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성장판이 혁신이다]AI로 참치 고르고 항만도 무인화…‘첨단기술로 진화하는 동원그룹’

■ 포인트데일리 창간 9주년 [대전환기 한국경제 '혁신'에서 길을 찾자] AI·자동화·글로벌 네트워크 삼각축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자체 AI 플랫폼 ‘동원GPT’로 전사 업무 효율화·보안 강화 완전 자동화 항만 ‘DGT’ 구축… AI 물류혁신의 현장 모델로

2025-10-10     김혜미 기자

한국 경제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큰 홍역을 겪었고 최근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압박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기후 변화 등 복합적 도전 속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혁신을 무기로 국내외 산업 파고를 헤쳐나가야만 한다. 이제 혁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자,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원동력이다. 포인트데일리는 창간 9주년을 맞아 [대전환기 한국경제 '혁신'에서 길을 찾자] 기획을 통해 대전환기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혁신의 해법과 함께 생존의 방향성을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동원그룹은 참치의 등급을 선별하고 어군의 움직임을 탐지하며 통조림 속 미세한 가시를 검출하는 과정까지 AI가 대신한다. 동원산업 부산공장에서 참치 단면을 AI로 식별해 등급분류를 하는 모습. 사진=동원그룹

[포인트데일리 김혜미 기자] '동원GPT'로 전 직원이 일하고, 무인 장비가 컨테이너를 나르며, AI가 참치 가시를 검출한다. 전통 식품기업 동원그룹이 'AI와 자동화'로 스스로를 완전히 재설계했다.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 'DGT', 오픈AI 기반 사내 플랫폼, 그리고 544억 원 규모 AI 인재 투자까지 동원은 이제 '테크 기반 푸드·물류 그룹'으로 진화 중이다.

◇ 참치 등급부터 통조림 품질까지… AI가 전 과정 담당

참치 산업에서도 AI는 이미 실무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참치의 등급을 선별하고 어군의 움직임을 탐지하며 통조림 속 미세한 가시를 검출하는 과정까지 AI가 대신한다. 동원그룹은 지난 해 2월 오픈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내 전용 플랫폼 ‘동원GPT’를 도입했다. 전 임직원이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인사·총무 등 내부 행정업무를 AI로 처리할 수 있으며 인트라넷 기반으로 운영돼 보안 걱정 없이 생산성을 높였다.

지난해 10월 총상금 4500만원 규모로 열린 ‘2024 동원 GPT 경진대회’ 발표 장면. 사진=동원그룹

AI에 대한 높은 관심은 사내 문화로도 확산됐다. 지난 해 10월에는 임직원이 직접 AI를 활용해 혁신 사례를 공유하는 ‘2024 동원 GPT 경진대회’를 열었다. 총상금 4500만원 규모로 진행된 이 대회는 ‘AI가 곧 경쟁력’이라는 그룹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올해에는 AI 생태계 외연을 넓히며 사회적 책임에도 나섰다. 동원그룹은 KAIST와 공동으로 ‘2025 동원 AI 컴피티션’을 개최, 국내외 우수 인재가 AI 기술로 미래 산업을 예측하고 혁신을 제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홍보 이벤트가 아니라 AI 인재 발굴과 산업계 협력 모델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김재철 명예회장이 KAIST에 544억원을 기부해 ‘김재철AI대학원’ 설립을 지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항만의 무인화, 물류의 지능화…‘DGT’로 완성된 자동화 혁신

AI 혁신은 물류 부문에서도 눈에 띈다. 지난 해 4월 개장한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은 국내 최초의 완전 자동화 항만이다. 컨테이너 하역부터 이송, 적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AI와 IoT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무인 이송장비(AGV)와 컨테이너 크레인(STS) 등 하역 장비를 전량 국산화하며 부산항의 물류 효율을 크게 높였다.

부두 길이만 1050m, 면적 84만㎡ 규모의 DGT는 향후 서컨테이너 2-5단계(2025년), 2-6단계(2026년)까지 완공되면 총 6개 선석, 140만㎡ 규모의 국내 최대 자동화 항만으로 확장된다. 모든 장비가 전기로 구동돼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효과까지 거둘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로 인한 8500억원의 경제효과와 2400개 일자리 창출을 예상했다.

지난해 4월 개장한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 사진=동원그룹

◇ AI와 글로벌 네트워크의 결합…기술로 다시 쓰는 성장사

한편, 동원그룹은 해외 사업에서도 공격적인 확장을 이어가며 ‘글로벌 공급망 리더’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08년 미국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StarKist)’를 3억6300만 달러에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현재 스타키스트는 미국 참치캔 시장 점유율 45%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연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 규모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후 동원은 아프리카 세네갈로 눈을 돌려 참치 통조림 제조사 스카사(S.C.A SA)와 수산기업 캅센(CAPSEN)을 인수했다. 두 기업을 통해 연간 3만t 규모의 참치를 가공·수출하며 현지 고용 인원은 1700명을 넘는다. 누적 투자액은 260억원에 달한다.

포장재 부문도 해외 진출에 속도를 냈다. 2015년 인수한 베트남의 딴띠엔패키징(TP)과 민비엣패키징(MVP)은 현지 최대 식품기업 마산그룹에 연포장재를 공급하며 베트남 시장 내 입지를 확고히 했다.

◇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 참가… ‘동원참치·양반·비비드키친’ 글로벌 진출 가속

동원그룹은 지난 4~8일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 ‘아누가 2025’에 참가해 K-푸드의 글로벌 위상을 한층 강화했다. 올해 박람회에는 118개국 800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약 15만명의 업계 관계자가 방문했다.

동원그룹은 ‘필요에 답하다’를 콘셉트로 한 전시 부스를 마련해 ‘동원·양반·비비드키친’ 등 대표 브랜드를 선보였다. 동원F&B는 단백질 25g이 함유된 ‘동원참치’와 100% 보성산 찻잎으로 만든 ‘동원 유기농 말차’를 내세워 건강한 K-푸드의 이미지를 부각했다. ‘양반’은 떡볶이, 김, 김치 등 한식 간편식을 ‘비비드키친’은 김치 살사와 고추장 등 한식 소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힌다.

동원그룹은 지난 4~8일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 ‘아누가 2025’에 참가했다. ‘아누가 2025’부스 조감도. 사진=동원그룹

특히 ‘BTS 진 에디션 동원참치’는 미국, 오세아니아, 동남아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양반’은 미국 월마트와 일본 코스트코 입점을 계기로 수출이 급증했다. 또한 ‘비비드키친’ 한식 소스는 미국 아마존 소스 부문 상위권에 오르며 호주·캐나다·베트남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펫푸드 브랜드 ‘뉴트리플랜(NUTRIPLAN)’은 미국 시장 진출로 연 매출 3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포장재 계열사 동원시스템즈는 수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려 북·중미 시장에서 고부가 소재사업을 확대 중이다.

AI 기술력, 자동화 물류 인프라,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이 맞물리며 동원그룹은 ‘생산-물류-유통’ 전 과정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단순한 식품기업을 넘어 첨단 기술로 진화한 동원그룹의 행보는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한 한국형 산업혁신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