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품는 K푸드] 농심, 신동원 회장 "2030년까지 미국서 2조원 달성…시장 1위 차지하겠다"

지난해 3조4106억 매출 중 해외서 1조2515억원... 전체매출의 37% LA에 1, 2공장 가동 등 미국 생산 라인 확충해 해외 수요 적극 대응 2025년 유럽 법인 설립 현지 공략... 까르푸·르끌레르 등 이미 입점 태국 시장 공략 이어 인도네시아 포함 이슬람권 소비자 입맛도 겨냥

2024-07-03     신단아 기자
5월 기준 K-푸드 수출 누적액이 지난해보다 7.6% 증가한 3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사진=신단아 기자

[포인트데일리 신단아 기자] 고물가와 고금리의 장기화로 인한 소비침체에 식음료업계는 성장의 돌파구로 해외 시장 확대에 속력을 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5월 기준 K푸드 수출 누적액은 지난해보다 7.6% 증가한 3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은 3월 3.6%,  4월 6.3%에 이어 최근 3개월간 증가세를 기록중이다. 포인트데일리는 K푸드 열풍에 힘입어 해외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기업들의 해외 시장 전략을  [글로벌 품는 K푸드] 기획을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K라면 대표 주자인 '신라면'의 인기가  해외서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농심은 국내외 수출 확대에 따른 공급 능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농심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4106억원, 영업이익 2121억원을 기록하며 해외 시장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 중 해외 매출은 1조2515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무려 37%를 차지한다.

농심의 국내 못지않은 핵심 시장이 미국이다. 지난해 7월 신동원 농심 회장은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매출 15억 달러(2조원)를 달성하고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미국 매출을 3배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신라면의 경우 지난해 1조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이 중 60%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특히 미국에서 신라면 블랙을 앞세운 고급화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는 평이다. 미국 월마트가 신라면 위치를 틈새 아시아 코너에서 주류 식품 쪽으로 옮겼다는 사실에서 신라면의 위상을 확인했다는 평이다. 

이 같은 미국 수요에 발맞춰 농심은 미국 생산 라인 확충에 나섰다. 농심은 미국 LA에 1, 2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 제2공장에 3분기 말 하반기 용기면 라인을 증설해 현지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신규 라인은 기존 원형 용기면인 큰사발면, 사발면과 함께 미국 현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형태인 사각용기면도 생산이 가능하다.

신동원 농심 회장(가운데)이 미국 제2공장 준공식에 참여해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신 회장은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매출 15억 달러(2조원)를 달성하고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며 미국 매출을 3배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진=농심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 현지에서 라면 수요가 급증, 제1공장 생산능력이 포화상태에 달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던 시점에 제2공장 본격 가동이 맞물리며 해외매출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2공장 가동 첫 해인 2022년 미주지역(미국+캐나다) 매출은 4억9000만 달러로 1년만에 약 24% 증가했고, 2023년은 5억3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다. 공장 가동 2년만에 매출이 36% 이상 증가하는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

신규 라인 가동이 시작되면 미국법인의 연간 생산가능량은 현재 8억5000만 개에서 10억1000만 개로 확대된다. 

농심은 유럽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오는 2025년엔 유럽 판매 법인을 설립해 현지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프랑스 유통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통 업체인  '까르푸'와 '르끌레르'에 신라면 외에 너구리, 순라면 등 주요 라면과 스낵 제품의 공급물량을 대폭 늘려 입점했다. 

이달 말에는 스포츠 이벤트 기간 중 프랑스 현지 대형 유통업체와 협업해 매장 내 팝업스토어 운영을 추진하고 소비자들의 브랜드 체험 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K푸드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지화 제품 개발로 각 나라의 맞춤형 입맛을 충족시킨 농심의 전략은 글로벌 판매 확대로 이어졌다. 농심은 신라면 브랜드를 똠양, 치킨, 슈퍼스파이시 등 소비자 니즈에 맞춰 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농심은 지난해 11월 태국에 론칭한 '신라면 똠얌'으로 태국 시장을 공략했다. 태국 유명 셰프 쩨파이(Jay Fai)와 손잡고 개발한 제품으로 신라면에 유명 태국 수프 요리인 똠얌의 맛을 접목했다. 

또한 무슬림 식문화를 겨냥해 소고기가 함유된 신라면 대신 새우를 넣은 새우 맛 신라면을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이슬람 문화권에 선보이기도 했다. 닭고기를 즐겨 먹는 인도 소비자를 겨냥해 '신라면 스파이시 치킨'을 론칭했으며, 현재 호주, 동남아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라면의 국내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농심은 수출 확대의 전초기지가 될 물류시설 확충에 나섰다. 사진=농심

이처럼 라면의 국내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농심은 수출 확대의 전초기지가 될 물류시설 확충에 나섰다. 

농심은 2027년까지 울산 삼남물류단지에 229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약 16만5200㎡(5만평) 규모로 신규 물류센터를 짓기로 했다. 내년 착공을 시작해 2027년 완공할 계획이다. 농심은 "국내 및 수출 확대에 따른 물류 경쟁력 강화"가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농심은 부산과 구미에 공장을 두고 있는데, 울산 물류센터는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컨트롤이 용이해 수출 물량을 관리하기 용이하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농심은 국내 신공장 건립도 물색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농심 정기 주주총회 때도 경기도 평택(포승공장)이나 부산(녹산공장)처럼 이미 확보한 부지에 수출 라면 전용 공장 건립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 신라면, 짜파게티 등 주력 제품 판매가 양호한 가운데 국내서 출시한 신제품도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농심이 짜파게티 40주년을 기념해 지난 4월 말 야심차게 선보인 '짜파게티 더블랙'은 출시 한 달여 만에 무려 700만봉이 판매됐다.

지난해 6월 선보인 '먹태깡'은 한때 품절 대란을 겪었고, 한 해 동안 2700만봉 판매고를 올려 어른용 안주 스낵 시장을 새롭게 열었다는 평이다. 국내에서 농심이 지난해 기록한 스낵 부문 매출은 4778억원으로 전년 대비 500억원 이상 늘었다. 

앞서 신규 물류센터 건립 등에 따른 성장 기대감으로 농심 주가는 59만9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농심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하반기 해외 시장 성장으로 호실적이 기대된다며 농심의 2분기 실적에 대해 연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4.0% 증가한 8713억원, 영업익은 4.3% 감소한 51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북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9% 감소한 1513억원, 12.9% 줄어든 148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 2공장 가동 관련 기저 부담이 이어지겠지만, 1분기 대비 실적 감소폭은 완화될 것으로 IBK투자증권은 예상했다.

현지에서 신라면, 생생우동, 돈코츠라면, 육개장사발면 순으로 수요가 높고, 가동율은 1공장 80%, 2공장은 50% 수준이 유지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법인도 618 쇼핑 축제 등으로 실적 개선 가능할 전망이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용기면 신규라인 증설과 수출 전용 공장 등을 건립하며 수출 물량을 확대해 생산부터 판매, 마케팅의 인프라를 보강시키며 해외 수출을 적극적으로 공략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