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먹고 더 많은 효과 누린다"… 제약사들, 복합제 개발전 뛰어든 이유?
보령·HK이노엔·유나이티드제약·종근당·삼진제약 등 2형 당뇨병, 고혈압·고지혈증 등 복합제 개발 주력 특허 만료 앞둔 물질들…시장 입지 확대 환경 조성 복합제, 비용 적고 복약 편의성…환자 및 병·의원 수요↑
[포인트데일리 송가영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주성분 2종 이상 함유된 '복합제' 개발에 나섰다.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적게 복용하고 높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복합제에 대한 환자와 병·의원의 수요가 급증하며 관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제2형 당뇨병 복합제,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등을 개발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보령은 현재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3제 복합제를 개발하고 있다.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GLT-2) 억제제 '다파글리플로진'을 기반으로 한다. 현재까지 복합제 'BR3006'과 △BR3006A △BR3006B △BR3006C 병용투여 시 약동학과 안전성을 비교·평가하는 임상 1상을 승인받고 진행 중이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 '나프록센'의 복합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NSAID는 근골격계 질환 환자의 증상 조절에 사용되지만 장기 복용 시 위장 관련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해당 복합제의 대상 질환은 나프록센 등 NSAID와 관련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발생 위험이 있고 저용량 나프록센 또는 다른 NSAID에 의해 충분하지 않은 환자의 골관절염, 류마티스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달 소염 진통 효과와 궤양 예방 효과를 동시에 구현하는 복합제 'UI060'의 임상 3상을 식약처에 신청했다. 대상 질환은 비스테로이드소염진통제 연관 위궤양 및 십이지장궤양과 근골격계질환이다.
종근당은 지난 8월 제2형 당뇨병 환자 혈당 조절 복합제 '엠파맥스엠서방정' 4개 품목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다. 엠파맥스엠서방정은 엠파글리플로진과 메트포르민염산염을 주성분으로 하는 제2제 복합 서방정이다.
삼진제약의 제2형 당뇨병 환자 혈당 조절 복합제 '엠포진듀오서방정' 4개 품목도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엠포진듀오서방정도 엠파글리플로진과 메트포르민을 주성분으로 한다.
이들 기업이 복합제 개발에 나선 것은 특허 만료에 따라 제네릭(복제약)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들이 조성되기 시작했고 기존 대형 시장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당뇨병 복합제의 경우 기존에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던 베링거인겔하임의 SGLT-2 억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의 물질특허 만료 시점이 10월 23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의 후발약들이 대거 급여 등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연말부터 본격적인 입지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최근 복합제가 적은 양을 복용하는 대신 효과는 뛰어나고 비용도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환자들과 병·의원의 수요가 늘어나자 국내 제약사들도 발빠르게 대응에 나선 것으로도 분석된다.
특히 △유한양행의 '트라듀오엠파서방정' △한미약품의 아모프렐·로수젯·구구탐스 △셀트리온 제약의 '암로젯정' △대웅제약의 '크레젯' 등 국내 제약사들이 복합제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도 적극적인 복합제 개발에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다제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환자의 복약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한다.
향후에는 복합제를 개발하면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정교해진 신약 개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점도 복합제 개발에 나선 배경으로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환자들이 복합제로 복용 편의성과 높은 치료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복합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축적하는 데이터들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도 염두에 둘 수 있어 국내 제약사들도 적극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