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중심 광고판 꽉 채운 '샘표' ... '연두·고추장'으로 K-소스 세계화

세계 셰프들에 콩 발효의 우수성과 독보적 기술력 소개 '알리시아'와 장 프로젝트...장, 글로벌 활용 방법 연구 철저한 현지화...각국 식재료로 조리법 반영 레시피 개발도

2025-11-21     신단아 기자
샘표의 진간장이 프랑스 파리 중심지에 광고로 등장해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한국의 맛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을 내세운 시리즈 광고의 첫 주자로 샘표 진간장이 선정된 것이다. 사진=샘표

[포인트데일리 신단아 기자] 프랑스 파리 도심 지하철역. 출근길 파리지앵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샘표 진간장' 광고판이었다. "일본간장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프랑스 시장에서 너무 친숙한 진간장이어서 반갑고 놀라웠다"는 SNS 게시물은 순식간에 3만 조회수를 넘겼다.

이 광고는 파리의 핵심 상권인 프랭클린 D. 루스벨트역과 샤를 미셀역에 나란히 걸렸다. K-푸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의 맛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제품으로 샘표 진간장이 시리즈 광고의 첫 주자로 선정된 것이다. 


80년 발효 장인, 유럽 셰프들 홀리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샘표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2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91%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086억원으로 4% 늘었다.이는 K-소스의 세계화가 본격 궤도에 올랐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샘표의 주력 제품인 '연두'는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20%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50% 이상 뛰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고추장 역시 같은 기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샘표의 여정은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 가족이 먹지 못하는 것은 만들지도, 팔지도 않는다'는 창업주의 원칙에서 출발한 이 기업은 '우리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라는 비전을 꾸준히 현실로 만들어왔다. 특히 최근 해외 시장에서 한국식 콩 발효의 깊은 풍미와 감칠맛, 그리고 '맛있는 매운맛'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샘표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전환점은 2010년 시작된 '장 프로젝트'였다. 샘표는 세계적 요리과학연구소인 스페인 '알리시아'와 협업해 한국의 장을 글로벌 요리에 활용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연구했고, 그 과정에서 150여 개의 레시피를 개발했다. 한국의 발효 장을 세계 각국의 식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려는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셈이다.

샘표가 최근 방한한 미국 뉴욕의 셰프들에게 콩 발효 감칠맛의 우수성을 알리고, 그 맛을 세계 어느 요리에나 적용하도록 연구하는 샘표의 R&D(연구개발) 현장을 소개했다. 사진=샘표

 


유명 셰프들이 샘표를 찾아오는 이유


최근 샘표 오송 연구소엔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뉴욕의 유명 셰프들이다. '코리마'의 피델 카바예로, '레스토랑 유'의 유 시마노, '나미 노리'의 지한 리, '롤라스'의 수잔 컵스 등이 한국행을 택했다.

K-푸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해외 셰프와 미식 연구자들 사이에서 샘표는 이미 '반드시 들러야 할 곳'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식문화를 체험하고자 이들이 먼저 방문을 요청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셰프들은 샘표의 핵심 R&D 시설인 우리맛연구중심과 충북 오송의 우리발효연구중심을 찾아 아시아 유일의 식물성 발효 전문 연구소를 살펴봤다. 이곳에서 셰프들은 장과 발효의 전통성과 혁신성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샘표가 전한 설명은 명확했다. 세계 미식 무대에서 한식이 주목받는 비결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더하는 '콩 발효'에 있다는 것이다. 80여 년간 축적한 발효 기술이야말로 오늘날 K-푸드 성장의 숨은 원동력이라는 설명에 셰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샘표를 찾는 세계적 셰프들의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다.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더 베스트 셰프 어워드 2025'에서 2년 연속 세계 최고 셰프로 선정된 라스무스 뭉크 역시 지난 7월 오송을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보다 앞서 코리 리, 상훈 드장브르, 앨버트 아드리아 등 스타 셰프들도 샘표를 찾아 한식의 매력을 직접 체험하며 콩 발효에서 깊은 영감을 얻었다.

샘표의 '연두'는 혁신적인 발효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100% 콩을 발효해 만든 순식물성 제품이면서도 고기 못지않은 깊은 맛을 낸다는 점이 주목받는 이유다. 사진=샘표

샘표의 '연두'는 혁신적인 발효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100% 콩을 발효해 만든 순식물성 제품이면서도 고기 못지않은 깊은 맛을 낸다는 점이 주목받는 이유다. 특유의 향이나 강한 맛이 없어 어떤 요리에도 자연스럽게 풍미를 더하고, 특히 채소 요리를 쉽고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소비자들의 호응이 크다.

연두는 현재 홀푸드, 크로거, HEB, Chefs’ Warehouse, Albertsons 등 미국 전역 주요 메인스트림 유통채널에 입점해있다. 

올해 열린 글로벌 식품박람회 '아누가'에서 연두는 혁신제품으로 선정됐으며, 고추장, 완두간장과 함께 'K-소스의 다층적 매력'을 세계 바이어들에게 각인시켰다.

샘표 고추장 역시 국내외에서 '제대로 된 장맛'을 앞세워 시장을 넓히고 있다. 10년의 연구 끝에 2021년 선보인 '조선고추장'은 옛 문헌을 토대로 조선 영조 임금이 즐겨 먹었던 비법 고추장을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 제품이다. 

'유기농 고추장'은 전통 고추장의 감칠맛은 유지하면서 짠맛을 낮추고 매운맛을 부드럽게 조절한 프리미엄 제품이다. 유기농 원료와 글루텐 프리 제조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중시하는 글로벌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했다.

그 결과 '자극적이지 않은 매콤함에 발효된 콩의 깊은 감칠맛이 더해져 현지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1년 그레이트 테이스트 어워즈 대상, 2022년 영국 '베지 어워드' 최우수상, 2023년 '미국 식음료 어워즈' 올해의 혁신 제품상 등 주요 글로벌 어워드를 연이어 수상했다.

현재 샘표 고추장은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 주요 유럽국의 메인스트림 리테일 채널에 입점해 있으며, 최근에는 벨기에, 핀란드, 폴란드까지 판매망을 확대했다.

샘표는 철저한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스페인 알리시아 연구소와 협력해 장의 활용법을 연구하고, 각국의 식재료와 조리법을 반영한 레시피를 개발해 국가별 선호도에 맞춘 전략을 세우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를 거점으로 레시피 개발은 물론 연두, 고추장, 김치앳홈(김치양념) 등을 활용한 다양한 클래스 및 강연, 네트워킹을 진행하며 현지인들이 쉽고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 

샘표 관계자는 "우리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라는 기업 비전 아래, 샘표 제품이 현지 요리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글로벌 시장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이탈리아와 노르웨이 등으로 진출 범위를 넓혀 유럽 전역에서 K-소스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