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단체 무비자·APEC 특수…면세·유통업계 외국인 수요 ‘청신호’

면세점 외국인 고객 5년 만에 100만명 돌파 경주 APEC로 K-뷰티·K-푸드 세계 무대 주목

2025-11-04     김혜미 기자
중국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허용과 APEC 정상회의 특수가 맞물리며 외국인 소비가 급증, 한류 열풍과 함께 면세점과 유통업계 전반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29일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정책 시행 첫날, 텐진에서 출발한 드림호 크루즈 관광객 1700여 명이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을 방문했다. 사진=롯데면세점

[포인트데일리 김혜미 기자] 면세점과 유통업계가 오랜 침체를 벗어나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특수가 맞물리면서 외국인 소비가 급증하고, K-뷰티·K-푸드 등 한류 산업 전반에도 활력이 돌고 있다.

4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구매 고객은 101만 236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2% 늘었으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20년 1월 이후 5년 8개월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전체 면세점 구매 고객 261만9835명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8.6%로, 지난 해 같은 달보다 4.6%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면세점 매출은 1조674억원으로 전년보다 10.6% 감소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4.7%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 매출은 6.5% 늘어났으며, 내국인 매출은 소폭(0.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9월 말 시행된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제도가 본격적인 회복의 불씨가 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무비자 제도 시행 후 지난 달 26일까지 명동점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90%, 매출은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인 고객 비중은 77%, 매출 비중은 86%로 압도적이다. 롯데면세점 역시 중국 단체 관광객 수가 지난 해보다 17% 늘며 회복세를 보였다.

면세업계는 이번 무비자 제도가 ‘MICE(기업·단체·학회) 관광객’ 중심으로 시행돼 불법 체류 리스크를 줄이면서 안정적인 외국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3일 경북 경주 도심의 대표 관광지인 황리단길의 한 상점 앞에 관광객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PEC 정상회의 특수도 유통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달 말부터 이달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린 2025 APEC 정상회의에는 식품·뷰티 등 66개 기업이 공식 협찬사·협력사로 참여해 ‘K-컬처 홍보전’을 펼쳤다.

농심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콘셉트의 라면트럭을 운영하며 신라면 무료 시식회를 열었고, CJ제일제당은 숙소 60여 곳에 비비고 컵밥·김스낵·떡볶이 등을 제공했다. 파리바게뜨는 카스텔라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놨으며 세븐일레븐은 부창제과와 함께 만든 K-디저트 1500여 개를 현장에 공급하며 인기를 끌었다. K-뷰티 업계도 글로벌 주목을 받았다. CJ올리브영 경주황남점은 APEC 기간 외국인 매출 비중이 평소 20%에서 63%로 급등했고, 외국인 매출 객단가는 내국인의 3배 이상이었다. 

LG생활건강은 APEC CEO 서밋 참가자 및 VIP를 대상으로 ‘더후 아트 헤리티지 라운지’를 운영하며 명품 K-뷰티 이미지를 강화했다. 아모레퍼시픽도 ‘K뷰티 파빌리온’을 통해 글로벌 CEO 부부를 초청, 메이크업 쇼를 선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APEC 행사 기간 경주를 찾은 외국인 방문객이 크게 늘면서 지역 경제뿐 아니라 면세·유통업계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며 “특히 한류 콘텐츠와 결합한 K-뷰티·K-푸드 마케팅이 외국인 소비를 촉진하고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