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성장판이 혁신이다] 풀무원, 신선HMR·식물성 먹거리...'플랜트 포워드'로 글로벌 K-푸드 확장

■ 포인트데일리 창간 9주년 [대전환기 한국경제 '혁신'에서 길을 찾자] 차별화된 식물성 지향 식품...두유면 라인업과 두부텐더 대표 제품으로 '지구식단' 통해 B2B 영역까지 확대...식물성 식품 생태계 전방위로 미국·중국 등 성장세...올해 중 유럽 법인 설립하고 유럽 시장 진출

2025-09-11     신단아 기자
풀무원은 '플랜트 포워드' 전략을 앞세워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밀가루 대신 두유로 만든 면, 고기 대신 두부로 만든 텐더 등 도전적인 제품들이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사진=풀무원

[포인트데일리 신단아 기자] 한국 경제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큰 홍역을 겪었고 최근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압박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기후 변화 등 복합적 도전 속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혁신을 무기로 국내외 산업 파고를 헤쳐나가야만 한다. 이제 혁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자,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원동력이다. 포인트데일리는 창간 9주년을 맞아 [대전환기 한국경제 '혁신'에서 길을 찾자] 기획을 통해 대전환기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혁신의 해법과 함께 생존의 방향성을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1991년 미국 시장에 첫발을 내딘 풀무원의 해외 진출은 올해로 34년 차를 맞았다. 지난 세월 동안 풀무원이 해외시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는 단순한 글로벌 진출을 넘어선다. 현지 소비자의 니즈를 읽어내고 이를 혁신적인 제품으로 구현하는 능력과 더 나아가 이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하는 전략이 돋보인다.

◇ 두유면·두부텐더가 이끄는 '플랜트 포워드' 혁신

풀무원은 '플랜트 포워드(Plant-Forward)' 전략을 앞세워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밀가루 대신 두유로 만든 면, 고기 대신 두부로 만든 텐더 등 도전적인 제품들이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두유면 라인업의 성과는 풀무원의 전략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올해 2월 자체 생산 공장으로 이관한 후 공급량을 4배 늘렸지만, 여름철 수요 급증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배 이상 출고하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공장을 풀가동하고도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B2C 시장에서는 두유면, 두부면, 메밀 두유면 등 '두유면 라인업'과 고단백 결두부를 활용한 '두부텐더'가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은 제품군들은 소비자들의 식탁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두부면은 이미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에서 글루텐 프리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두유면 역시 미국 수출을 앞두고 있다.

풀무원의 행보는 소비자 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자사 브랜드 '지구식단'을 통해 B2B 영역까지 확대하며 식물성 식품 생태계를 전방위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채식 급식 확산에 발맞춰 디저트 카테고리를 강화했다. 식물성 젤라또 '플랜또'와 미니 케이크 '시퐁케이크'는 급식 및 외식 현장에서 한 끼를 온전히 식물성으로 구성하려는 수요를 정조준한 제품이다.

플랜트 포워드 전략은 외식 영역에서도 결실을 맺고 있다. 코엑스·용산·고덕에 위치한 비거니즘 레스토랑 '플랜튜드' 3개 매장에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약 38만2000명이 방문해 누적 55만8000개의 메뉴가 판매됐다. '식물성 외식의 대중화'를 현실로 끌어낸 것이다.

대표 메뉴인 고사리오일스톡파스타와 모듬버섯두부강정은 비건과 비비건을 가리지 않고 호응을 얻으며, 단순한 대체식이 아닌 '더 나은 선택'으로 식물성 메뉴가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체 해외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 법인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코스트코 등 회원제 채널에서 고객층을 확대하고, 리테일 채널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여기에 아시안 푸드 수요 확대와 현지 생산 기반 확충에 따른 물류비 절감 효과까지 더해지며, 지난해 미국 매출은 전년 대비 21.6% 늘었고 4분기에는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사진=풀무원

◇ 미국 두부시장 67% 점유율의 비밀

풀무원의 해외사업은 미국·일본·중국·베트남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해외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13.4% 증가한 6352억원을 기록했고, 올 1분기 역시 7.9% 늘어난 1668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해외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 법인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코스트코 등 회원제 채널에서 고객층을 확대하고, 리테일 채널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여기에 아시안 푸드 수요 확대와 현지 생산 기반 확충에 따른 물류비 절감 효과까지 더해지며, 지난해 미국 매출은 전년 대비 21.6% 늘었고 4분기에는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2021년 풀러튼 공장 두부 라인 증설, 2023년 길로이 공장 아시안 면류 라인 신설에 이어, 풀무원은 올 하반기 아이어 공장에 두부 라인을 추가할 계획이다.

