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중동 ‘글로벌 신세계’ 설계하는 정용진

트럼프 주니어 등 친밀감 넓혀가며 미국 네트워크 강화 중 알리바바와 합작 첫 의장직 맡아 이커머스 사업 지휘 카타르 국빈 만찬 이어 최근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 만나 "미국·중국·중동 다층적 네트워크 기반 그룹 유통 설계 주목"

2025-11-20     김혜미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미국·중국·사우디아라비아를 넘나들며 글로벌 경제·정치 네트워크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신세계

[포인트데일리 김혜미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미국·중국·중동을 넘나들며 글로벌 경제·정치 네트워크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환영 행사에 미국 정부 초청을 받은 한국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참석했다. 동시에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의 이사회 의장에 오르며 12년 만에 등기이사로 복귀한 점은 누적 적자 663억원의 G마켓을 직접 챙기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 미국 정부 공식 초청… 사우디·백악관과 이어지는 외교선

정 회장은 미국·사우디 비즈니스협의회가 주최한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 환영 고위급 리셉션에 초청됐다. 빈 살만 왕세자의 미국 방문은 7년 만이며, 이날 왕세자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식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그룹은 전날 사우디 파트너사 ‘다르 글로벌’과 몰디브 초호화 리조트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중동 접점을 넓히고 있다.

정 회장의 이번 참석은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호출한 유일한 한국 기업인이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크다. 단순한 친분 행사가 아니라 미국–사우디–한국 기업의 전략 축에 신세계가 연결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트럼프 주니어(뒷줄 왼쪽부터), 오미드 말릭 1789캐피탈 공동 설립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최근 스페인 말라가의 한 고급 호텔에서 저녁 회동을 가졌다. 사진=독자 제공

◇ 15년 이어진 트럼프 주니어 인맥… 백악관·중동까지 닿은 민간 외교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와 15년째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두 사람은 2010년 한 언론 행사에서 처음 만나 종교·신념·관심사가 맞아 급속히 가까워졌고, 정권 교체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친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트럼프 주니어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국내 재계 인사 최초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고, 트럼프 주니어 역시 정 회장의 초청으로 방한해 국내 인사들과 비공개 회동했다. 올해 5월 트럼프 대통령 중동 순방 당시에는 한국 기업인 중 유일하게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참석하며 사실상 ‘민간 외교관’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스페인의 한 호텔에서 트럼프 주니어와 그의 사업 파트너인 오미드 말릭(1789캐피털 공동창립자)과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되며 글로벌 보수 네트워크와 신세계의 접점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 회장은 미국 정치 후원단체 ‘록브리지 네트워크’ 아시아 총괄을 맡고 있으며, 트럼프 주니어·말릭이 개장한 워싱턴 초고가 사교 클럽 ‘이그제큐티브 브랜치’ 개장식에도 아시아인 중 유일하게 초청되면서 고급 정치·금융 네트워크의 중심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을 위해 지난 1월 미국 워싱턴을 찾은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가운데)이 트럼프 주니어(왼쪽)와 만나 부인 한지희씨를 소개 후 반갑게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 12년 만의 등기이사 복귀… 의장으로 G마켓 구조개편 ‘직접 지휘’

정 회장은 최근 신세계–알리바바의 합작회사 ‘그랜드오푸스홀딩’의 첫 이사회 의장에 오르며 12년 만에 등기이사로 돌아왔다. 이는 단순 명예직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업 개편을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G마켓은 신세계가 2021년 약 3조4000억원에 인수한 직후인 그해 43억원의 소폭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듬해인 2022년 655억원 적자로 돌아선 뒤 2023년에도 321억원의 손실을 이어갔고, 2024년에는 적자 폭이 674억원까지 확대됐다. 올해 역시 반등하지 못한 채 2025년 3분기 누적 적자가 663억원에 달하며 3년째 깊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JV 이사회에는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대표, 제임스 동 AIDC 사장이 합류했고, CFO는 이마트 재무라인 출신 장규영 상무가 맡아 양사 핵심 인사가 전면 배치된 상태다.

G마켓의 향후 1~2년은 재건과 매각 여부가 결정되는 ‘운명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가 동시에 거론된다. 하나는 알리바바의 글로벌 물류·데이터·셀러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G마켓을 재건하는 시나리오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 가치를 일정 수준까지 회복한 뒤 매각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옵션이다. 업계에서는 쿠팡과 네이버가 양강 체제를 굳힌 시장 상황에서 단기간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지만, 오너인 정용진 회장이 직접 방향키를 잡은 만큼 변화의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회장이 미국·중국·중동을 잇는 다층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정치·경제권과 직접 연결되고 있다”며 “G마켓 재건, 알리바바 협력, 해외 유통 투자까지 그의 글로벌 외교력이 향후 1~2년 동안 어떤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가 유통 산업 전체의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