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망은 쭉 '맑음'...옆 나라 TSMC 실적에 숨겨진 의미는

TSMC 3Q 확정 실적 331억달러...전망치 소폭 상회해 증권가 "TSMC 실적, AI 칩 수요 가늠...시장에 큰 영향" 'HBM 80%' 삼성·SK, HBM 공급 증가 가능성도 커진다

2025-10-16     이준 기자
웨이저자 TSMC CEO. 사진=포인트데일리 DB

[포인트데일리 이준 기자]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 세계 과반수의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TSMC의 실적은 반도체 시장의 흥행을 가름짓는 바로미터로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16일 TSMC는 지난 3분기 확정 실적으로 매출이 달러 기준 331억달러(한화 약 47조원)라고 공시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며 과거 TSMC의 가이던스(전망치)인 318억~330억달러를 상회하기도 했다. 아울러 TSMC는 4분기 가이던스로 3분기와 유사한 322억~334억달러로 제시했다.

이 같은 전망에 따라 반도체 시장은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독보적인 기업이며 엔비디아와 애플 등 다양한 AI 칩 관련 기업의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즉 TSMC의 매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빅테크의 수주 역시 활발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박승진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TSMC의 실적으로) AI 칩 관련 수요를 가늠할 수 있다"면서 "시장 전반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칩 수요는 이미 급증한 상황이다. 최근 AI 업계에서는 반도체를 적기에 수급하기 위해 반도체 기업과 계약을 통해 수량을 선점하고 있다.

오픈AI가 엔비디아와 AMD, 브로드컴 등과 손을 잡은데 이어,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이 지난 14일(현지시간) AI 칩 5만장을 AMD로부터 수급하겠다고 밝혔다. 오라클은 AMD에게 공급받은 '인스팅트 MI450 시리즈' 5만장을 통해 내년 3분기부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 같이 AI 칩 시장이 성장하면 국내 기업에게도 영향을 준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칩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80%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AI 열풍에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높자 TSMC의 파운드리 여력이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 같은 현상은 여타 파운드리 기업의 성장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최근 자국인 미국 정부를 뒷배로 진 인텔을 비롯해 파운드리 점유율 2위이자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가 수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인텔은 최근 2나노미터(nm, 1nm=10억분의 1m)급 18A 공정 양산을 전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고객은 자사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노트북용 프로세서 '팬서 레이크'다. 다만 첨단 나노 공정 기술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수율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8월 인텔의 18A 공정 위험 생산 단계에서 수율이 10%에 그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인텔이 수율을 고객사의 요구만큼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유사하게 삼성전자는 뼈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다. 올해 초 3나노미터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공정을 TSMC보다 먼저 양산을 시작했으나 수율이 발목을 잡으면서 결국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전자 역시 2나노미터급 공정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 2월 출시로 전망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 '갤럭시 S26 시리즈'에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자사의 2나노미터 공정 '엑시노스 2600'이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미 엑시노스 2600 양산에 들어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TSMC가 담당하던 테슬라를 고객사로 확보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테슬라와 한화 약 23조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담당하는 칩이 테슬라의 AI 칩인 'AI6'라 밝힌 바 있다. TSMC는 AI6의 전작인 AI5의 파운드리를 수주한 바 있다.

한편 TSMC가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TSMC의 가격 경쟁력 하락은 삼성전자와 인텔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매체 EE타임즈는 최근 "내년부터 TSMC는 5나노미터 이하 첨단 공정의 가격을 5~10%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그러나 진정한 구조적 변화는 세대 전환급 공정인 2나노(2nm) 에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현재 3나노미터 300mm 웨이퍼 당 가격은 2만 달러 수준인데, 2나노미터에서는 50% 상승한 3만달러로 책정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EE타임즈는 "가격 급등의 요인 중 하나는 지정학적 압력에 따른 글로벌 생산 다변화"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대미 공장 투자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가운데, TSMC 역시 한화로 수백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EE타임즈는 "해외 공장은 대만 본사 대비 5~30%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4나노미터의 경우 30% 가격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업계의 주장을 인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