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성장판이 혁신이다] 오뚜기, 저감화·간편화·글로벌화로 승부...물류자동화 시스템도 '척척'
■ 포인트데일리 창간 9주년 [대전환기 한국경제 '혁신'에서 길을 찾자] 저감화 통합 '라이트앤조이' 출범...2Q 매출 전년 동기 대비 44.9%↑ 미국·베트남·중국·뉴질랜드 등 해외법인 4곳 중심 글로벌 입지 넓혀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 설립 시작으로 2027년 생산 공장 가동 목표 울산 삼남공장 내년 4월 완공…226억원 규모 글로벌 로지스틱 센터로
[포인트데일리 신단아 기자] 한국 경제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큰 홍역을 겪었고 최근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압박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기후 변화 등 복합적 도전 속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혁신을 무기로 국내외 산업 파고를 헤쳐나가야만 한다. 이제 혁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자,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원동력이다. 포인트데일리는 창간 9주년을 맞아 [대전환기 한국경제 '혁신'에서 길을 찾자] 기획을 통해 대전환기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혁신의 해법과 함께 생존의 방향성을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카레에서 출발해 라면·소스·간편식까지 한국인의 식탁을 60여 년간 지켜온 오뚜기. 그 친숙한 브랜드가 요즘 달라졌다. 예전엔 '맛'만 외쳤다면, 이제는 '건강'까지 챙기며 세계인의 식탁까지 품겠다고 나섰다.
◇ 1997년부터 시작된 건강 DNA
오뚜기의 건강 행보는 생각보다 일찍 시작됐다. 1997년 '하프마요네즈', 2009년 '하프케챂'으로 반만 줄이는 '저감화 전략'을 선보인 것이 벌써 30여 년 전이다. 당시만 해도 "맛은 다소 떨어져도 건강하면 된다"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한층 진화했다.
지난 4월 오뚜기는 저감화 제품을 한데 모은 통합 브랜드 '라이트앤조이'를 출범시켰다. 당분, 칼로리, 지방을 줄이면서도 맛은 유지한 제품들을 하나의 브랜드 아래 묶어내며 "건강해도 맛있다"는 메시지를 각인시킨 것이다.
'라이트앤조이'는 참치, 케첩·마요네스, 드레싱, 잼, 통조림 과일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췄다. 대표 제품은 △가벼운참치 △½ 하프케챂·마요네즈 △저칼로리 드레싱 △당을 줄인 잼 △가벼운황도·백도 등이 있다.
성과도 뚜렷하다. 브랜드 런칭 이후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9% 성장했고, 특히 잼과 드레싱 부문은 무려 130% 이상 폭증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향후 소스, 프리믹스뿐 아니라 HMR 제품군까지 저감화 신제품을 확대해 소비자들의 건강한 푸드 라이프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ESG도 게을리 않는다... 점자 표기로 '포용적 경영' 실천
오뚜기는 2021년부터 오랜 노력과 연구 끝에 컵라면에 제품 이름,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 등을 점자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라면'을 중심으로 컵밥, 용기죽, 소스류 등 타제품군으로 점자 적용을 확대해가며 현재 총 133종 제품에 점자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물 붓는 선을 찾기 어렵다"는 시각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결과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협조를 받아 점자 위치와 내용, 가독성까지 꼼꼼히 검토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배려해 점자 배경은 검은색, 글자는 흰색으로 인쇄한 섬세함도 놓치지 않았다.
이런 노력은 국내에서 인정받아 지난해 '대한민국 패키징 대전' 한국패키징단체총연합회장상, 올해 Worldstar 어워즈 'Food' 부문을 수상했다.
현재 점자 표기는 컵라면 전 제품(77종)을 비롯해 컵밥 29종, 용기죽 8종, 볶음밥 3종, 케챂 6종, 마요네스 10종 등으로 확대됐다. 또한 볶음면과 컵누들에는 조리물선을 음각·양각으로 다양하게 표시해 '복작복작 조리법', '응용 조리법' 등 취향에 맞는 선택권을 제공한다. 시각장애인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라면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 K-푸드 열풍에 70개국 진출...물류혁신으로 글로벌 경쟁력 2.5배 UP
오뚜기의 글로벌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미주,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70여 개국에 라면·소스·냉동 간편식을 수출하고 있다.
그 결과 해외 매출은 2022년 처음으로 3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3614억원을 기록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시켰고, 해외 법인이 위치한 미국과 베트남, 중국, 뉴질랜드 등 총 4 곳을 중심으로 글로벌 입지를 넓혀 갈 계획이다.
특히 베트남 박닌공장은 오뚜기의 글로벌 성장판으로 꼽힌다. 여기서 생산된 제품들이 인도네시아부터 중동·아프리카까지 20억 명 규모의 할랄 시장을 겨냥한다. 이슬람 인구를 고려한 전략적 거점 확보인 셈이다.
영업과 제조가 동시에 출범한 첫 해외 법인인 '오뚜기 베트남'은 2018년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박닌공장을 준공하고, 진라면, 열라면, 북경짜장, 라면사리 등 다양한 오뚜기 제품을 생산해왔다. 지난해 말 현지 공장에서 무이(MUI)할랄 인증을 받았으며, 올해에는 할랄 라면의 본격적인 생산과 수출을 시작했다.
물류 경쟁력 강화에도 공을 들인다. 울산 삼남공장에는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226억원 규모의 글로벌 로지스틱 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완공 시 기존의 4배에 달하는 5500평 규모로 확장되며,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보관·처리 능력은 기존 대비 2.5배 높아질 전망이다.
◇ 글로벌 무대에서 '진라면' 알리다
오뚜기는 해외 매출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글로벌 전략에 시동을 걸며 현지 생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8월 미국 현지 생산법인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 설립을 시작으로, 2027년 생산 공장 가동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공장 예정지는 기존 '오뚜기 아메리카'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라미라다 지역으로, 라면을 비롯해 소스류, 간편식 등 다양한 제품군의 현지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물류비 절감과 신선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마케팅에서도 K-컬처와 시너지를 낸다. 방탄소년단(BTS) 진과 협업한 '진라면 글로벌 캠페인'은 지난 3월 공개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됐다.
진의 초상이 담긴 특별 패키지는 컵라면과 용기면에 적용되어 국내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특히 멀티팩 제품에는 '씰 스티커'를 동봉해 팬들의 컬렉션 욕구를 자극했으며, 출시 50일 만에 완판되는 등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오뚜기는 전 세계 주요 식품박람회를 통한 브랜드 홍보에도 공들이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최대 식품박람회 '윈터 팬시 푸드쇼'를 시작으로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 '상하이 국제식품박람회' 등 국내외 주요 전시회에서 진 캠페인과 연계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수출용 진라면 패키지 디자인을 심플하게 변경해 시각적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K-라면의 대표주자로서 선도적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세계인의 식탁에 오뚜기를 이라는 비전 아래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해외 법인을 기반으로 한 시장 확대에 중점을 두고 할랄 및 신규 시장 개척, 미국 생산 공장 설립 등을 추진해 외형 성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