풀무원이 미국에서 10년 연속 두부시장 1위(점유율 67%)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기술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서양인들이 꺼리는 콩 비린내를 완전히 제거한 것은 물론, 일반 두부보다 단백질 함량을 1.8배 높인 '하이 프로테인 두부', 물성을 2-4배 단단하게 만든 '슈퍼 펌 두부', 바로 먹을 수 있는 큐빅 모양의 토핑용 두부까지. 단순한 제품 개발이 아니라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식문화를 깊이 이해한 결과다.

현재 이들 제품은 월마트, 타겟, 크로거 등 미국 전역 주요 소매업체 1만4000여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아시안 누들 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2015년 진출 당시 미국 시장은 저가 건면과 냉동면이 주류였다. 하지만 풀무원은 여기서 기회를 찾았다. 아시안 레스토랑의 맛과 조리 편의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냉장 생면을 개발한 것이다. 2016년 820만 달러로 시작한 연 매출은 8년 만에 약 10배 성장했다. 

냉장 파스타와 두부 제품의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중국법인의 연매출은 전년 대비 9.0% 증가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져 1분기 매출은 42.5%, 상반기 누적 매출은 35.8% 각각 상승했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 핑구구(평곡구) 공장 부지에 위치한 풀무원 중국 법인 푸메이뚜어 베이징 1공장 전경. 사진=풀무원

◇ "중국 공략 넘어 유럽으로" 식물성 식품 앞세운 도전

냉장 파스타와 두부 제품의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중국법인의 연매출은 전년 대비 9.0% 증가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져 1분기 매출은 42.5%, 상반기 누적 매출은 35.8% 각각 상승했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과감한 설비투자가 있다. 회사는 2012년 베이징 1공장을 시작으로, 2022년 4월 약 300억원을 투자해 베이징 2공장을 준공했다. 이로써 두부 생산능력을 연간 1500만 모에서 6000만 모로 4배나 확대했다.

1공장은 냉장면과 파스타 등 신선HMR(가정간편식) 생산기지로, 2공장은 두부 중심의 식물성 제품 생산기지로 역할을 분담하는 이원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파스타 부문에서도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졌다. 2022년 11월 약 310억원을 들여 베이징 1공장 파스타 생산 라인을 증설, 연간 생산능력을 4500만 개에서 1억 개로 늘려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했다.

B2C 시장에서는 두유면, 두부면, 메밀 두유면 등 '두유면 라인업'과 고단백 결두부를 활용한 '두부텐더'가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은 제품군들은 소비자들의 식탁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사진=풀무원

최근에는 냉동김밥이라는 새로운 도전에도 나섰다. 지난해 3분기부터 국내 식품기업 최초로 중국 메인스트림 시장에 냉동김밥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중국 대형 유통채널 샘스클럽에서 판매 중인 'Tuna KimBap(참치 김밥)'은 출시 1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현지 소비자 호응을 얻고 있다.

풀무원은 한국에서 선보인 다양한 식물성 대체육 제품을 중국 시장에도 도입하고 있다. 현지에서 인기인 만두와 파스타의 고기를 식물성 고기로 대체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현지 식탁 변화를 이끌고 있다.

풀무원은 올해 중 미국 법인을 거점으로 유럽 법인 설립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 도전한다. 풀무원만의 차별화된 식물성 지향 식품과 아시안 누들 및 K-간식 카테고리 제품을 현지화하여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파리 SIAL 2024에서 'K-푸드 선도기업관' 참여기업 중 최다인 6개 제품이 'SIAL 혁신상 셀렉션' 리스트에 오르며 유럽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K-푸드, K-컬처의 확산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풀무원은 국내의 경우 지속가능식품 카테고리의 수익 성장을 이어나가고 해외사업은 국가별 주력 제품뿐만 아니라 K-푸드 제품으로 확장하여 성장 및 수익성을 지속 개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