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성장판이 혁신이다] 삼양식품, 80억 개 팔린 불닭...스마트 팩토리로 100억 개 향한다
■ 포인트데일리 창간 9주년 [대전환기 한국경제 '혁신'에서 길을 찾자] 올 상반기 불닭 시리즈 누적 80억 개...한국 라면 수출 약 60% 차지 로컬라이제이션 전략...각 지역 입맛과 문화에 맞춰 제품·유통·마케팅 조정 밀양 스마트 팩토리...원부자재 입고부터 완제품 출고까지 전 과정 자동화
[포인트데일리 신단아 기자] 한국 경제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큰 홍역을 겪었고 최근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압박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기후 변화 등 복합적 도전 속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혁신을 무기로 국내외 산업 파고를 헤쳐나가야만 한다. 이제 혁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자,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원동력이다. 포인트데일리는 창간 9주년을 맞아 [대전환기 한국경제 '혁신'에서 길을 찾자] 기획을 통해 대전환기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혁신의 해법과 함께 생존의 방향성을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한국의 매운맛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삼양식품은 현지 판매법인 확충과 밀양 스마트 팩토리를 양축으로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를 달구는 K-매운맛 열풍의 배경에는 멈추지 않는 생산 혁신이 자리한다.
◇ "매워도 또 먹어!" 전 세계가 울부짖는 불닭 신드롬
2012년 첫선을 보인 불닭은 마치 성장판이 열린 청소년처럼 거침없이 성장해왔다. 2023년 50억 개 판매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70억 개를 돌파했고, 올 상반기만 해도 이미 80억 개에 도달했다. 이 추세라면 100억 개 돌파는 시간문제다.
80억 개라는 숫자가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세계 인구가 약 82억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지구상 모든 이가 한 번씩은 불닭과 마주했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해외 수요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2023년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불닭 브랜드의 세계적 인기로 해외 매출은 2016년 930억원에서 지난해 1조3359억원으로 불과 8년 만에 14배 늘었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 비중도 26%에서 77%로 확대됐다.
올해 역시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해외 매출은 8642억원을 기록하며, 삼양식품이 한국 라면 수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에는 수출 시장의 판도도 바뀌고 있다. 2019년 15% 수준이었던 미주 지역의 매출 비중이 지난해 28%까지 확대되며 중국과 함께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같은 기간 유럽 역시 6%에서 18%로 뛰어올라 차세대 핵심 시장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지난해 기준 지역별 매출 비중은 미주 28%, 중국 28%, 아시아 20%, 유럽 18%, 기타 6%로 집계됐다.
◇ 매운맛을 넘어선 '문화 현상'
불닭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매워서'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 매운 음식은 많지만, 불닭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이자 놀이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특별하다.
출시 초기부터 '도전'과 '재미'를 내세워 강렬한 감각적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했으며, 제품·유통·커뮤니케이션 등 전 영역에서 선제적으로 로컬라이제이션을 구축한 점이 글로벌 확장의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불닭 챌린지'다. 이 챌린지는 유튜브와 틱톡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불닭을 먹고 혀를 내두르는 외국인들의 리액션 영상으로 넘쳐난다. 탄탄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유례없는 글로벌 바이럴 경험이 쌓이면서, 불닭은 단순한 매운 라면을 넘어 전 세계인의 놀이와 리액션의 대상이 됐다.
불닭 신드롬은 미국에서 더욱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세계적인 래퍼 '카디비'가 직접 운전해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사 먹는 영상이 퍼지며 셀럽 인증 효과를 낳았고, 생일 선물로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받은 소녀가 감격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SNS를 타고 확산되며 현지 팬덤을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
뉴욕타임스는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손에 넣을 수 있길, 행운을 빈다"는 기사를 내며, 까르보불닭볶음면의 인기와 품귀현상을 조명하기도 했다.
불닭의 글로벌 저력은 '로컬라이제이션'에서도 드러난다. 단순히 한국에서 만든 라면을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지역의 입맛과 문화에 맞춰 제품·유통·마케팅을 세심하게 조정했다.
일본에는 '야끼소바불닭볶음면', 미국에는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 중국에는 '양념치킨불닭볶음면'을 내놓는 등 현지 트렌드를 반영한 맞춤형 제품을 잇따라 출시해 불닭의 매운맛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확장은 면류에서 끝나지 않았다. 불닭의 매운맛은 소스, 스낵, 간편식으로도 확장됐다. '불닭소스', '불닭감자칩', '불닭떡볶이' 등은 불닭 브랜드를 단순한 라면을 넘어 하나의 글로벌 매운맛 카테고리로 확장시키며 소비자 선택지를 넓혔다.
◇ '불닭' 글로벌 열풍 뒷받침하는 스마트 팩토리 전략
삼양식품의 글로벌 질주는 이제 최첨단 스마트 팩토리가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수출 초창기만 해도 현지 대형 유통사와 손잡고 물류·유통·마케팅 역량을 빌려 해외 시장을 공략했지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직접 판로를 넓히고 생산 거점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2019년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네덜란드에 판매법인을 잇따라 세우며 불닭 제국의 외연을 키웠다.
생산기지도 새로 구축했다. 2022년 부산항과 가까운 밀양에 2400억원을 투입해 연간 6억 개 생산이 가능한 신공장을 완공했다. 원주공장 이후 30여 년 만에 세운 공장이자 수출 전담 기지였다. 공장이 본격 가동된 2023년부터 해외 매출은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그렸다.
급증하는 주문을 감당하기 위해 삼양식품은 올해 6월 총 1838억원을 들여 연간 최대 6억9000만 개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밀양2공장을 추가로 준공했다. 이어 2027년까지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 현지 생산공장도 설립할 계획이다.
밀양 1·2공장은 총 4200억원이 들어간 최첨단 스마트 팩토리다. 원부자재 입고부터 완제품 출고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로 돌아간다.
밀양1공장은 분당 800개의 라면을 뽑아내는 연속식 제면 설비를 갖췄다. 이는 기존 제면 라인의 2배에 달하는 속도다. 원주나 익산공장에 설치되어 있는 배치식 제면 설비 공정은 시간차를 두고 일정량의 밀반죽이 공급되지만, 밀양공장의 연속식 설비는 멈춤 없이 계속해서 밀반죽을 공급할 수 있어 생산량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사람 손이 필요 없는 공장에 가깝다. 제품 주문에서 완성 단계까지의 모든 생산활동을 최적화하는 생산실행관리시스템(MES), 제품 입출고 및 실시간 재고 관리 등 물류 정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창고관리시스템(WMS), 공장 내 전력과 조명, 공조시스템 등의 설비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공장자동화관리시스템(BMS)으로 운영하고 있다.
로봇 팔레타이징이 박스를 자동 적재·랩핑해 창고로 옮기고, 무인 화물 운반 시스템이 부자재를 자동으로 생산라인에 공급한다. 덕분에 수동 물류센터 대비 30% 수준의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해내고, 인력은 70%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올해 6월 완공된 밀양2공장은 1공장보다 한층 진화했다. 여기서는 제면부터 유탕, 냉각, 포장, 창고적재에 이르기까지의 전 공정이 자동화 로봇과 시스템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43미터 높이의 물류창고 역시 WCS(창고제어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운영돼, 3.5일치의 재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명실상부 K-스파이시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앞으로도 현지 맞춤 제품 개발과 다양한 콘텐츠 협업을 통해 소비자와 함께 성장하며 변화와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