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징주 기사’로 주가 조작…전직 기자·전업투자자 100억대 이득 챙기다 적발
‘특징주 기사 악용’ 선행매매 수법 9년간 2천건 기사…111억 이득 금감원 “투자자, 공시 반드시 확인”
[포인트데일리 성창훈 기자] 금융당국이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특징주’로 부각하는 기사 작성을 악용해 100억원이 넘는 부당 이득을 챙긴 일당을 적발했다. 기사 작성 권한을 이용해 선행매매를 반복한 전직 기자와 전업 투자자 등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도 포착됐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특징주 기사와 연계한 선행매매 혐의로 전직 기자 A씨와 증권사 출신 전업 투자자 B씨 등 2명을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23일 밝혔다. 특사경은 이들과 연계된 전·현직 기자 및 관계자 15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금감원이 언론계 내부 제보 등을 통해 전·현직 기자들의 기사 작성을 이용한 선행매매 정황을 확인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서울남부지검이 금감원 특사경에 전문 수사를 지휘했고, 특사경은 언론사와 관련자 거주지 등 약 5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구체적 증거를 확보했다.
조사 결과 전직 기자 A씨는 거래량이 적은 중소형 종목이나 상장사 내부 호재 정보를 이용해 특정 종목을 ‘특징주’로 부각하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작성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화 과정에서 직접 관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우자나 타인의 명의를 활용해 다른 언론사에 유사 기사를 게재하는 등 기사 노출량을 의도적으로 늘린 정황도 확인됐다.
또 A씨와 친분이 있는 기자가 작성 중인 기사를 사전에 공유받아, 보도되기 직전 특정 종목을 매수한 뒤 기사 공개 직후 높은 가격에 매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거뒀다. 두 사람은 차명계좌를 활용해 이러한 방식의 시세조종성 선행매매를 장기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부터 약 9년간 2000건이 넘는 관련 기사를 만들어내며 총 111억8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파악된다. 특사경은 공범 관계가 있는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사 제목에 ‘특징주’, ‘테마주’, ‘급등주’라는 단어가 등장하더라도 곧바로 투자하기보다는 해당 기업의 공시, 실적, 주가 변동 사유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투자자 스스로 정보 검증 노력을 기울여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