10개 안건이 논의됐다.
생활비 절감과 소상공인 지원 분야가 우선 대상이다. 정부는 급등한 장바구니 물가와 낮은 소상공인 생존율 문제를 AI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전국 도매·소매 가격을 분석해 최적 구매처를 추천하는 'AI 농산물 알뜰 소비정보 플랫폼'을 구축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상권·매출·POS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종 추천, 가격 전략, 영업 시간 등 경영 전략을 제안하는 'AI 창업·경영 컨설턴트'를 도입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품명·성분만 입력하면 리콜 여부와 부작용 정보를 즉시 알려주는 'AI 안전 지킴이'를 제공한다. '국가유산 AI 해설사'는 해설 인력이 부족한 지방 문화재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공간 제약 없이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세·경찰·인허가 행정 절차 자동화=국민이 불편을 가장 크게 느끼는 행정 절차에도 AI가 투입된다. 세금·경찰·인허가 등 행정 절차가 자동화되는 것이다.
국세청은 상담센터의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 AI가 기본 문의를 처리하는 'AI 국세정보 상담사'를 운영한다. 경찰청의 '모두의 경찰관'은 신고·민원·법률 문의를 AI가 분류해 각 부서로 자동 연계하는 시스템이다. 국토교통부는 토지·건축 정보를 기반으로 필요한 인허가와 가능한 절차를 사전 안내하는 'AI 인허가 도우미'를 도입한다.
◇보이스피싱·디지털 성범죄·해양 사고 안전망 구축=사회·물리적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대응하기 위한 AI 인프라도 구축된다. 보이스피싱·온라인 성착취·해양 사고 등 안전망이 강화되는 것이다.
정부는 금융당국·통신사·경찰이 참여하는 'AI 기반 보이스피싱 공동 대응 플랫폼'을 운영한다. 여성가족부는 디지털 성범죄 및 청소년 위기 징후 감지를 위해 모니터링 범위를 100개 이상의 플랫폼으로 확대한다. 해양경찰청은 항공 촬영 영상을 분석해 불법조업·밀입국·오염 여부를 탐지하는 '해양 위험 분석 AI'를 도입한다.
정부는 AI 민생 10대 프로젝트를 2026년 '공공AX 프로젝트'로 편성해 2년 단위로 지원할 계획이다. 국세정보 상담사, 모두의 경찰관, 인허가 도우미, 인체적용제품 안전 지킴이 등 4개 과제에는 2년간 약 100억원, 나머지 6개 과제에는 2년간 30억원 수준의 예산 배정을 검토 중이다.
◇범정부 AI 공통기반 서비스 개시… 내부망서도 민간 AI 활용=행정안전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중앙·지방정부가 내부망에서도 민간 인공지능 기술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범정부 AI 공통기반'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했다.
현재까지 국내외 민간 인공지능 서비스는 내부 행정 데이터 유출 위험 등 보안 우려에 따라 인터넷망에서만 사용 가능하고 정부 업무 전반에 활용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이에 민간을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을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해 업무 효율성이 저하된다는 점이 지적됐다.
'범정부 AI 공통기반'은 민간의 다양한 인공지능 모델, 학습데이터, 그래픽처리장치 등을 중앙·지방정부가 공동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중앙·지방정부는 중복개발·투자 없이 내부 행정업무부터 공공서비스까지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을 업무 전반에 적용할 수 있게 돼 과학적인 정책기획과 대국민 서비스 개선 등 본격적인 'AI 행정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통기반은 공개된 행정문서·데이터를 AI 모델과 연계해 내부망에서도 활용 가능한 인공지능 챗서비스 2종(삼성SDS, 네이버클라우드)을 제공하게 된다. AI 공통기반 인프라를 활용한 기관별 특화 인공지능 서비스 도입도 지원한다.
2026년에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되는 AI 모델도 '범정부 AI 공통기반'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민간의 우수한 AI 모델을 정부 업무에 적용해 효율성과 정확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능형 업무관리 플랫폼 시범서비스 개시=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범정부 AI 공통기반'을 활용한 '지능형 업무관리 플랫폼' 시범서비스도 개시한다.
지능형 업무관리 플랫폼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소통·협업 도구(메일, 메신저, 영상회의 등)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생략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범정부 AI 공통기반'이 활용하는 공통 데이터뿐 아니라 개인·기관이 보유한 내부 행정 문서·데이터까지 활용해 보다 정확하고 맥락 있는 인공지능 답변 생성이 가능하다.
'범정부 AI 공통기반' 서비스의 운영·확산에 앞서 실제 사용자의 다양한 의견수렴, 인공지능 서비스 기능 검증 및 품질개선 등을 위해 이달 말부터 내년 2월까지 서비스 시범 운영한다.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시범운영 이후 2026년 3월부터는 전체 중앙·지방정부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서비스 대상을 확대한다.
◇제조업·국방·중소기업까지 AI 전환 추진=중장기적으로는 의료·복지·교육·일자리·금융 등 민생 분야 전반을 AI 기반으로 전환하는 'AI 기본사회' 구상도 병행한다. AI 의료·헬스케어, 복지 사각지대 탐지, 일자리 전환 지원 등 범정부 과제를 발굴해 데이터·GPU·특화 모델·컨설팅을 묶은 패키지 형태로 'AX 원스톱 지원센터'에서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제조업 AI 전환을 위해 2030년까지 AI 팩토리 선도사업 500개를 구축해 업종별 제조 특화 AI 모델을 개발해 확산하기로 했다. 또한 핵심 기술·인재·인프라·생태계를 아우르는 '과학기술×AI 국가전략'도 확정됐다.
2030년까지 13조 5000억원을 투입하는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 소상공인 대상 AI 교육 프로그램(네이버·뤼튼·카카오 참여), 국방 AX 전략, 중소기업 AI 활용 지원, APEC AI 이니셔티브 이행 계획, 국가AI전략위원회 중심의 한-UAE AI 협력 태스크포스 구성도 함께 논의됐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가 민생 부담 완화와 공공서비스 혁신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