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필벌'의 신세계그룹, 건설·면세·백화점 등 8개 계열사 대표 전격 교체

박주형·문성욱 사장 승진과 겸직 확대 그룹 첫 여성 CEO 탄생, 40대 중심 세대교체 실적 부진·멤버십 성장 한계 속 구조조정

2025-09-26     김혜미 기자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왼쪽)와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남편인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사진=신세계그룹

[포인트데일리 김혜미 기자] 신세계그룹이 26일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건설, 면세점, 백화점 등 8개 계열사 대표를 교체했다. 이번 인사는 실적 부진 계열사 중심의 ‘신상필벌(信賞必罰)’ 기조 속에서 이뤄졌으며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와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남편인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 박주형·문성욱 사장 승진과 겸직 확대·8개 계열사 대표 전격 교체

박주형 사장은 신세계백화점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신세계센트럴 대표직도 겸임한다.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 역시 사장으로 승진하며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직을 함께 맡는다. 시그나이트는 신세계인터내셔날(50%), 신세계(30%), 신세계센트럴(20%)이 지분을 분산 보유한 벤처캐피탈이다.

이번 인사에서 대표 교체가 단행된 계열사는 G마켓, SSG닷컴, 신세계디에프,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건설, 조선호텔앤리조트, 신세계푸드, 신세계라이브쇼핑 등 총 8곳이다.

G마켓 신임 대표에는 이커머스 전문가 제임스 장(한국명 장승환)이 내정됐다. 그는 알리바바 동남아 플랫폼 ‘라자다’를 이끌며 경험을 쌓은 인물로 ‘셀러 글로벌 진출’과 ‘AI 테크 역량 강화’를 핵심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SSG닷컴 새 대표로는 최택원 이마트 영업본부장이 선임됐다. 최 대표는 이마트와 SSG닷컴 간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해 신선식품 중심 경쟁력을 강화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에는 김덕주 해외패션본부장이, 신세계푸드 대표에는 임형섭 B2B담당이 각각 내정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에는 마케팅 전문가 최훈학 SSG닷컴 대표가, 신세계디에프 대표에는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가 발탁됐다. 신세계건설 신임 대표로는 강승협 신세계푸드 대표가 자리를 옮겼다.

◇ 40대·여성 CEO 대거 발탁, 세대 교체 본격화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1980년대생 중심의 세대 교체와 여성 CEO 발탁이다. 신임 임원 32명 중 14명이 40대에 해당하며 전체 임원 중 40대 비율은 기존 8%에서 16%로 두 배 늘어났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1부문 대표에는 1980년생 서민성, 코스메틱2부문 대표에는 1985년생 이승민이 선임됐다. 특히 이승민 대표는 그룹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신세계 정용진 회장(왼쪽)과 정유경 회장. 사진=신세계 그룹

이번 인사는 신세계그룹 전체 실적 부진과 계열사별 구조 조정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이루어졌다. 특히 통합 멤버십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의 가시적 성과 부진이 인사 배경으로 꼽힌다. 당초 5년 내 1000만 명 가입을 목표로 출범했으나 가입자 수 확대는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신세계건설은 상반기 매출 5794억원, 영업손실 368억원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을 이뤘으나 대부분 그룹 프로젝트 일감에 의존했다. 업계에서는 자체 수주 경쟁력 없이는 그룹 실적 변동이 곧바로 건설사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용진·정유경 남매가 주도하는 이번 인사는 세대 교체와 여성 CEO 등 리더십 혁신을 통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그룹의 당면 과제를 신속히 실행하며 향후 3년간 성장 전략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신세계그룹이 급변하는 유통·이커머스 환경 속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와 계열사 실적 개선을 동시에 노리는 전격적 조치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