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품는 K푸드] SPC '파리바게뜨', 유럽에서 동남아까지 '빵'으로 세상을 잇다

2004년 중국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현재 550호점 돌파 2014년 프랑스 진출… 유럽 시장 핵심 플래그십 스토어로 운영 북미지역 150호점 돌파... 2030년까지 1000개 매장 오픈 목표 동남아 첫 진출국은 베트남... '할랄' 인증 공장 통해 중동 진출도

2024-07-25     이호빈 기자

[포인트데일리 이호빈 기자] 고물가와 고금리의 장기화로 인한 소비침체에 식음료업계는 성장의 돌파구로 해외 시장 확대에 속력을 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5월 기준 K푸드 수출 누적액은 지난해보다 7.6% 증가한 3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은 3월 3.6%,  4월 6.3%에 이어 최근 3개월간 증가세를 기록중이다. 포인트데일리는 K푸드 열풍에 힘입어 해외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기업들의 해외 시장 전략을 [글로벌 품는 K푸드] 기획을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SPC는 최근 11번째 진출국인 필리핀에 진출하며 파리바게뜨 1호점을 오픈하는 등 미국, 유럽시장 사업 확장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전 세계의 소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시정지했던 지난 2~3년간의 기록을 제외하면 파리바게뜨의 해외사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꾸준한 내실 다지기와 신규 국가 진출을 병행한 덕분이다. 이와 함께 바로 G2국가(중국, 미국)서 궤도에 오른 현지 가맹사업과 조인트벤처(JV) 방식을 접목한 신규 국가 진출이 서로 시너지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국내 베이커리 시장을 들여다보면 3500여개의 파리바게뜨 직가맹점을 운영하는 SPC 조차 국내 베이커리 시장서 30% 초반대 점유율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오랜 기간 동안 차근차근 해외시장 개척에 집중해온 파리바게뜨의 전략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 파리바게뜨 몽파르나스점. 사진=SPC

2014년 빵의 본고장 프랑스 진출… 유럽 시장 핵심 플래그십 스토어로 운영


파리바게뜨는 지난 2014년 빵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에 진출했다. 이는 1988년 프랑스풍의 베이커리를 표방했던 토종 브랜드가 26년 만에 현지 중심가에 문을 연 사건으로, 70여 년간 축적한 원천기술과 적극적인 R&D 투자를 통해 이뤄낸 결실로 당시에 화제를 모았다.

특히 빵을 주식으로 삼는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이 워낙 높기 때문에 파리바게뜨의 파리 1호점 개점은 단순한 신규국가 진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프랑스가 미식과 문화예술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SPC그룹은 프랑스 파리에 매장을 내기 위해 10년 이상을 준비했다. 2004년부터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동향을 파악했고, 제품 개발과 시장 조사에 공을 들였다. 프랑스 현지의 까다로운 눈높이와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자들이 꾸준한 연구개발을 했음은 물론이다. 현지 브랜드 포지셔닝에 있어서도 제품 하나하나에 총력을 기울이는 ‘프리미엄 아티잔 블랑제리’ 콘셉트를 적용했다. 제조 방식도 전통적인 프랑스식을 따랐다.

파리바게뜨 1호점인 샤틀레점은 현지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제품과 콘셉트로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이후 파리의 미식 중심가에 생미셸점을 선보였으며, 파리 외곽의 현대적 상업 지구인 라데팡스 지역에 3호점 보엘디유, 4호점 코롤점을 오픈한 데 이어 2022년 말 5호점 몽파르나스점을 잇따라 열며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파리바게뜨 프랑스 매장은 파리바게뜨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역할을 하는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로, 최상급 재료 사용, 숙련된 현지 제빵사 채용 등을 통해 파리지앵과 더불어 수많은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올해 1월 말 미국 동부 뉴저지주에 현지 가맹점 기준 100호점인 '레드뱅크점'을 열었다. 사진=SPC

미국·중국에서도 동네빵집처럼 '친숙한 장소’로 통하는 파리바게뜨


파리바게뜨가 올해 1월 말 미국 동부 뉴저지주에 현지 가맹점 기준 100호점인 ‘레드뱅크점’을 열었다. 레드뱅크점이 위치한 몬머스카운티 지역은 한인이 거의 살지 않고 주민 중 뉴저지 토박이들이 95%에 달하는 현지 주류 상권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2005년에 미국에 진출한 파리바게뜨의 가맹사업이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는 반증이다.

북미지역에서 150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의 현지 가맹점 비중은 85%에 달한다. 올해 예정된 160여 곳의 추가적인 가맹 계약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 맨해튼에서만 13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파리바게뜨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품의 다양성과 품질 △새로운 경험의 제공 등이 있다. 예를 들면, 오봉팽, 프레타망제 등 미국 시장의 기존 베이커리가 판매하는 품목이 평균 100종류 이하인 것에 비해 파리바게뜨의 경우 평균 300종 이상의 품목을 취급해 현지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혔다.

미국 내 ‘파리바게뜨 3.0’을 표방하며 변화를 준 제품 진열 방식도 성공 요소로 꼽힌다. 중앙에 ‘대형 매대’를 배치하고 현지인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가구와 천장, 바닥, 조명 등 인테리어를 기존 매장보다 업그레이드했다.

