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성장판이 혁신이다] 롯데면세점, AI·바이오·빅데이터 결합 '미래 면세점' 표준길 만든다

■ 포인트데일리 창간 9주년 [대전환기 한국경제 '혁신'에서 길을 찾자] 손바닥 하나로 끝나는 면세점 결제·얼굴 인식해 술 추천하는 AI 바텐더 “2분기 업계 유일 흑자, FIT·단체관광객 마케팅강화로 수익성중심 전환” 해외 점포의 안정적 성장… 싱가포르 사업권 연장, 비효율 점포 정리 “체험형 콘텐츠 강화… 하반기 해외 전략·시내면세점 경쟁력 집중”

2025-09-25     김혜미 기자
롯데면세점은 AI·바이오 인증·빅데이터를 결합한 차별화 전략으로 불황 속에서도 면세업계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5일 김포공항점에서 업계 최초로 손바닥 정맥(장정맥) 인증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진=롯데면세점

한국 경제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큰 홍역을 겪었고 최근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압박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기후 변화 등 복합적 도전 속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혁신을 무기로 국내외 산업 파고를 헤쳐나가야만 한다. 이제 혁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자,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원동력이다. 포인트데일리는 창간 9주년을 맞아 [대전환기 한국경제 '혁신'에서 길을 찾자] 기획을 통해 대전환기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혁신의 해법과 함께 생존의 방향성을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포인트데일리 김혜미 기자] 롯데면세점이 AI·바이오 인증·빅데이터를 결합한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불황의 파고를 뚫고 있으며 단순한 결제 혁신을 넘어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통합한 미래 면세점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 손바닥 하나로 끝나는 면세점 결제·얼굴 인식해 술 추천하는 AI 바텐더

롯데면세점은 이달 5일 김포공항점에서 업계 최초로 손바닥 정맥(장정맥) 인증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24일 밝혔. 여권이나 카드 탑승권을 따로 제시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 번호와 손바닥 정맥 등록만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한국공항공사의 ‘스마트공항’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고객은 공항 키오스크에서 단 한 번 정맥을 등록하면 된다. 이 시스템의 의미는 단순한 간소화에 그치지 않는다. 롯데는 정맥 데이터를 고객 데이터와 연계해 방문 패턴 분석·탑승 일정에 맞춘 맞춤형 쿠폰 제공·상품 추천 서비스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사실상 ‘결제-마케팅-추천’ 전 과정이 AI로 이어지는 구조다. 면세업계 최초의 ‘초개인화 결제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셈이다.

김포공항점에는 이에 앞서 지난 1월 업계최초로  AI 기반 로봇 바텐더를 도입했다. 두산로보틱스와 협업해 개발한 이 시스템은 고객의 얼굴을 인식하고 AI가 감정을 분석해 맞춤형 주류를 추천한다.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 등 4개 언어로 응대가 가능하다. 단순히 술을 따라주는 기계가 아니라 AI 감정 인식·멀티랭귀지 대화·취향 추천을 동시에 구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공항 면세점 중에서도 이런 수준의 AI 체험 서비스는 전례가 드물다”며 “단골 위주의 폐쇄적 면세점이 아닌 글로벌 관광객 누구나 즐기는 ‘경험형 매장’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포공항점에는 업계최초로 지난 1월 AI 기반 로봇 바텐더를 도입했다. 사진=롯데면세점

◇ 신동빈 회장의 AI 드라이브 전략 성과, 올해 2분기 면세업계 유일 흑자

롯데그룹은 지난 8월 서울 송파 롯데월드타워에서 첫 AI 콘퍼런스를 열고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그룹 전사 DNA로 선언했다. 단순히 도움을 주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율형 AI를 경영 전반에 이식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신설된 전담 조직 ‘라일락(LaiLAC)’은 AI 알고리즘 연구·데이터 분석·외부 협력까지 총괄하며 유통 계열사의 매장 운영과 재고 관리·가격 최적화·고객 서비스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신 회장은 “AI는 PC 인터넷 모바일에 이어 세상을 바꿀 차세대 기술”이라며 “비용 절감이나 효율화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혁신의 도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면세점의 이런 전략은 성과로 이어졌다. 롯데면세점이 2분기 면세사업부 매출 6685억원 영업이익 65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면세업계에선 2분기 기준 유일한 흑자다.

