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폭등하고, 거품론 잠식돼...질주하는 SK하이닉스

'사상 최고 실적' 엔비디아 "AI 생태계 급속히 확장 중" HBM4 가격 커진다..."SK, HBM3E 대비 50% 인상해" 국내 증권가도 '활짝'..."내년 영업이익 80조 넘는다"

2025-11-20     이준 기자
그래픽=이준 기자. 자료=SK하이닉스

[포인트데일리 이준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메모리 반도체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국내외 증시를 덮친 인공지능(AI) 거품론 등으로 주가는 잠시 주춤했으나,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일부 잠식되면서 반등에 들어섰다. AI 수요가 견조한 것으로 전망되며 내년도에는 영업이익만 80조원도 넘어서며 2024년 대비 3~4배 성장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도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지휘 하에 움직이는 SK하이닉스는 4분기에도 고부가 메모리인 HBM 시장에서 선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HBM시장에서 점유율 과반을 차지했으며, HBM을 포함한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대동소이한 모양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신 메모리 반도체 트래커를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D램 매출이 137억달러에 달하며 3개 분기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카운터포인트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35%다. 2위인 삼성전자는 34%로 1%포인트차이가 났다.

반면 같은 시장조사업체 차이나플래시마켓(CFM)은 삼성전자의 3분기 D램 매출액이 139억4200만달러로 시장 점유율 34.8%를 차지해 1위를 차지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CFM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37억9000만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점유율 34.4%로 2위를 달성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3분기에는 HBM 수요 증진과 더불어 범용 D램 가격 역시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4분기 역시 HBM 수요와 가격 상승세가 견조하면서 SK하이닉스의 호조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19일(현지시간) 3분기(8~10월) 사상 최고 실적을 발표하면서 "AI 생태계는 급속히 확장 중"이라며 AI 거품론을 잠재웠다. 이어 내년에는 블랙웰과 루빈의 매출이 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젠슨 황 CEO는 "(데이터센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블렉웰은 30%, 루빈은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HBM4(6세대) 양산 준비를 마치고,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전달한 상황이다. HBM4는 루빈에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SK하이닉스는 HBM의 가격을 상승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대만 매체 디지타임즈는 지난 6일(현지시간)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로 향하는 HBM4 가격을 전 세대(HBM3E) 대비 50%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또 D램 역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일부 D램 계약 가격이 전년동기 대비 7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0일 리포트를 통해 "4분기 D램 수요는 공급을 3배 초과하고 있다"며 "HBM4 중심의 생산능력 확대와 공정 전환을 통한 보수적인 범용 D램 캐파 증설만 이뤄지고 있어 향후 D램 수급 불균형은 적어도 2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19% 상승한 87만원(20일 종가 57만1000원)으로 제시하며 1995년 인터넷 확산기 이후 30년만에 도래한 메모리 호황의 최대 수혜주로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2026년 실적은 영업이익 81조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라며 "SK하이닉스 시총은 최대 840조원(주당 115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낸드 플래시에서도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곽 CEO는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에서 '풀 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SK하이닉스는 샌디스크와 함께 고대역폭낸드플래시(HBF) 국제 표준화 협력에 나섰다. 현재 시장은 본격적으로 개화되지 않았으나, 과거 HBM과 유사하게 시장을 먼저 선점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아울러 'AIN(AI-NAND) 패밀리' 라인업을 구축하고 성능과 대역폭, 용량 등 삼박자를 갖춘 낸드 솔루션 제품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