SPC는 진출 초기부터 실리콘밸리 인근의 주요지역과 LA·샌디에이고를 아우르는 서부 거점, 뉴욕·뉴저지·보스톤 등을 잇는 동부 거점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해왔고, 향후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콜로라도, 메릴랜드, 워싱턴, 하와이 등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SPC의 첫 해외 진출국인 중국의 전망도 밝다. 이미 2020년부터 현지 가맹점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였고, 그 수치는 현재에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파리바게뜨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포지셔닝된 것은 물론 300여개 매장이라는 수치가 말하듯 주요 도시의 핵심 상권에는 모두 진출해있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친근감도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SPC는 이미 2019년 4월 총 400억원을 투자해 중국 텐진시 ‘서청경제기술개발구’에 축구장 3개 면적 크기(2만800㎡ 규모)의 ‘SPC텐진공장’을 건립하며 가맹사업 확산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SPC텐진공장은 SPC그룹의 해외 생산시설 중 가장 큰 규모로 빵과 케이크뿐만 아니라 가공채소와 소스류 등 400여개 품목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SPC의 중국사업부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상황에서도 2021년 실적을 흑자로 마감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기도 했다.

파리바게뜨 캐나다 1호점인 ‘영앤쉐퍼드점’ 전경. 사진=SPC

북미지역 150호점 돌파... 2030년까지 1000개 매장 오픈 목표


파리바게뜨는 2020년 6월 캐나다 법인을 설립하며, 북미 지역 진출 확대의 신호탄을쐈다. 캐나다는 미국 문화권 국가이지만 퀘백 등 일부 지역이 범프랑스권인 만큼 파리바게뜨 글로벌 사업을 위한 핵심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캐나다는 프랜차이즈 산업 규모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국가로 알려진 영미권의 대표 시장인데, 그 동안 해외 진출 시 직영점을 먼저 열었던 것과 달리 캐나다에서는 가맹점을 첫 점포로 선보였다.

지난 3월 토론토에 오픈한 파리바게뜨 캐나다 1호점 ‘영앤쉐퍼드점’은 주요 관공서와 쇼핑몰이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 위치한 만큼 제품을 빠르게 고를 수 있는 셀프서비스 방식을 적용했다. 이와 함께 갓 구워진 빵, 신선한 샐러드, 샌드위치,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딸기생크림케이크 등 차별화된 제품들을 선보이며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지난 9월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 150호점을 돌파한 파리바게뜨는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흑자를 달성했는데, 2030년까지 북미 지역에 1000개의 매장을 열겠다는 비전을 향해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SPC그룹 허진수 사장(오른쪽)과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 모하메드 갈라다리 회장이 지난해 10월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페어몬트 호텔에서 '파리바게뜨 중동 진출을 위한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SPC

동남아 시장 첫 진출국은 베트남...  '할랄' 인증 공장 통해 중동 진출도 본격화


베트남은 파리바게뜨의 동남아 사업 전초기지 중 하나다. 2011년 PB베트남(현 파리바게뜨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고, 1년 뒤인 2012년 호찌민시에 1호점인 까오탕점을 열었다.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에 이은 파리바게뜨의 세 번째 진출 국가로 동남아 지역 1호점이자, 글로벌 100호점이기도 하다. 이어서 같은 해 11월에는 하노이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 지배 영향으로 반미(베트남식 바게트)를 일상식으로 소비하는 등 제빵 문화가 발달했지만, 베이커리 전문점 또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 파리바게뜨가 진출하게 된 배경이 됐다. 또, 베트남은 이른바 동남아의 물류 관문으로, 인접국으로의 진출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파리바게뜨의 싱가포르 진출도 베트남 현지 법인 및 매장 운영이 근간이 됐다.

파리바게뜨는 현재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 등에 1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치민에 위치한 고급 쇼핑몰인 크레센트몰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고급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SPC는 중국 미국 프랑스 등 초창기 주요 진출국에 발을 내디딜 때 ‘직접 법인을 설립하고 모든 투자를 주도하는’ 직접진출 방식을 택한 반면, 신규 진출국에는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해 포문을 열었다.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대표적이다.

SPC가 2021년 11월에 진출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9개 매장의 평균 매출이 한결 같이 개점 전 예상치를 상회한다. 일부 매장은 개점 2년이 지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붐비는데 많은 곳은 하루에 평균 400명 이상의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하고 있다.

올해 초 새롭게 진출한 말레이시아에서도 파리바게뜨의 인기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버자야 그룹과 합작법인인 ‘버자야 파리바게뜨’를 설립하고, 6개월 만인 지난 1월 말레이시아 1호점인 ‘파빌리온 쿠알라룸푸르점’을 오픈했다. 파리바게뜨 파빌리온 쿠알라룸푸르점은 아직 개점 초반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평균 매출이 예상치의 2~3배를 웃돈다.

SPC는 이슬람교 비중이 높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모든 제품에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향후 현지 입맛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폭넓게 개발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이후 아랍에미레이트 등 중동시장에도 문을 두드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앞으로 준공될 ‘SPC조호르바루 공장’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SPC는 ‘SPC 조호르바루 공장’을 전진기지로 삼아 동남아, 중동을 포함한 19억 인구의 ‘할랄(HALAL) 시장’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지난 10월에는 대통령 사우디-카타르 순방 경제사절단에 참가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위치한 페어몬트 호텔에서 현지 유력기업인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파리바게뜨 중동 진출을 위한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파리바게뜨는 2024년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함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고, 2033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과 아프리카 12개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내년 준공 예정인 할랄 인증 생산기지인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공장’에서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SPC 관계자는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며 꾸준히 사업을 확대해 최근 글로벌 550호점을 돌파했다"며, “앞으로도 기존 진출 지역뿐만 아니라 신규 국가 진출을 확대하고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충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