2분기 매출은 고환율과 경기 침체 여파 대형 다이궁(보따리상) 비중 축소 전략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3%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다이궁 수수료 절감과 내·외국인 마케팅 강화로 개별관광객(FIT)과 단체 관광객 매출이 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롯데면세점은 사업 환경 변화에 맞춰 ‘볼륨 중심 성장’에서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전략 전환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 낮은 대형 다이궁 판매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외국인 단체 관광객 직접 유치와 개별관광객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창이공항점 듀플렉스 매장 전경. 사진=롯데면세점

◇ 해외 점포의 안정적 성장… 싱가포르 사업권 연장, 비효율 점포 정리

롯데면세점의 해외 사업이 꾸준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싱가포르 호주 일본 등 주요 해외 점포는 각 국가별로 차별화된 고객 유치 전략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 증가했고 영업이익 역시 흑자로 전환됐다. 회사 측은 하반기에도 해외 사업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해 비상경영 체제 선언 이후 국내외 부실 점포 정리 및 효율화 작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 5월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은 3년 계약 연장에 성공했으며 뉴질랜드 웰링턴 공항점은 2월 베트남 다낭 시내점과 호주 다윈 공항점은 5월 말 계약 만료에 따라 영업을 종료했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는 “AI와 디지털 전환을 앞세운 초개인화 전략이 면세점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할 것”이라며 “해외 사업도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수익 구조를 더욱 안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체험형 콘텐츠 강화… 하반기 해외 전략·시내면세점 경쟁력 집중”

롯데면세점은 하반기 국내외 매장 내실 경영과 해외 매출 확대에 집중하며 글로벌 트래블 리테일 선도 기업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해외 5개국 10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을 중심으로 향후 5년 내 해외 매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이 라인페이 대만을 지난 7월부터 도입해 대만했다. 사진=롯데면세점

지난 5월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주류·담배 사업권 계약 기간을 2026년에서 2029년까지 3년 연장했다. 4개 터미널 18개 매장 총 8600㎡ 규모로 맥캘란·글렌피딕 등 약 430개 글로벌 주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를 계기로 브랜드 협상력을 강화하고 아시아 최초 입점 확대를 추진한다.

국내 시내면세점에서도 외국인 단체·개별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위챗페이·알리페이·라인페이 등 간편결제를 확대했다. 동남아 항공사·OTA와 제휴 마케팅을 확대하고 명동본점 ‘스타에비뉴’를 연내 리뉴얼해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할 예정이다.

오는 29일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과 10월 경주 APEC 개최에 대비해 롯데면세점은 중국 현지 여행사와 협력해 K-콘텐츠 체험·뷰티 클래스 결합 단독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시내 면세점 인프라를 확충한다. 남궁표 마케팅부문장 등은 지난 10~12일 중국 광저우와 칭다오를 방문해 현지 여행사·파트너사 30여 곳과 단체관광객 특전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CITS 여행사 및 칭다오여유그룹과 MOU를 체결했다. 또한 지난 18일에는 중국어·일본어·동남아 언어권 관광통역사 200여 명을 초청해 면세점 주요 매장과 혜택을 소개하는 가이드 초청 행사를 진행했다.

롯데면세점이 추석 황금연휴가 포함된 9~10월을 맞아 내·외국인 고객을 겨냥한 가을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사진=롯데면세점

면세업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은 손바닥 정맥 결제와 AI 바텐더 등 기술을 매출과 고객 경험 개선에 활용하며 AI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와 데이터 마케팅으로 2분기 유일 흑자를 달성했다”며 “해외 사업권 연장과 흑자 전환으로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했으며 앞으로도 AI를 통한 경험 차별화와 글로벌 확장력으로 면세시장의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